2007 / 1월 개봉영화 라인업

1월 첫째주 (1.4)


황석영 원작소설을 임상수 감독이 영화로 옮긴 <오래된 정원>과, 오랜만에 고소영이 원톱으로 나서는 <언니가 간다>가 1월 첫째주에 격돌할 예정이다. <오래된 정원>은 롯데시네마가, <언니가 간다>는 시네마서비스가 배급을 맡고 있는데, 관록의 시네마서비스냐 최근 공격적으로 배급력을 확대하고 있는 롯데시네마냐의 대결이 신년초 격돌이라니 살짝 흥이 빠지긴 한다. 뭣보다도 연말 보도자료을 통한 기싸움으로 안그래도 서로 더욱 예민해져 있는 CJ  vs. 쇼박스의 대결이 더 빡셀테니까. 솔직히 고소영만의 ‘원톱’은 불안해 보이는 게 사실이고, ‘과거로 날아가 첫사랑의 실수를 고친다’는 설정이 그닥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데, 그렇다고 <오래된 정원>의 무거움을 관객들이 기꺼이 감내할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자신있게 ‘그렇다’라고 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 소니의 야심찬 애니메이션 <부그와 엘리엇>이 방학의 어린이 관객을 겨냥하여 이 날 함께 개봉될 예정인데, 과연 오랜만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온 외화인 <박물관은 살아있다>를 제칠 수 있을 것인지? 급박하게 개봉날짜가 잡혀 홍보가 부족한 <나루토 – 대흥분! 초승달 섬의 애니멀 소동>이 아무리 원작의 인기를 등에 업는다고 해도 <부그와 엘리엇>과 <박물관은 살아있다>를 능가하긴 힘들어 보인다. 스폰지하우스에서는 <창문을 마주보며>가 개봉될 예정이며, 전주영화제의 기금으로 매년 만들어지고 있는 <디지털 삼인삼색> 시리즈는 올해 <여인들>이라는 부제 하에 에릭 쿠, 펜엑 라타나루앙, 다레잔 오미르바예프가 참여하여 필름포럼 등에서 개봉할 예정.


1월 둘째주 (1.11)

고만고만한 영화들이 한꺼번에 개봉한다. 디카프리오 주연의 <블러드 다이아몬드>(워너)나 덴젤 워싱턴 주연의 <데자뷰>(소니)를 ‘고만고만한 영화’라 지칭하는 건 몇 년 전만 해도 가당치 않을 일이었겠지만, 현재의 한국영화 시장에서라면 가능하다, 게다가 미국 박스오피스에서도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지 못했고. 워너측에서는 <디파티드>에서의 디카프리오를 믿는 듯하지만, <디파티드>에서 디카프리오가 훌륭했던 건 그게 (마틴 스코시즈의) <디파티드>였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즈윅의 흥행력이 지금도 통하리란 보장은 없다, 게다가 정치스릴러? 꽥이다.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게 배종옥과 (발치수술 후 처음 영화에 출연하는) 강혜정 주연의 <허브>가 쇼박스 라인을 타고 개봉한다. 현재 집중적으로 매체광고 노출 중인데, 확 끄는 힘이 부족해 보인다. <데스노트>의 후편이 전편과 약 두 달 간격을 두고 개봉하는데, 전편의 관객들이 그대로 극장으로 가줄지? 폭스의 <에라곤>과  CJ 라인의 <묵공>도 이 날 함께 개봉하는데, 눈이 높아질대로 높아져있는 관객들에게 <에라곤>은 오히려 원성만 듣지 않을까 싶다. <묵공>이 영화는 의외의 복병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는 보이는데 <중천> 뒷수습에 정신없는 CJ인지라 <묵공>까지 함께 추락할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 <허니와 클로버>는 스폰지 전용관에서 개봉할 예정.

1월 셋째주 (1.18)


<마파도 2>밖에 없다. 전편의 흥행성적도 있고, 함께 개봉하는 다른 영화들이 약하다.  UIP에서 파라마운트가 떨어져 나가면서(CJ가 독자배급) 어쩔 수 없이 독자적 배급 라인을 꾸릴 수밖에 없었던 유니버설(UPI)이 배급하는 <신나는 동물농장>이 과연 과거 디즈니나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처럼 어린이 관객들에게 통할지는? 보통 이 까라 영화들은 패스트푸드점들과 공동 프로모션을 펼치는데, 소니의 <부그와 엘리엇>은 버거킹과 손을 잡았지만 <신나는 동물농장>은 누구와? <렌트>는 소니가 스튜디오2.0에 배급을 넘긴 걸로 봐선 큰 기대를 안 하는 것 같고, 제아무리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연출했다 해도 원래 뮤지컬 팬들이 이걸 보러 갈지도 의문이다. <내 남자 길들이기> 역시 소형관 위주로 개봉할 가능성이 크고, 김청기 감독의 디지털 복원판 <로보트 태권 V>는 현재 홍보가 거의 안 돼 있다.


1월 넷째주 (1.25)


장예모 감독이 공리, 주윤발, 주걸륜과 함께 한 <황후화>가 이 날 개봉한다. 장예모는 <영웅>부터 스펙터클 시대극에 완전히 맛들인 듯, 감독으로서보다 오히려 <진용>에서의 ‘코믹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하는 나로서는 장예모-공리가 오랜만에 팀을 이룬 것에 내심 호기심이 일면서도, 왠지 CJ가 <묵공>을 <황후화> 배급의 예고편 격으로 사용하는 것같아(<황후화>는 시네마서비스와 CJ가 함께 배급한다고 한다) 기분이 껄끄럽다. 현영, 이동욱이 주연을 맡은 <최강로맨스>는 개봉 직전 ‘우리 겁나게 웃겨요’를 얼마나 강조하느냐에 따라 사람이 몰릴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전혀 호감가지 않고, 이성강의 애니메이션 <천년여우 여우비>는 손예진을 아무리 내세워도 애니메이션 시장이 불안정한 한국에서 큰 성공을 기대하긴 힘들 듯하다. 미국에서 엄청나게 히트친 <보랏: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문화 빨아들이기>는 별 반응이 없을 듯하고(오히려 미국 내 인종지도 풍자하면서 카자흐스탄 사람 바보 만드는 아이러니는 뭐냐는 지적을 면하기 힘들 듯), 이현우, 김보경이 주연을 맡은 <여름이 가기 전에>의 배급이 이모션 픽쳐스인 걸 보면 거의 소형관에서 땜빵영화 취급을 받을 가능성이 커보여 안습.


이날 개봉하는 영화 중 개인적으로 굉장히 보고싶은 영화는 <미스 포터>이다. 르네 젤웨거와 유언 맥그리거가 주연을 맡았고 크리스 누난이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피터 래빗’을 탄생시킨 베아트릭스 포터의 실제 삶을 영화화했는데, 지적이고 문화적인 것에 대한 소구가 크고 특히 영국문학에 호감을 느끼는 2, 30대 여성관객들, 한마디로 브리짓 존스를 사랑하는 여성들에게 크게 어필할 듯하다. 이 시장을 크게 본 듯 배급도 롯데시네마가 맡고 있고 일찌감치부터 적극적으로 케이블 TV를 통해 매체노출을 하고 있고, 반응도 좋은 듯하다. 이외에도 굉장히 궁금증이 가는 스토리 라인의 <소녀X소녀>는 채널 CGV가 제작했는데, 아마도 CGV 인디관을 통해 개봉할 듯싶다.

N.

극장에서 일한다. 말을 잘하지 못해 글을 쓴다.

7 Comments

  1. 저 중에 유일하게 “묵공” 볼 예정. 엔간하면 움직이지 않지만, 저건 좀 다르더라구. 무엇보다 어설픈 역사 판타지가 아니라 진짜 춘추전국시대가 배경이라 그게 마음에 들어. 내 피를 끓게 하는 그 시대.

  2. ‘오래된 정원’의 무가찌라시 카피 보고 기절. ‘그 시간에 내 사랑은 멈췄다.’라는 소설 전체를 아우르는 점잖은 카피는 없고, “숨겨줘, 밥해줘, 몸줘, 근데 떠나?”(정확하지 않음) 라는 3류 직업여성 스러운 카피가 떡하니 있더군요. 어휴. 기절. 그리고 솔직히 오래된 정원은 원작도 맘에 들지 않았지만, 지진희, 염정아 투톱은 더욱 신뢰가 가지 않는 군요.

  3. JIYO / 묵공, 일단 노출된 홍보물만으로는 무게감이 있더라고요. 영화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근래 광고하는 것들 중 꽤 눈을 끄는 영화인지라 저도 은근히 관심이 가요.

    라이 / “숨겨줘, 집줘, 밥해줘, 몸줘… 근데 왜 가냐? ” 예고편에서 염정아의 이 대사는 상대도 가기 싫다는 전제 하에 되게 아프고 처연한 느낌이던데, 그걸 카피로 뽑아놨다고? 글로 뽑아놓으면 느낌 확 달라질 거 정녕 예상을 못한 건가? 아니, ‘그 시간에 내 사랑은 멈췄다’ 괜찮은 카피 뽑아놓고 대체 뭔 짓이래… 역시, 관객한테 부담줄까봐 선정적으로 호소하려는 건지? 거참..

  4. 영화를 확실히 [보러다니지 않는] 처지이다 보니 그들의 노력이 나름 들어있을 작품에 대해 이렇다 할 반응을 가지지 못함이 가끔 부끄럽기도 하네요. 올해도 11년 째 주말없는 삶에 5년 이상을 올빼미식 삶으로 보내고 있으니 말입니다.
    “묵공”… 예고편 시놉시스를 방송에서 얼핏 본 것 같은데 사기열전이나 그것을 토대로 만든 [동주 열국지] 등에서 저 영화의 현실이 실제 벌어진 것인지는 본 기억이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단 한 명이 원군으로 공성방어전을 이끈다라… 상당히 의미있는 스토리가 아닐까 하는 공상을 해 보게 됩니다.

    • 영화에 큰 관심을 두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지금의 영화시장 활황이 오히려 암묵적인 강요로도 느껴질 것같습니다. 여기저기 누구나 영화 이야기를 해대고, 안 보면 마치 대화가 안 될 것처럼 구니까요… 전 솔직히 약간은 거품이라고 생각해요. 이 거품이 언제 걷힐지는… 작년 < 물>과 < 짜>의 롱런 때문에 개봉일이 밀리고 밀린 영화들이 한꺼번에 급하게 개봉하느라 영 정신없기도 하고요.

      < 공>은 일단 제가 저 시대나 배경을 거의 모르는데, 규모면에서 장난치지 않는 것같아 좋아보였어요. 건조하고 뜨거운 기운이 확 느껴진달까요. 제목도 왠지 마음에 들고요.;;

  5. 발치수술?
    묵공은 원작만화가 정말 좋은데, 진짜 좋은데, 영화는 그냥 리얼 전쟁 액숑이 될 것 같아 불안. 아…에릭 쿠 보고 싶은데 겁단다.

    • 엉. 강혜정이, 입쪽(하악근이라 해야 하나) 전반적으로 나왔었잖냐, 그거 안으로 집어넣는 수술을 했댄다. 더이상 예전의 그 예쁜 혜정이가 아니라는… ㅠ.ㅠ
      묵공 원작 얘긴 들었다. 원작 얘기 듣고 더 보고싶은데 CJ가 정말 땜빵프로 취급하면 어떡하나 걱정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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