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수입에 관한 잡담 하나


이 포스터의 모델의 정체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의 킬리언 머피. 많은 분들의 표현을 빌어 ‘미치고 예쁜 애’. 김혜리 기자의 표현을 빌면 ‘얼려놓은 파란 칵테일 같은 눈을 가진 애.’ 아아 너무 예쁜 거 아니냐고요… (이 포스터는 결코 메인은 되지 못하겠지만 서브 포스터로 열광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다.) 원래 도전적으로 필모그래피를 꾸려나가는 배우들을 매우 사랑한다. 킬리언 머피도 그런 배우 중 하나다.


국내에서 <플루토에서 아침을>이 개봉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예쁘게 한국어 제목을 달고!!) 2년 전엔가 사장님이 검토해보라고 던져준 파일 뭉치 속에 이 영화가 있었지만 장사가 될 거 같진 않아서 눈물을 머금고 패스를 했었다. 지금도 그 판단은 변함이 없다. (사실 킬리언 머피보다 ‘닐 조던’이라는 이름과 그의 페르소나인 스테판 리아의 이름에 가장 먼저 눈이 갔고 그 다음 ‘리엄 니슨’에 눈이 갔는데, 당시 Asking Price가 내가 생각한 적정가보다 아주 높은 편이었다.) 다만 가끔씩은 내 취향의 영화를 돈 걱정 많이 않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전히 한다. 작은 돈에 사서, 큰 이익 기대 않고 작게 푸는 걸 계속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시스템 말이다. 사실은 그 때문에, 모두들 한국영화로 우우 몰려가는데도 나는 꿋꿋이 “외화하고 싶어! 아무리 남들이 영화인이 아니라 그냥 업자 취급을 한다 해도 외화하고 싶어!”를 외치며 이제껏 남아있었다만.


최근 그런 모델로 스폰지가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고들 하며 다들 ‘조성규 모델’을 외치고 있는데, 그런 조성규 대표도 사실 요 1, 2년 새에 눈부신 성과를 이뤄서 그렇지 모르긴 몰라도 오랫동안 여기저기 깔아둔 빚이 장난이 아닐 것이다. 계속해서 라이브러리를 확보하면서 발빠르게 스폰지하우스를 치고 나간 것이 주효했다고 본다. 조성규 모델이 바로 내가 7, 8년 전부터 꿈꿔왔던 것과 굉장히 비슷한데, 내 사회성은 참으로 형편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실현 가망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그래도 결코 버릴 수 없는 꿈이다.


소규모 외화수입사들이 회사의 브랜드를 살려가며 자신만의 색을 가지고 외화들을 수입하려는 노력들, 그리고 소극장에서 단관개봉이라도 하려는 노력이 그래도 계속되고 있고, 이런 노력들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해서 되도록이면 극장에서 한번씩 꼭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스폰지하우스, 미로스페이스, 씨네큐브광화문, 하이퍼텍나다가 그런 노력을 하는 소극장들이고, 유레카픽쳐스, 스폰지, 백두대간, 코랄픽쳐스 등이 그런 소중한 노력을 해주고 있는 수입사들이고(특히 유레카픽쳐스의 영화보는 안목은 놀랍다. 아직은 성장이 더딘 듯하지만 발전을 기원해본다.), 이런 영화들을 역시 유레카픽쳐스, 백두대간, 프라임엔터테인먼트, 영화사 진진, 프리비젼엔터테인먼트 등이 배급의 영역에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 배급사들이다. 사실 유레카, 백두대간, 진진 등은 전문 배급사라기보다는 자사 수입작들을 직접 배급하는 회사들이다. 또한 프라임은 시네마서비스 / 롯데급으로 급성장을 꾀하고 있는 자본력이 매우 큰 회사로 돈많은 건설회사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다. (즉 2, 3년 내에 대규모 배급사가 될 회사. 테크노마트 시공한 건설회사가 바로 프라임. 그때 가면 대자본 배급사 특유의 ‘횡포’를 부릴 회사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마블이 나름 회사 브랜드를 갖고 꾸준히 좋은 영화를 수입해 배급하는 회사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어째 남 얘기하듯…)


한국의 영화산업은 너무나 빠른 속도로 홱홱 변하고 있어서 빈약하나마 영진위의 통계자료를 들여다보는 게 나름 꽤 재미를 선사한다. 작은 영화들이 상영될 수 있는 스크린 수가 좀더 많아져야 재미있을텐데, 최근 상정된 스크린 수 제한 법안이 과연 향방이 어떻게 될지, 효과가 어떨지 매우 관심이 가는 대목.

N.

극장에서 일한다. 말을 잘하지 못해 글을 쓴다.

13 Comments

  1. 열심히 잘 하고 있는 이들의 리스트에 < 루토에서 아침을>을 마케팅/배급하는 프리비젼 추가요.

    이 영화 참, 좋지요 ^^

    조성규 대표는, 글쎄요.

  2. 오매~ 저자가 정녕 킬리언 머피란 말씀?
    이거… 내용 상관없이 한번 봐 줘야겠는데요. ^^;

  3. 그쪽 바닥하고 너무도 먼 사람이 되었지만, 어릴적 어설프게나마 외화수입도 생각했던 놈으로서…돈으로 영화를 사는 사람들, 일견 부럽네요. …그리고 머피 이 아저씨 정말, 참내, 별로 호감이 없는데 절대 싫어할 수 없는…참으로 야릇한, 허허^^

  4. 너무 기뻐요. 전 이 영화 개봉 안할 줄 알았거든요.
    제너럴을 보고 싶은데 이번에는 상영을 안 하네요. 손님접대법이랑
    바그다드의 도적들은 꼭 보고 싶어요.

  5. ozzyz / 배급사에 프리비젼 있는데용. 호호. 옛날 시네코아에서 좋은 영화들 많이 하셨던 분이 세운 회사죠, 프리비젼이. 그분 성함이 생각이 안 나는데… 아마 황인옥 이사님이셨던가요. 조성규 대표에 대해서는… 업계 내부에서 들은 얘기가 있긴 한데 제가 직접 겪은 일도 자세히 아는 일도 아니어서 말이죠.

    자일 / 그러게 말이에요. 저 녀석 화장해 놓으니 저런 분위기가 날 줄은… 흐흐

    버디 / 영화 사는 게 또 돈만 갖고는 잘 안 되거든요. 원래 한국이 시장으로서의 신용도가 그리 좋지 않은 데라, 오히려 거래선 뚫기가 어렵지 한번 뚫으면 또 나름… 뭐 모든 비즈니스가 ‘신뢰’라는 게 중요하지 않습니까. 네고 잘 하려면. 영화 acquisition도 그렇습니다.

    Wolverine / 언젠가 개봉할 줄 알았습니다만. 올해는 한국영화 제작편수 / 개봉편수가 줄어들 거예요, 특히 하반기에. 좋은 외화들이 그때 많이 개봉을 할 거 같은데, 문제는 영화시장 자체가 축소될지도 모른다는 거…

  6. 이미 봐버렸고 영화도 그냥저냥이었지만 킬랸과 리암인데 ;_;
    그것만으로도 좋았어요. 둘을 보고 있으니 배가 불렀었지요.

    • 앗, 그러셨군요. 닐 조단, 꽤 좋아하는지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냥저냥이면… 역시 기대치를 낮춰야 할까요. 에공…

  7. 음악이 좋았어요….
    저 이쁜 포스터, 가져가라고 출구쪽에 놔뒀더라구요. 물론, 얼렁 하나 안구왔지요~
    조조로 보고 나오니까 라일락이 피어있더라는 …^^*

    • 아, 오늘 조조로 보셨군요. 저는 아마 내일 저녁쯤 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척 기대하고 있는데요, 포스터를 준다니욧! 이런 감사한 정보를… 홍홍

  8. 오늘 씨네큐브에서 6시 영화로 봤는데 (작은관이긴 했지만) 매진이었습니다~ 뒤늦게 들어오신분은 통로에서 보기도 했구요. 조조 영화이긴 했지만 [우아한 세계]를 4명이서 본터라 [플루토에서 아침을]의 인기에 오! 하면서 놀랐습니다. ^^

    • 아무래도 입소문 덕에… 사실 상영관이 그리 많지가 않기도 하기 때문에, 그곳에서 영화를 본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찾아간’ 관객들일 겁니다. 과거 타령은 퇴행이지만 확실히, [키노]가 있었던 시절이라면 이 영화에 예닐곱 페이지는 할애했을 겁니다. 더욱이 닐 조단에 대한 정리와 중간점검이 들어갔을 거고, 이 영화에 대한 키노식의 (애정에서 기반한) 혹독한 비판이 쏟아졌을 거고요. 그런 게 아쉽습니다. 킬리언 머피의 화장발로만 이야기가 모아지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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