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3월 개봉영화 라인업

3월도 반이 지나간 상황이지만, 스스로 정리한다는 목적도 크므로 이제라도 써서 올린다. 3월은 신학기라고 다들 정신없는 시기라 비수기이지만 역시나 좋은 작은 영화들이 정신없이 개봉되는지라 영화 좀 본다 하는 사람들은 미친 듯이 바쁜 시기일 수밖에 없다. 사실 일년 중 2~4월이 통째로 그런 시기이다. 개봉되는 영화를 다 따라잡으려면 하루에 한 편씩 봐도 부족하다. 거기에 시네마테크 등의 각종 작은 기획전까지 하면 더욱. 이번 달에는 빔 벤더스 특별전도 있다.



3월 첫째주


<좋지 아니한가>는 한국사람들이 아직은 직면할 용기가 없는 질문을 다룬 영화라 생각하는데 역시나 흥행성적이 좋지 않다. E양이 영화의 지독한 가부장적 시선을 지적했는데, 한국은 가족을 ‘아버지’ 중심으로 사고하기 때문에 이 주제를 다룬 영화들은 앞으로도 계속 가부장적일 것이며 대안가족에 대한 진정 혁명적인 영화는 여자감독한테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내 생각이다. (사실 E양의 얘기를 듣고서야 이 영화가 ‘지독하게 가부장적 시선’임을 느끼면서 나 페미니스트 맞아? 했더랬다. ㅋㅋ) 한니발 렉터 박사가 어쩌다 식인종이 됐는지 별로 궁금하지도 알고 싶지도 않다. 안소니 홉킨즈의 한니발 렉터만으로 충분히 좋으니까. (케이블에서 해준 <양들의 침묵>을 다시 보니 새삼 어찌나 명작인지. 게다가 이 영화, 다른 각도에서 보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보다 더 근사한 ‘새내기 직장 적응기’가 아니던가.) 가스파르 울리엘의 미모에 대한 칭송이 높지만 역시 선뜻 내키지가 않더라는. 휴 그랜트 – 드류 베리모어의 로맨틱 코미디라면 당연히 극장 달려가 봐줘야 하지만, 윌 스미스 부자가 주연을 맡은 <행복을 찾아서>는 딱 미국식 휴먼 드라마일 듯. 아오이 유우가 훌라춤을 추는 <훌라걸스>, 아르노 데스플레생 감독의  <킹즈 앤 퀸>이 개봉하고 <올드미스 다이어리>가 재개봉을 했다.



3월 둘째주


<프레스티지>와는 다른 방향에서 19세기 마술을 소재로 하는 <일루셔니스트>는 마술사 아이젠하임의 절절한 사랑이 주 테마다. 스티븐 밀하우저의 원작소설을 매우 궁금하게 만드는 영화. <레퀴엠> 이후 정말 오랜만에 차기작을 찍은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천년을 흐르는 사랑>은 8년만의 프로젝트 완결 – 끔찍한 흥행실패로 계속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에쿠니 가오리의 원작을 영화화한 <마미야 형제>가 스폰지에서 개봉했고, <나크>의 조 카나한 감독이 만든 <스모킹 에이스>는… 아아 말을 말자. 그렇게 총알이 난무하고 사람이 날아다니는데 나는 보다가 잠이 들었다는. 츠마부키 사토시 주연의 <봄의 눈>, <나비효과>의 속편인 <나비효과 2>는 어떤 영화인지 궁금증조차 생기질 않는다.



3월 셋째주


개봉 전 그닥 평이 좋지 않았던 감우성, 김수로의 <쏜다>는 <바람의 전설>의 박정우 감독의 두번째 영화. 사실 이보다는 테르모필레 전투를 그린 <300>과 지각개봉하는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씨 인사이드>가 훨씬 궁금하다. <300>은 원작 만화의 프랭크 밀러 외에도 <새벽의 저주>로 빠른 좀비액션의 쾌감을 꽤 잘 표현한 잭 스나이더 감독에게도 기대가 있기 때문. 에드워드 노튼의 영화가 두 주 연속 개봉하는 건 노튼 팬들에겐 꽤 즐거운 일. 서머셋 모옴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페인티드 베일>에는 나오미 와츠다 나온다.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의 <홀리 마운틴>, <엘 토포>가 무삭제에 HD 복원판으로 개봉하며, <빌리 엘리어트>의 마라톤 버전이라는 <리틀 러너>도 함께 개봉.



3월 넷째주


항간에 ‘폭탄’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개봉이 계속 늦춰졌던 <수>가 드디어 개봉한다. 작품성이 문제가 아니라 한국 관객들에게 폭넓게 어필하며 흥행에 성공할 만한 영화가 아니어서 폭탄이라는 게 아닐까 짐작한다. 예고편은 꽤 괜찮아 보였고, 최양일 감독에 대한 이상한 신뢰 – 영화 한 편 본 적 없음에도 – 가 있어서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 수상작 <타인의 삶>도 평이 꽤 괜찮던데, 아이디어가 꽤 끌리는 <넘버 23>이나 쥐스킨트 원작의 <향수>도 꽤 궁금한 영화들. 브래드 피트한테 어처구니없이 차인 직후에 찍은 제니퍼 애니스톤 주연의 <브레이크업 – 이별후애>는 빈스 본과 영화 찍으면서 실제로 사귀었다는 소문이 있더라만 지금은 아마 깨지지 않았나? 섹스로 연결된 좁은 인간관계망을 다뤘다는 <내 여자의 남자친구>, 국산 애니메이션 <빼꼼의 머그잔 여행>도 이 주에 개봉한다.



3월 다섯째주


차승원, 유해진 주연의 <이장과 군수>는 투톱 코미디로 영화를 포장하고 있는데 새삼 ‘농촌 코미디’라는 점에서 관심이 간다. 예전 <선생 김봉두>에서도 그랬지만 장규성 감독이 중심은 코미디이되 공간적 배경이 되는 곳의 상황을 ‘슬쩍’ 까는 솜씨가 좀 얄미우리만치 미끈했던지라. 윤제균 감독이 장규성 감독을 벤치마킹하는 듯한데 음. 박용우, 남궁민 주연의 <뷰티풀 선데이>는 예고편을 봤는데도 도대체 무슨 영화인지 감이 안 오더라. 포스터 보고 퀴어물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렇다면 어떻게든 영화내용 안 보여주려고 용 쓰는 게 이해가 갈 것같기도 하고… 개봉일 못 잡고 여러 달 방황하던 폴 버호벤 감독의 <블랙북>도 이 날 개봉하고(아니 어쩌다 폴 버호벤이 이런 신세가 됐어?), 인간 복제를 피아니스트 모녀(자매?)간 스릴러로 풀어냈다는 <블루프린트>도 개봉하지만, 특히 주목하고 싶은 영화는 김명준의 <우리 학교>와 거스 반 산트의 <말라노체>. 거스 반 산트와 이쯤해서 화해(?!)하고 싶은 생각이 조금 든다. <올 어바웃 안나>는 어떤 영화인지 잘 모르겠다. 간만의 덴마크 영화라는데…

N.

극장에서 일한다. 말을 잘하지 못해 글을 쓴다.

8 Comments

  1. 타인의 삶은 보고싶어지더군요.
    기억은 희미한데 이 비슷한 줄거리를 어디선가 본 듯하다는 생각과,
    혹시 개봉했던 영화가 아닐까..하는 의구심도..
    참,신기하지요?
    분명히 어디선가 보았던 것 같아요.혹시 이 비슷한 영화 없었으까요? – -;

    그러고보니 3월이 다섯째주까지 있네요..
    봄의 길목이 유난히 길어진 것 같아요.
    잘 지내시지요? ^^

    • ‘관음증’은 영화가 다루기 즐겨하는 소재니까요. 예전에 < 이 오브 비홀더>라고, 연쇄살인범 여성을 쫓는 FBI 요원의 이야기가 있었죠. 원래 원작 소설은 50대 지긋한 요원이 자신의 딸에 대한 부정을 범인에게 투영하는 이야기였다는데, 영화는 유언 맥그리거가 애쉴리 저드에게 연인으로서의 감정을 투영하는 내용이었죠. 혹시 이 영화 말씀하시는 건 아닌가 싶네요.

      날씨가 많이 따뜻해지긴 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퍽 쌀쌀하더군요. 하늘하늘한 얇은 원피스를 얼른 입고 싶습니다.

  2. 남들은 별로라고 하던데 전 ‘나비효과’를 아주 충격적으로 재미있게 봤었거든요. 그래서 2편도 기대하고 있어요. (개봉이 아니라 비디오 나오기만을요 ;;) 그리고 ‘타인의 삶’도 눈에 띄네요.

  3. 그러게요. 지난주 마감이라고 영화를 한 편도 못 봤더니 어제부터 정말 힘겹게 보고 있습니다.
    근무 중 어떻게 땡땡이를 치고 영화를 보러 갈까 궁리 중.
    그래도… 볼 영화가 없다고 투덜대는 것보다는 나은 듯한데,
    이거 참 보는 것만으로도 바쁘니 리뷰는커녕 평어 매기기도 쉽지 않아요. ^^;

  4. < 루토에서 아침을> 핫핑크 포스터 강변 cgv에 걸려 있던데. 아웅, 얼마나 이쁘시던지…

    <300>은 욕먹을 데가 정말정말 많은 작품이지만, 요새 영화들이 워낙 폭탄이라 이 정도 재미있게 해주는 게 어딘가 싶더군. 재미있을뀨. 항간 소문으로는 < 버 23>은 별로라던데…그냥 <뻔뻔한 짐

  5. 카 / < 비효과2>는… 평이 영 안 좋더군요. 저도 < 비효과>는 TV에서 해줄 때 무심결에 봤다가 꽤 재밌게 봤습니다.

    자일 / 그쵸. 개봉작 모두도 아니고, ‘보고픈 영화’ 쫓아가는 것만도 다리가 찢어질 지경이라니깐요…

    오필리어 / 우, 정말 조명 휘황찬란한 극장들에 걸리면 진짜 이쁠 거 같어. <300>은… 뭐 딱 보기에도 영화자 쪼까 쌈마이구나, 싶은데, 근데 잭 스나이더 감독이 어쨌건 ‘한 가지 목적’은 확실하게 만족시켜 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아이맥스로 꼭 볼 예정. < 버23>, 평 안 좋긴 안 좋더라. 조엘 슈마커가 좀 맛이 간지 오래지… 그래도 와중에 < 부스>같은 흥미로운 소품도 찍었으면서 왜 그러시는지 원.

  6. 향수와 일루셔니스트는 작년에 이미 봤고..(일루셔니스트가 개봉전엔 망상가들이라는 요상한 제목으로 영화소개에 올라와 있었던 거 아셔여?^^) 둘다 좋았어여.
    올미다도 재밌게 봤었구여. 행복을 찾아서도 괜찮았구.. 한니발 라이징은 그닥 추천하고 싶지는 않구여. 봐도 그만 안봐도 그만이다 싶은…
    300은 일단 눈은 즐거워여. 영상도 화려하고, 무엇보다 빨래판 복근으로 무장한 남정네들 보는 재미가…^^;
    그여자 작사 그남자 작곡(바꼈나….^^;)이랑 넘버 23은 곧 보게 될 거 같구여. (극장까지 안갈 거 같지만….)
    페인티드 베일은 에드워드 보러 가야져. ^^
    씨인사이드는 보고픈데 개봉관과 날짜를 맞출수가 있을런지…
    그밖에도 땡기는 영화가 몇편 더 있긴 한데…. 나머진 님이 보시고 오셔서 리뷰 올리시면 그때 생각해보려구여. ^^
    참…. 좋지 아니한가는 어때여?

    • 참신함과 한계와 적당히 섞여있죠 뭐. ^^ 프레시안 리뷰 올렸습니다.
      영화 많이 보셨네요. 전 시간 만들기가 쉽지 않더군요. 워째 올해는 초장부터 이리 바쁜지… ㅠ.ㅠ 근데 전 극장에서 보는 걸 선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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