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회고전


2002년경 ‘폭력과 성스러움’이라는 제목으로 한번 회고전이 열렸던 바 있는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의 대대적인 회고전이 4일 개막을 했습니다. 이번 회고전은 29일까지 무려 3주가 넘게 진행되고 작품도 장단편을 거의 망라합니다. 판권 문제로 섭외가 어려웠던 단편 몇 편만 제외디고 장편 전부를 튼다고 하니까요. 총 21작품입니다.


파졸리니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할 말이 많지요. 일단 <살로, 소돔 120일>로 가장 유명하지만 이 작품은 숱한 그의 영화들 중 한 작품일 뿐입니다. 파졸리니를 유명하게 만들긴 했지만 그만큼 파졸리니를 가둬놓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달까요. 좌파이자 카톨릭신자, 공산당원, 동성애자로서 행보는 물론 마지막 죽음까지, 그의 삶과 영화는 에피소드와 이야기거리로 꽉 차 있습니다. 예컨대 “미성년인 소년을 (무려) 강간하려다 정당방위로 살해되었다”는 게 공식 사인이지만 그 얘기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모두들 <살로, 소돔 120일>을 보고 격분한 파시스트들이 그를 암살했다고 믿고 있으니. (저도 그렇습니다.) 실제로 그를 정당방위로 죽였다는 소년과 목격자들은 진술을 번복하고 앞뒤 안 맞는 소리들을 해서 의심을 사고 있고 그의 죽음은 지금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이제껏 제가 정식으로 본 파졸리니의 영화는 <마태복음> 한 편뿐입니다. 서양, 특히 미국에서 예수를 그토록 화려한 때깔로 그리는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지지리 가난한 동네에 지지리 꼬질꼬질한 예수를 보여줍니다. 독실한 카톨릭 교도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영화로 만들었다고 하고 이 어머니는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로도 출연하고 있다던데, 예수 역을 맡은 이는 트럭운전사였다가 픽업됐다지요. 진짜로 목수 – 육체노동자처럼 생긴 파졸리니 영화의 예수는 영화 중 단 한 번, 어린 아이들과 여인들을 향해 미소를 짓습니다… 이 미소가 또 살인미소지요. 아주 시적이고 아름다운 영화였습니다. 그의 다른 영화들을 볼 수 있다는 게 아주 기대가 되고 있습니다.


상영작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01. 살로, 소돔의 120일 Salo, or 120 Days of Sodom 1975ㅣ117minㅣItalia/FranceㅣColor
02. 천일야화 Arabian Nights 1974ㅣ129minㅣItalia/FranceㅣColor
03. 켄터베리 이야기The Canterbury Tales 1972ㅣ110minㅣItalia/FranceㅣColor
04. 데카메론 Decameron 1971ㅣ111minㅣItalia/FranceㅣColor
05. 사나의 벽 Le Mura di Sana’a 1971ㅣ13minㅣItaliaㅣB&W
06. 메데아 Medea 1970ㅣ118minㅣItalia/France/GermanyㅣColor
07. 아프리카의 오레스테스를 위한 노트
Notes towards an African Orestes
1969ㅣ70minㅣItaliaㅣB&W
08. 돼지우리 Pigpen 1969ㅣ100minㅣItalia/FranceㅣColor
09. 종이꽃다발 The Paper Flower Sequence 1969ㅣ10minㅣItalia/FranceㅣColor
10. 테오레마 Theorem 1968ㅣ98minㅣItaliaㅣB&W/Color
11. 인도의 한 영화를 위한 노트 Notes for a Film on India 1968ㅣ35minㅣItaliaㅣB&W
12. 외디푸스 왕 Oedipus Rex 1967ㅣ110minㅣItalia/MoroccoㅣColor
13. 구름이란 무엇인가? Che cosa sono le nuvole? 1967ㅣ22minㅣItaliaㅣColor
14. 매와 참새 Hawks and Sparrows 1965ㅣ100minㅣItaliaㅣB&W
15. 마태복음을 위한 팔레스타인 보고서
Sopralluoghi in Palestina per il Vangelo secondo Matteo
1965ㅣ52minㅣItaliaㅣB&W
16. 사랑의 집회 The Assembly of Love 1964ㅣ92minㅣItaliaㅣB&W
17. 마태복음 The Gospel According to St. Matthew 1964ㅣ137minㅣItalia/FranceㅣB&W
18. 백색 치즈 Curd Cheese 1963ㅣ40minㅣItalia/FranceㅣB&W/Color
19. 분노(1부) La Rabbia 1963ㅣ53minㅣItaliaㅣB&W
20. 맘마 로마 Mamma Roma 1962ㅣ105minㅣItaliaㅣB&W
21. 아카토네 Accattone 1961ㅣ116minㅣItaliaㅣB&W


작품소개는 각 제목을 눌러보시거나 프레시안무비 관련기사를 참고하세요. 상영시간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날짜/시간 13:30 15:00 17:30 20:00
04.04.수 19:30
개막식 /
아카토네
04.05.목 맘마 로마 17:30
마태복음
20:30
사랑의 집회
04.06.금 14:30
매와 참새
17:00
외디푸스 왕
19:30
데카메론

강연– 한창호
‘파솔리니와 회화’

04.07.토
테오레마
15:50
돼지우리
18:00
메데아
20:30
켄터베리 이야기
04.08.일 천일야화 16:30
살로, 소돔의 120일
19:00
아프리카의 오레스테스를
위한 노트
+ 사나의 벽
21:00
종이꽃다발+ 분노(1부)
04.09.월
04.10.화 인도의 한 영화를 위한 노트
+ 마태복음을 위한
팔레스타인 보고서
구름이란 무엇인가?
+ 백색 치즈
아카토네
04.11.수 14:30
사랑의 집회
17:00
테오레마
19:30
매와 참새
강연-김성욱
‘파솔리니와 죽음

04.12.목 천일야화 외디푸스 왕 켄터베리 이야기
04.13.금 살로, 소돔의 120일 메데아 금요단편극장
04.14.토
구름이란 무엇인가?

+ 백색 치즈

아카토네 17:20
맘마 로마
19:30
작가를 만나다-전계수
삼거리극장
04.15.일 종이꽃다발

+ 분노(1부)

돼지우리 18:00
인도의 한 영화를 위한 노트
+ 마태복음을위한
팔레스타인보고서
마태복음
04.16.월
04.17.화 아프리카의 오레스테스를
위한 노트
+사나의 벽
데카메론 인도의 한 영화를 위한 노트
+ 마태복음을 위한
팔레스타인 보고서
04.18.수 살로, 소돔의 120일 사랑의 집회 천일야화
04.19.목 아카토네 종이꽃다발+ 분노(1부) 구름이란 무엇인가?

+ 백색 치즈

대담-김성욱, 한창호 외
‘파솔리니를 말한다’

04.20.금 14:30
맘마 로마
17:00
돼지우리
19:30
한국영화감독조합
추천작  – 정윤철

테오레마
04.21.토
아프리카의 오레스테스를

위한 노트 + 사나의 벽

15:30
마태복음
18:30
인도의 한 영화를 위한 노트
+ 마태복음을위한
팔레스타인보고서
20:30
매와 참새
04.22.일 켄터베리 이야기 15:50
메데아
18:10
데카메론
20:30
외디푸스 왕
04.23.월
04.24.화 데카메론 외디푸스 왕 살로, 소돔의 120일
04.25.수 아카토네 테오레마 아프리카의 오레스테스를
위한 노트
+ 사나의 벽
04.26.목 켄터베리 이야기 돼지우리 마태복음
04.27.금 매와 참새 종이꽃다발 + 분노(1부) 맘마 로마
04.28.토
14:00
천일야화
16:30
아카토네
19:00
구름이란 무엇인가?

+ 백색 치즈

20:30
메데아
04.29.일 외디푸스 왕 16:00
사랑의 집회
18:20
돼지우리
20:30
살로, 소돔의 120일

N.

극장에서 일한다. 말을 잘하지 못해 글을 쓴다.

4 Comments

  1. 왜 안 올라오나, 많이 바쁘신가 했어요 ^^
    전 불행인지(?) < 로, 소돔의 120일>을 작년 여름 가장 먼저 접했어요. 파솔리니 영화를 하나 봐야지 했는데 시간대가 맞았던 게 그거였던가봐요. 날도 더웠고 선풍기 하나 없는 꾀죄죄한 극장에서 잊지못할 영화를 보게 되었었죠.. 어제 한창호 평론가분께서 말씀하셨듯 “절대 두번 보고 싶지 않은”영화였고, 그 누구에게도 추천하고 싶지도 않아요. 물론 영화적 가치와(잘 모르지만) 호기심으로 계속 사람들이 찾는 영화가 될 거라 생각하지만. 영화적 의미든 뭐든 다 떠나서 우선 보는게 너무 힘들고 괴로웠거든요. 물론 보고 난 후에 생각하면, 정작 본것을 후회하는-쓸모없는 영화들 목록에는 끼지 않지만, 보는 동안은 정말 제 머리도 심장도 처참했었답니다 ㅠ_ㅠ < 랑의 집회>에서 누군가 쇼크’란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전 아무래도 쇼크’를 잘 받는 보통의 사람인가봅니다. –;
    < 카메론>도 편하지 않은 영화였어요. 단순히 편하게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영화가 아니라서가 아니라 – 고다르의 영화들과는 다른 불편함이에요 제겐 – 어제 한창호님께서 고다르 영화를 예로 드시길래. < 로..>를 보고난 후이니 다른 모든 파졸리니의 영화들을 견뎌낼 수 있을거라 봅니다만, ‘한편도 빠짐없이 모조리 보러가겠다!’랬던 생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자신은 못하겠어요.
    < 로..>는 파시스트들이 충분히 암살을 도모할 만한 영화겠지요.. –;;;

  2. 어제 가셨었군요. < 로 소돔 120일>은 전 이번에도 그냥 패스할까 하는 영화예요. 도저히 볼 엄두가 안 나서리… 후기 네 작품 – 데카메론, 천일야화, 켄터베리 이야기, 살로 소돔 120일 – 은 노골적인 성 묘사가 집중된 작품이라 하더군요.
    개막식 때 가서 < 카토네>를 봤는데, 여자들 등쳐먹는 그 아카토네란 놈 때문에 이만저만 열 받은 게 아니랍니다. 평생 일해본 적 없다는 게 ‘자랑’인 그 친구놈들도요.

  3. 역시 < 로..>를 본건 불행이었나봐요 –;;
    정말 안 봐도 좋았을텐데 그 영화에 관한 호기심을 자극하게 된 계기가 있기는 했었지요. 여하간 이미 봐버렸으니 어쩔 수 없지요..
    후기 네작품들이 그랬군요.
    이태리문화에 관심을 지니게 된게 얼마되지 않았는데, 이태리와 한국은 닮은 점이 꽤 있는 것 같아요. 불행히도 ‘마초’들이 많다는 점(마초들의 세계가 확고하다는 부분)에서도 말이죠. < 랑의 집회>를 보고 느낀 점도 그거에요. 60년대였었다는 점을 감안하고라도 웃음이 터져나올만큼 어이없는 부분들도 있었고요. N.님이 < 랑의 집회>보시면 또 열 받으실 것 같기도 –;
    파졸리니의 영화를 볼때마다 전 ‘광기’가 떠올라요. 파졸리니의 영화제를 한다는 걸 알고는 ‘미쳤어..’라는 말이 제일먼저 나왔답니다. 영화를 열심히 보러가는 건 우선 이태리 유명감독의 영화라는 이유가 매우 큽니다만- 어떤 의미로든 알고 싶은 것 같아요. 좋든 싫든.

    • 대부분의 한국 영화광들은 파졸리니의 작품들 중 < 로 소돔 120일>부터 접하는 게 일반적이지요. 워낙 악명높으(?!)니까요. ^^ 전 그래서 일부러 피하고 있는 작품이고요. ^^
      파졸리니의 영화뿐 아니라 프리시네마-뉴웨이브의 영화들에 대해서도, 옥스포드세계영화사에서는 “남성우월적”이라고 단칼에 비판하고 있더군요. 뭐랄까, 60년대 좌파들 사이에서는, 결혼을 해서 가정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무 역시 억압적으로 느껴지는 한편 여성 – 아내가 그런 억압의 선봉장으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일반적이었던 건가… 라고 추측만 하고 있습니다. 하긴 68혁명에서도 나중에 영성들이 따로 목소리를 내며 혁명 내의 남성중심적 분위기를 비판을 하기도 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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