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에 검열당한 Pearl Jam

RSS로 구독하고 있는 PJ News (Pearl Jam의 공식 팬클럽 Ten Club의 뉴스)에서 며칠 전에 들어온 걸 오늘에야 확인했다가 깜짝 놀랐다. 올해의 롤라팔루자를 스폰서링한 AT&T에서 웹캐스팅하던 도중 펄잼이 불렀던 노래 “Daughter”의 가사 일부를 지워버린 것. 펄잼은 Daughter를 부르면서 노래 후반 간주 부분에서 Pink Floyd의 Another Brick in the Wall의 일부를 삽입해 연주했고, 보컬인 에디는 가사 일부를 다음과 같이 바꿔 불렀다고 한다.

    George Bush, leave this world alone.
    George Bush, find yourself another home.

그리고 이 부분을, AT&T가 웹캐스팅을 하면서 사운드를 지워버린 거다. 공연 당시엔 몰랐던 펄잼은 나중에 팬들로부터 이 이야기를 듣고 텐클럽 게시판에 ‘정중한 사과’와 함께, Daughter 곡 전체 동영상과, 편집된 부분/원래 부분을 나란히 붙인 동영상을 올려놓았다. 또한 이 사태가 예술가로서뿐 아니라 시민으로서 중대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고 검열당했다고 AT&T를 비난하고 있다. 멤버 중 가장 성격이 참하고 얌전한 Mike McCready 아저씨의, ‘한 미국인의 생각’이라는 에세이도 올라왔다. 자신은 자본주의에 찬성하지만 AT&T와 같은 자본주의 기업은 찬성할 수 없으며, 미국의 정신을 떠받치고 있는 중대한 근간이며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고 있는 언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검열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조근조근하지만 힘있는 목소리의 항의.

국가권력을 능가하는 후기 자본주의 시대의 자본은 이제 과거 폭압적인 국가권력이 자행하던 ‘검열’을 자신이 스스로 자행한다. 비록 <다이하드 4.0>에선 흘러간 밴드 취급을 받긴 한다만 Pearl Jam은 여전히 슈퍼밴드이며 막강한 영향력과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밴드인데, 그런 밴드도 정치적인 메시지는 이런 식으로 검열을 당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현재 사람들이 국가권력의 검열엔 저항해도 자본의 검열은 당연하게 여기며 오히려 박수치고 응원한다는 사실. 또한, 자기들이 스스로 떼로 일어나 힘을 행사하며 다른 사람의 말을 검열한다는 사실이 떠올라 기분이 더욱 안 좋다. 나는 표현의 자유를 빙자해 다른 이에게 언어폭력과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폭력을 저지르는 폭력의 자유에는 반대하지만, 여전히 표현의 자유는 소중한 가치이며 지켜야 할 가치라 생각한다. 국가권력이든 자본 권력이든,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막을 순 없다. 당신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다른 사람이 같은 권리를 누리는 것을 억압하지 않기를.


Daughter 전곡 연주 동영상


편집된 부분과 원래 부분 대조

N.

극장에서 일한다. 말을 잘하지 못해 글을 쓴다.

10 Comments

  1. 가사를 바꿔서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근영! 근디 표현의 자유를 제1로 생각하는 나라에서 조차 저러니 암담하구만요.
    “한국에서는 현재 사람들이 국가권력의 검열엔 저항해도 자본의 검열은 당연하게 여기며 오히려 박수치고 응원한다는 사실”
    이 말씀은 절대 공감하구만요. 권력은 이미 자본에게 넘어간지 오래고 그 자본이라는 절대선을 기업이 맛보게 해줄수있다고 믿는 사회니요.

    • 반갑습니다, 너바나나님.
      ‘내 밥줄을 쥔 사장님은 하늘…’
      정말 저 뉴스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

  2. 다른 분야이지만, 야구에서도 보면 … 이른바 야구팬이라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마인드가 고용주 마인드라는 … 미국보다 더 자본주의를 숭상하는 느낌입니다.

    • 다들 어찌나 마음만은 사장님들이신지 말입니다.;;

  3. 수정헌법 1조가 표현의 자유인 나라에서 저 정도라면, 한국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은 더할 거라는 예상이 가능하죠. 영등위나 기타 검열 기관 또는 유사 검열 기관들의 검열도 문제지만, 말씀하신 자본 단체의 검열과 자본을 위한 ‘자체 검열’도 문제죠. 조금 무게감이 떨어지지만, 비근한 예로 높은 제한 등급의 영화를 수입해서 수위 높은 부분을 잘라내고 보다 많은 관객을 동원하려는 영화 수입배급사의 모습도 있을 수 있겠고요…

    • 수위 조절해서 더 낮은 등급 따겠다고도 잘랐지만, 러닝타임 줄여서 1일 상영횟수 늘리려고 자르는 짓들도 저질렀었다는… 그래도 요즘은 그런 식으로 자르는 게 예전보단 확 줄어들긴 한 거 같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좀 편집증 같은 게 있어서 어느 영화 몇 분 잘랐다고 하면 성질 나서 안 봐버리는 바람에 영화팬들 사이에서 꼭 봐야할 영화라고 얘기되는 작품들도 그냥 흘려보내곤 했었죠.

      아 근데 재밌는 게, 러닝타임 줄이려고 자르는 수작을 가장 악랄하고도 어이없는 수준으로 했던 게, 충무로에 잠깐 진출했다가 그대로 철수해 버려서 한때 충무로를 휘청 상태로 몰아넣었던 ‘샘숭’ 이었더랍니다. 얘들이 < 트>를 아마 40분 가까이 잘라냈었죠. 뤽 베송 영화도 한 편(아마 < 5원소>였던 거 같은데) 그 지랄을 해서, 홍보차 한국 왔던 뤽 베송이 그 사실을 알고는 화를 내며 그 길로 비행기 집어타고 프랑스 가버린 사건도 있었죠.

    • 옛날일이 아닙니다. 최근 개봉한 일본영화 블레임이라는 영화도 후반부를 아예 삭제함으로 다른 결론으로 만들어 개봉하려고 했다가 원제작사가 항의해서 다시 개봉하려고 했다는…. 원래는 시간을 줄여서 상영횟수를 늘려보려고 한 의도로 보이지만, 제작자측에서는 일본이 다시 살아나는게 정서상..어쩌구..라는 말을 섞었다는 막장스토리가 불과 일주일전이랍니다..

  4. Pingback: nooegoch
  5. acidfilm / < 레임>도 그렇지만 < 러들의 도시>도 몇 분 들어냈다더군요. 그 말 듣고 어찌나 성질이 뻗치던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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