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란다 줄라이 | 미 앤 유 앤 에브리원

원제는 Me and You and Everyone We Know입니다. 작년에 박스오피스를 주마다 들여다보던 직장인 시절부터 제목을 인지하고 있던 영화죠. 딱히 주인공인 한두 명이 얘기 전체를 끌어가는 게 아니라, 앙상블 캐스트의 에피소드가 얽히고 섥혀있습니다. 이들은 이래저래 혈연이든 직장동료든 뭘로든으로 서로 연결이 돼 있구요.


사실 이런 설정에 선댄스 출신, 그것도 선댄스 지원기금을 받아서 찍은 영화라면 대강 뻔해집니다만, 이 영화를 빛나게 해주는 것이 있습니다. 그건 이 영화에서 발휘된, 미란다 줄라이 감독의 ‘디지털 아티스트’로서의 경력이죠. 그리고 그것이, 진부해질 수도 있었던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나뭇잎들 사이에 걸린 새의 ‘사진’인데요. 프레임에 갇혀있기도 하지만, 디지털을 긍정하고 디지털 아트를 적극 껴안으면서 상당히 고전적인 이야기를, 너무나 귀엽게 펼쳐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너무나 진부한 문구인 ‘현대인들의 소통의 단절’을, 우리의 주인공들도 겪고 있긴 합니다. 채팅방에서의 음란한 대화는, 어느 한쪽이 거짓말을 하거나 알면서도 사기치는 것이라기보다는, 서로의 미스커뮤니케이션이 빚어낸 소동극이기도 합니다. 다른 이에게 접근한다는 것 역시 언제나 어렵죠. 하지만 이것이 그 커뮤니케이션 도구 탓만은 아닙니다. 사랑하는 남자의 일터를 스토킹하듯 찾아갔는데, 그가 전부인과 ‘아이’에 대해 싸울 듯 대화하는 장면을, 그녀는 연인들의 대화로 착각하잖아요.


현대의 디지털 도구들은 다만 소통의 방식을 제공해줄 뿐입니다. 인간의 소통은 원래부터가 불완전하고, 그렇기에 그 디지털 도구들을 사용한 커뮤니케이션 역시 오해와 착각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거죠. 그럼에도 미란다 줄라이 감독은, 그 디지털 소통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장면들 역시 잡아내고 있습니다. 자신의 경력 역시 원래 그 쪽이구요. 나뭇가지에 새 그림을 걸어놓고 나누는 터치 앤 터치 같은 장면들을 되새기다 보면, 우리의 삶의 양식이 변하면서 그것이 내용에 일정부분 영향을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모든 것이 그 ‘양식’ 탓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과거에 살아가던 그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갑니다. 다만 우리가 기대고 있는 물적 토대들이 변하면서, 외견상 ‘어마어마하게 변한’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일 뿐. 그 안에서도 여전히 사람들은, 상처받고 상처주고 사랑하며 헤어지고 울고 웃고 자존심 상해 하고, 외로워하며 누군가의 소박한 – 그러나 원하는 이에겐 절실할 수밖에 없는 위로를 갈구합니다. 당신과 나 사이에는, 어차피 공간과 그만큼의 거리가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그건 우리가 각각의 개체인 이상 어쩔 수 없습니다. 당신과 내가 우리가 모두가 서로 각각의 개체이기에, 우리는 사랑하고 울고 웃을 수 있는 것이겠죠. 상처도 많이 받지만.


꽤나 귀여운 영화입니다. 감독의 나르시시즘적인 자의식 과잉도 별로 보이지 않고요. 어마어마한 감동과 새로움의 도가니라고는 절대로 할 수 없지만, 간만에 방문한 하이퍼텍 나다의 소산으로 별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N.

극장에서 일한다. 말을 잘하지 못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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