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드라큘라

Dracula : Pages form a Virgin's Diary

장 웨이키앙과 타라 버트휘슬


가이 매딘의 영화들은 2003년 부천영화제에서 대거 소개되었지만, 이후 그의 영화들이 다른 영화제에 가끔씩 초청되곤 했어도 국내 영화팬들의 관심을 ‘충분히’ 끌지는 못했던 것 같다. 당시 부천영화제에서 가이 매딘의 장편영화는 단 한 편, 이 <드라큘라의 춤>을 보았는데, 이 사진에서 장 웨이키앙은 어쩐지 왜소하고 코믹해 보이지만(누구든 저렇게 입을 벌리고 있으면 얼굴이 망가져보이기 마련), 발레를 그대로 영화로 옮겨놓은 영화의 모든 장면에서 그는 더없이 부드럽고 우아하고 섹시하며 아름다웠다. 신체가 잘 훈련된 배우의 신체연기가 주는 쾌감을 극대화했던 영화로 기억. 발레를 옮겼으되 ‘영화’에 방점이 찍혀 있었고, 컷과 이미지를 구성하는 방식이 우리가 익히 아는 헐리웃의 방식과는 거리가 멀었으나 더없이 시각적이고 영화적이었으며, 가이 매딘의 대부분의 영화가 그러하듯 낡은 질감의 마치 옛 무성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매력이 있다. 거기에, 무려 동양인 드라큘라와 기골이 장대한 서양 미녀라는, 캐스팅된 배우의 인종이 주는 묘한 이질감과 새로이 삽입되는 맥락들까지, 굉장히 황홀해 하면서 보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영화의 구체적인 장면들은 별로 떠오르는 게 없다.


가이 매딘의 영화들을 언젠가 일별할 수 있는 기회들이 다시 올까? 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들뿐 아니라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영화들도 ‘흥행성’이 꽤 큰 기준으로 작용하는 오늘날이기 때문에, 그런 기회가 쉽게 올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게다가 가이 매딘은 또 한번 총천연칼라로 갔다 하면 눈 튀어나오게 환상적인 색감을 자랑하는 영화를 찍어버리기 때문에, 흑백이 됐든 컬러가 됐든, 무성영화 삘이 됐든 CG처럼 인공적인 색삘이 됐든, 웬만하면 시설 좋은 극장에서 보고 싶다. Wolverine님의 포스트와 그 댓글들을 보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옛 미니홈피 사진첩을 뒤졌더니 나오는 사진. 아마도 구글로 찾았던, 어느 해외영화제 페이지에 업로드됐던 걸 저장했던 것 같다. 여기에 올린 건 사이즈를 줄였지만, 무지막지하게 큰 사진으로 보관돼 있어 다행.

N.

극장에서 일한다. 말을 잘하지 못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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