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개봉작 – 2008년 1월 셋째 주

이번 주에는 작년보다 두 편이 적은 8편이 개봉합니다. 문제는 제가 이 중 본 영화가 단 두 편, 이 시리즈를 쓴다는 게 좀 민망하게 느껴지는군요. 이 중 저의 추천작은 <스위니 토드 :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인데, 이것도 실은 취향을 많이 타는 편이고 아쉬운 부분들이 있어 누구에게나 두루두루 추천할 수는 없지만, 취향이 엇갈린다 해도 봐서 그리 후회할 만한 영화는 아닙니다. 잔혹한 거 잘 못 보는 사람이라고 해도 별 무리없이 볼 수 있는 핏빛이고, 이 영화의 단점은 사실 누군가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영화 자체의 태생적 한계에 속하는 것이니까요. 못 본 영화들 중에서는 <퍼>와 <비트 더 드럼>이 땡기는군요.

이 주의 추천작

Sweeny Todd스위니 토드 :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
감독 : 팀 버튼 | 주연 : 조니 뎁, 헬레나 본햄 카터
연쇄살인을 하고 그 시체를 몰래 인육으로 쓴다는 식의 이야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횡행하는 괴담입니다. <스위니 토드> 역시 그런 괴담을 바탕으로 손더하임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화했습니다. 이 뮤지컬은 작년 가을에 국내에서도 라이선스 무대가 올려진 바 있죠. 한동안 애아버지 됐다고 지나치게 밝고 유쾌한 영화들을 찍던 팀 버튼과 조니 뎁이 둘 다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로 돌아온 것도 둘이 다시 팀웍을 이룬 것도 좋은데, 과거 팀 버튼의 ‘어두운’ 영화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이 영화가 살짝 배반감을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배우들도 감독의 연출력도 기술적으로는 훌륭하지만 팀 버튼을 팀 버튼답게 만들어주었던 개성이 사라지고 영화가 상당히 뻣뻣한 감이 있습니다. 게다가 무대 뮤지컬이 원작인 영화들이 의례 갖게 되는 단점도 분명 있고요. 그러나 이 영화가 대단히 훌륭한 볼거리를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뜨거운 것이 좋아
감독 : 권칠인 | 주연 : 김민희, 이미숙, 안소희
<싱글즈>의 권칠인 감독이 이번엔 여자 세 명을 데리고 돌아왔습니다. 이번 중심타자는 김민희, 물론 장진영에 비한다면야 호감도도 뭣도 상당히 떨어지지만, 의외로 김민희가 괜찮아 보인다면 권칠인 감독의 연출솜씨 때문입니다. 잇고 끊고, 치고 빠지고 하는 리듬감이 아주 좋아요. 대사들도 감각적이고 세련됐고, 해서 꽤 유쾌하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민희의 발음은 여전히 안습이고(대사의 반을 못 알아먹겠더군요. 극장 사운드 문제일까요? 다른 배우들 대사는 그래도 잘 들리던데.), 제목과 어긋나게 이미숙의 캐릭터는 지나치게 쿨하고, 모든 캐릭터들이 다들 허공에 떠 있어서 지금의 일반 여자들같지가 않아요. <싱글즈>에서 장진영과 엄정화 캐릭터는 꽤나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편이었는데…

미확인 개봉작


감독 : 스티븐 셰인버그 | 주연 : 니콜 키드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한동안 <퍼 : 다이안 아버스의 기묘한 앵글>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졌습니다만, 결국 <퍼>로 개봉을 하는군요. 사진작가 다이안 아버스가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하기 직전 3개월 가량을 픽션으로 꾸민 영화. 그러니까 얌전한 상류층 주부였던 사람인데 찍은 사진들은 기형 신체를 가진 이들 혹은 기괴한 사진들이라, 도대체 저게 어디서 나온 걸까, 식의 약간 속물적인 호기심에서 출발한 시나리오이지만, 선천적 다모증을 가진 기묘한 남자와 연애를 했을 거란 아이디어는 꽤 솔깃한 게 사실이에요. 게다가 <세크리테리>로 그로테스크한 유쾌함을 주었던 스티븐 셰인버그의 연출작이라면 꽤 믿을 만할 거라 생각합니다. 전 사실 재작년 즈음에 시나리오를 읽었습니다. 두 주연배우가 아주 잘해줬을 거라 기대를 하고 있는데, 이미 본 사람들의 평 중엔 좀 지루하다는 얘기들이 있군요.

비트 더 드럼
감독 : 데이빗 힉스 | 주연 : 주니어 싱고
흘깃 보아하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에이즈 캠페인 용으로 만든 영화인 모양입니다. 기본적으로는 고아가 된 어린 소년의 로드 무비로 틀을 잡고, 아버지의 죽음을 에이즈로 잡은 듯. 이런 류의 영화라면 꽤나 달달한 싸구려 휴머니즘을 설교들을 해댈 위험성이 있지만, 수입사가 유레카 픽쳐스라면, 그래도 어느 정도의 완성도는 갖춘 영화가 아닐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영화를 보기란, 그리 쉽지 않은 기회이기도 하고요.

에이리언 vs. 프레데터 2
감독 : 콜린 스트라우스, 그렉 스트라우스 | 주연 : 스티븐 파스케일, 레이코 에일즈워스
<에일리언> 시리즈와 <프레데터> 시리즈의 팬들이라면 전작인 2004년작이나 속편인 이 영화나 일단 무조건 보러 간다, 였을 것 같은데, 전 두 시리즈의 팬도 아니고, <프레데터> 시리즈도 불과 며칠 전에야 봤기 때문에 이 영화에 큰 관심은 없습니다. 사실 에일리언은 제가 영화사상 가장 끔찍하고 무서운 괴물로 꼽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보러 갈 용기가 안 나요. 하지만… 모르죠 뭐. <프레데터> 시리즈도 팬인 남친 덕에 봤으니까, 며칠 내로 2004년작을 본 뒤 이 영화를 보러가게 될지도… 아무렴 <클로버필드>보다 더 끔찍하겠어요?

굿 럭 척
감독 : 마이크 헬프리치 | 주연 : 제시카 알바, 데인 쿡
극장엔 못 갔지만 비디오로라도 <허니>를 챙겨본 건 다 제시카 알바 때문이었습니다. 애초에 미국에서도 흥행, 비평 양면에서 다 망했고, 해서 국내에서도 그냥 땜빵용으로 잠깐 거는 모양입니다만, 무려 로맨틱 코미디에 출연하는 제시카 언니라면,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겠지만 비디오나 디비디로라도 꼭 봐야겠다 결심하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적어도 저한테는요.

어린왕자
감독 : 최종현 | 주연 : 탁재훈, 강수한
탁재훈이 <내 생애 최악의 남자>와 같은 영화에서 괜찮은 정극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게 사실이지만, 탁재훈의 원톱은 아무래도 스타파워에 더 많이 기댄 감이 있습니다. 아트시네마의 친구들영화제 영화를 번역한답시고 결국 시사회를 넘겼는데, 평은 그리 좋지 않은 듯하네요. 내면에 상처를 가진 30대 남자와 어린 꼬마 사이에 눈물어린 우정 얘기라고 합니다.

러브 에스프레소
감독 : 알바로 디아즈 로렌조 | 주연 : 알레조 사우라스, 아시에르 에산디아
한 마디로 스페인판 <아메리칸 파이>라고 하네요. 솔직히 호르몬 과잉에 정자로 핏줄을 채운 듯한 그 나이 또래 남자애들이 어떻게든 한 번 해보겠다고 덤벼드는 이야기를 그닥 좋아하진 않기 때문에, 이 영화도 걍 그런가 보다… 하고 있습니다. 나오는 애들이 스페인의 엄청난 훈남들, 이라면 사정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N.

극장에서 일한다. 말을 잘하지 못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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