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개봉작 – 2008년 2월 첫째 주

한국영화가 무려 다섯 편. 역시 설 연휴는 설 연휴인가 봅니다. 주말과 바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어쨌건 이번 주말에 여세를 몰아야 연휴 때 대목장사를 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다음 주에도 개봉작들이 꽤 많습니다. 아무리 명절 대목 때라 해도 이렇게까지 한국영화 개봉작 수가 많은 것도 드문 일인데, 은근히 걱정되기도 하고요.

이주의 추천작은 단연 <원스 어폰 어 타임>. 포스터와 예고편에서 풍기는 오라가 어째 조잡한 쌈마이 코미디 같지만, 안 보시면 후회할 겁니다. (제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영화가 그리 많지 않죠.) 현재까지 평을 내놓은 사람들도 그냥 ‘오락영화’라며 별 주의를 안 주는 모양입니다만, 제가 보기엔 이거 대박 물건에 할 얘기도 무지무지 많은 영화입니다. <명장>과 <브릭> 역시 잘 만든 수작이고,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아쉬움이 많네요. (물론 기자시사회 때 반응을 반영해 편집이 좀더 됐다면 제가 본 버전보다 더 나아진 버전으로 개봉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주의 추천작

원스 어폰 어 원스 어폰 어 타임
감독 : 정용기 | 주연 : 박용우, 이보영
부정적인 뉘앙스로 사용될 수밖에 없는 ‘한국형 코미디’가 진화를 하면 이 정도 수준까지도 이를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영화가 풍기는 쌈마이 뉘앙스와 감독의 전작들(<가문의 위기>, <가문의 부활>)을 때문에 별 관심 안 보이시는 듯한데, 제가 보기엔 이거 정말 대박 물건인데다, ‘경성’을 그리는 방식이 아주 매혹적입니다. 경성은 원래 모든 영화 판타지가 가능한 공간 아니겠습니까. (<기담>이 왜 하필 그 시기를 잡았겠어요?) 게다가 그 공간의 그 무국적 혼란성을 영화의 캐릭터와 전체 분위기에도 적용시킬 뿐만 아니라, 심지어 각종 장르 관습들을 끌어와 마구 섞어대는 데에까지 능란하게 활용하고, 영화의 단점마저 오히려 장점으로 전화시키는 능글맞은 면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헐리웃의 고전 영화들의 장르 문법을 마구 가져와 응용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 좀 봤다 싶은 사람 눈에는 ‘영화에 대한 영화’로 보이기까지 할 정도. 뭐 제목부터 <옛날옛적 서부에서>에서 가져왔으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어메리카>에서 가져온 거 아닐걸요.) 꼭 보시길. 그리고 이 영화를 좋아하는 자신에 대해 전혀 부끄러워하지 마시길.

명장
감독 : 진가신 | 주연 : 이연걸, 유덕화, 금성무
태평천국의 난 때를 배경으로 의형제를 맺은 세 남자가, 피비린내 나는 잔혹한 전투장에서 영혼이 망가져가는 과정을 따라갑니다. 아무리 그럴 듯한 이상을 내세운다 해도 전쟁에 기반한 정치는 무자비하고 잔혹하며 인간을 파괴하고 만다는 그 상투적인 – 그러나 여전히 인간에겐 실천이 어려운 – 진리를 참 쓸쓸하고 애잔하게, 단순하면서도 선 굵게 이야기합니다. 세 차례에 걸친 대규모 전투씬도 그 정도면 나쁘지 않은 편. 진가신이 그리려 한 것은 <반지의 전쟁>이나 <트로이> 류의 박진감이 아니라 ‘학살’의 비극이기 때문에, 이 영화의 전투씬들의 ‘육중한’ 느낌은 매우 잘 어울립니다. 잘 통제돼 있고요. 그나저나 금성무는 이 나이를 먹어서까지 ‘순수한 소년에서 삶의 비애를 아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캐릭터를 맡는군요. 더욱 문제는, 그게 너무 잘 어울리고, 그 사람도 잘 한다는.

브릭
감독 : 라이언 존슨 | 주연 : 조셉 고든 레빗, 루카스 하스, 노라 제히트너
살해당한 여자친구의 범인을 알아내기 위해 탐문조사를 벌이면서, 결국 근방의 로컬 마약조직 리더와 맞장을 뜨고, 그의 눈에 들어 조직에서 ‘브레인’으로 머리를 빌려주는 척하면서 결국은 영리한 계획과 정치력으로 조직을 붕괴시켜 버리고 경찰에 넘기는 탐정 이야기입니다. 골때리는 건 이게 도시가 아닌 한가로운 시골의 고등학교 배경이라는 것, 당연히 주인공과 다수의 등장인물들도 고등학생이란 사실입니다. 저 마약조직 리더는 26살의 딱 ‘동네 못된 형’인데, 근데 그 리더도 자기 어머니한텐 아가 취급을 받습니다. (“우유 줄까, 쥬스 줄까?”) 여기서 기묘한 유머와 먹먹한 서글픔이 동시에 발생하며 상당히 낯선 재미를 줍니다. 그리고… 좀 무섭습니다. (아무렴 미국의 고등학생들이 정말 저렇게 조직적으로 마약 팔고 다니는 건 아니겠죠…) 기본적으로 아주 영리하고 잘 짜여진 각본이고요.

Brick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감독 : 정윤철 | 주연 : 황정민, 전지현
캐스팅이 황정민, 전지현이다 해서 떠들썩했지만 알고보면 상당히 작고 소박한 영화. 이런 영화는 사실 일급 스타를 붙이면 안 되는데, 그래서 더 어긋나 버리는 느낌. 뭐 전형적으로 ‘미친 놈의 미친 짓을 통해 안 미친 인간들의 미친 짓을 비추어 보는’ 영화, 나아가 미친 놈의 미친 소리가 사실은 나름의 근거가 다 있는 영화, 인데요. 중반까지 잘 나가다가 후반 가면 아주 질질질 끄는데 숨이 턱턱 막힙니다. 보고 나와서 친구와 20분만 잘라내지, 감독이 전지현을 너무 이뻐라 해서 저렇게 전지현 위주로 후반을 끄나, 싶었는데, 역시 기자시사회 반응이 안 좋았는지 이후에 10여 분을 더 잘라냈다고 합니다. 재편집본은 확인 못 해봤지만, 확실히 잘랐다면 나아졌겠지 싶어 ‘나머지들’이 아닌 ‘추천작’으로 분류합니다.

이주의 난감작

더 게임
감독 : 윤인호 | 주연 : 신하균, 변희봉
신하균은 운이 나쁜 건지 시나리오 보는 눈이 영 없는 건지, 잘 풀리지가 않네요. 처음 설정은 아주 좋았습니다. 사금융 최고의 큰손과 젊고 가난한 거리의 화가가 몸이 바뀌어요. 근데 문제는, 바뀌고서… 아무 것도 안 하네요? 러닝타임 중반을 그냥 시간 떼우면서 질질 끌다가, 엔딩 맺을 때 되니까 몸 돌려달라고 내기 한번 더 하잡니다. 밑에 <라듸오 데이즈>는 엉성해도 플롯이란 게 있습니다만, 이 영화는 그딴 거 없습니다. 게다가 큰손다운 능글하고 교활한 경륜과 재력을 갖고 있던 사람이 젊은 몸까지 손에 넣었으니 뭐든 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짓이… 고작 나이트 가서 돈 뿌리고 술마시며 여자 사는 거랍니다. 이딴 식이니까 소위 된장녀라 찍힌 여자들로부터 “하여간 남자란 종자는 아메바” 소리를 들어도 억울할 게 없는 겁니다. 남자란 원래 이렇게 하등동물이야, 라고 보여주는 거 대부분 남자들이걸랑요. 하여간 이 영화에서의 신하균과 변희봉의 연기는 한 마디로 ‘돼지 목의 다이아 목걸이’입니다. (이 영화는 그럼에도 설정 자체에 대해 할 얘기가 있어서, 감상문을 따로 쓸 예정입니다.)

라듸오 데이즈
감독 : 하기호 | 주연 : 류승범, 김사랑, 이종혁
맥아리 없고 질질질 끌고. 이렇게 좋은 소재를 이렇게 망쳐먹다니요. 도대체 왜 ‘경성’인 겁니까? 컷 하나하나가 다 허합니다. 늘어지고, 편집도 후지고, 캐릭터들 다들 별 개성없이 흐리멍덩하고. 착한 영화랑 흐리멍덩한 영화는 서로 다른 겁니다. 그래놓고 막판에 뮤지컬 시퀀스로 떼우면 다랍니까? 승범이가 아무리 귀엽다고 해도, 아성이가 아무리 깜찍하다고 해도, 절대 용서가 안 됩니다. 이종혁이 맡은 캐릭터인 K는 최악이더군요. 정확히 <원스 어폰 어 타임>에서 일명 ‘임정37호’를 그려낸 방식과 정반대. 코미디 영화에서 엄숙하고 진지한 캐릭터는 썰렁한 바보가 되기 십상입니다. 그래 독립군 캐릭터를 저질 우스개거리로 만들어놓고 그걸 유머 감각이라고 생각한 겁니까?

기냥저냥 나머지들

행복한 엠마 행복한 돼지 그리고 남자들
감독 : 스벤 타딕켄 | 주연 : 요르디스 트리벨, 위르겐 보겔
작고 귀여운 영화이긴 한데, 큰 매력은 못 느꼈던 영화입니다. 어쩌면 <클로버필드>를 보고 난 직후(아마 10분 쉬다 들어갔나…)에 봐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2003년 부천영화제에서 <우리 오빠는 뱀파이어>를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이 영화를 챙기시길. 그 감독의 영화니까요. 마지막 엔딩은 <우리 오빠는 뱀파이어> 때처럼 쇼킹하게 맺더군요. 이거 이 사람 습관인 건지 뭔지…

내 사랑 유리에
감독 : 고은기 | 주연 : 강희, 고다미, 김준배
자폐증 소통불능 상태의 영화들에게 좋게좋게 붙여주는 타이틀이 보통 ‘초현실적’ ‘몽환적’ 어쩌고죠. 제가 독립영화에 무지해서인지 모르겠으나 극장에서 앉아있는 게 좀 힘들었던 영화였습니다. 여자는 성녀 아니면 창녀, 공식이 그대로 적용되는, 남자들의 여성 판타지를 그대로 반영하는 동시에, 남자가 여자를 소유하는 방식이 꽤 솔직하게 드러납니다. 권위의 이름으로 착취를 하거나(네 몸을 팔아 내게 돈을 내놔!), 사랑의 이름으로 봉사를 요구하거나(낮엔 성녀, 밤엔 나만을 위한 창녀가 돼주오?). 청순한 얼굴과 긴 머리, 수줍음 타며 순수한 성격, 그리고 글래머의 S자 몸매와 죽여주는 방중기술. 젊은 남자가 젊은 여자 연인에게 요구하는 모든 것. 그래도, 솔직하니까 차라리 낫더군요. 가식까지 떨었다면 한 대 때려주고 싶었을 겁니다. 

미확인 개봉작

나쁜 여자 길들이기
감독 : 이레나 파블라스코바 | 주연 : 다니카 유르코바, 카렐 로덴
정체를 모르겠습니다. 체코 영화래요. 제3국의 영화들이 선정적인 포스터에 선정적인 제목을 달고 필름포럼에서 연이어 계속 개봉하는 걸 보는 기분은 참 아햏햏합니다.

N.

극장에서 일한다. 말을 잘하지 못해 글을 쓴다.

13 Comments

  1. 오옷, 예상치 못한 영화에 추천작이니 눈이 번쩍 들어옵니다!+_+
    (그러고보니, 설 연휴였군요. 다음주가..-_-;)

    실은, 바로 ‘오늘’ 내사랑 유리에’ 첫번째 시사회(일반관객대상)을 보고 왔는데,
    제 느낌이 딱, 저 위에 써진 글 같습니다.(나중에 글 써서 트랙백 걸겠습니다앗!ㅋ)
    독립영화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나름 ‘애정’이 있고,
    최근에 본, < 하해방전선>은 매우 재미있게 보았고, < 한당들> 또한 낄낄거리며 보았는데..
    이번에 본 < 사랑 유리에>은 매우 ‘불편하게’ 만든 영화였습니다. 같이 본 분은 ‘마초’적인 느낌이라고 말했고.
    저도, 저게 사랑인…가?-_-;; 라는 생각이 자꾸 들게 만들었어요.
    …뭐랄까. 영상은, 하나하나의 ‘장면’들은 제법 ‘동화’같았는데 말이죠. 쩝.

    • 저도 제가 저 영화를 이주의 추천작으로 밀게 되리라곤, 영화를 보기 전까진 몰랐답니다. 영화가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공이 많이 들어간 거 같아요. 의열단 얘기하며… 피상적인 독립운동가를 그리는 게 아니라(< 듸오 데이즈>에서 딱 그러더군요.), 정말로 자료들을 성실하게 많이 찾아보고 공부한 티가 나요. 그러면서도 범죄영화와 유쾌한 사기영화, 스파이영화, 서부영화, 버스터 키튼 혹은 성룡식 액션에 오우삼식 권총액션까지, 갖가지 다양한 장르의 문법들을 마구 섞어서 아주 경쾌하게 잘 활용하면서 시침 뚝 떼고 가장 대중적인 오락영화를 만들어 내놨으니, 보는 저로선 너무 신나서 미치고 환장할 일이죠. 한 마디로, 아는 만큼 많이 보이는 영화입니다. 지금 감상문 쓰고 있는데 너무 길어져서 줄이느라 애먹는 중입니다.

      < 사랑 유리에>는… 그래도 뭐랄까, 그냥 ‘나 사실 이런 판타지 갖고 있어요’라며 수줍게 펼쳐보이는 식이라서, 불편하긴 해도 화가 나진 않더라고요. 넌 그런 영화 만들어라, 난 씹을 권리가 있다, 랄까요. 하하;; < 하해방전선>은, 주인공 영재가 상당히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이긴 해도 뭔가 소통을 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데, < 사랑 유리에>는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인 판타지에 가까우니까… 사랑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결국 상대에게 다가서지 못한 채 자기 안에서만 맴돌다 혼자 끝나는 감정에 불과하죠. 그냥 미성숙한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낸 영화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제가 그런 미성숙한 욕망의 얘기를 굳이 들어줄 여력은 안 된다는… 흐흐.

  2. Pingback: True&Monster
  3. 와이프가, 친구 만나서 영화 본다고 하길래 잽싸게 방문했습니다. 그리곤, ‘원스어폰어타임’ 봐라,라고 자신있게 전해주었습니다. ;-) 저 같은 사람이 많을테니 앞으로 더욱 긴장하셔야 할 듯. ㅎㅎ

  4. 일단 브릭이 가장 보고 싶기는 한데, 의외의 추천작을 내미시니 이것도 또 슬그머니 관심이 가는군요^^; 경성이 무대인데다 갖은 장르문법을 잘 썩어넣었다 하시니, 눈요기에 약하고 잔재미 밝히는 소심한 관객은 가문 시리즈 감독의 새 영화였냐며 코웃음치다가 180도 돌아서서 갑자기 기대감이 솟아오릅니다^^;; 유리에인지 하는 것은….잠시 김기덕 감독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ㅇ;

  5. 여울바람 / 스팸 트랙백들의 공격 때문에 트랙백추적 플러그인을 다시 켜놨더니 곧바로 휴지통에 가 있더군요. 살려냈습니다.

    nova / 허곡. 정말 긴장되는걸요;;;

    북극찐빵 / 명장, 브릭, 원스어폰어타임 다 영화가 좋습니다. 다만 원스어폰어타임이 영화에 비해 너무 홀대를 받고 있는 것 같아서 상대적으로 마음이 더 간달까요. 절대로 제가 박용우 넘넘 좋아~ 모드여서만은 아닙니다 하하;;

  6. 와이프가, 원스어폰어타임 정말 재밌게 봤다고 전해달랍니다. 놓친 장면이 많아서 한 번 더 보고 싶다고 하네요. 다만, ‘이게 뭐야’라고 말하는 친구 몇몇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감상이 극과 극을 달린다고 하더군요. 어떤 영화이길래 그러나 싶어 저도 조만간 볼 생각입니다. ;-)

    • 에공, 다행이네요. 재미있게 보셨다니…
      사실 정말 긴장했었거든요. 게다가 어젯밤에 다시 봤는데, 두 번째 보니까 좀 얼기설기한 부분이 보이더라고요. ;;

  7. 유명 사이트라 트랙백 걸면 손님 들까 싶어 걍 댓글만 간단히 건다.
    《원스 어폰 어 타임》이랑 《명장》 봤다. 좋더라.

    • 언니 글 봤어요. 박용우가 비중이 너무 크다고 느끼신 건, 오히려 박용우의 전체 영화 장악력의 부족 때문이 아닐까요? 단적으로 그 거울씬만 해도 “나 열라 섹시하지?”의 자뻑모드로 뻔뻔하게 가야 매력이 사는데 배우 스스로 디게 민망해하는 것 같더라고요. 캐릭터 자체가 그런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야 하는데 뭐랄까, 그런 캐릭터 특유의 느물거리는 매력을 배우 스스로 먼저 느끼하게 여긴 것 같은… 제가 그런 캐릭터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게다가 충분히 멋진 사람이 대체 왜 그러는지! (그러나 박용우의 그 자신없음도 웬지 이해가 가는 듯한… 오히려 귀엽게 보이는… 이것은 바로 박용우 빠모드. 흐흐)

      박용우의 오봉구 캐릭터는, (실생활에선 전혀 감당 못 하지만) 영화에서만큼은 제가 완전 껌뻑 넘어가는 아주 이상적인 캐릭터예요. 다시 보니까 영화가 좀 어수룩해 보이긴 한데, 그래도 또다시 장면 하나하나 되새기며 혼자 실실대며 좋아하고 있다죠.

    • 어, 나도 그거 고민. 그래서 박용우가 원톱을 하기는 무리인가 싶었던 건데, 그래도 역시 영화 자체에 좀 무리가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원톱은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 다른 짜임이 좀 더 단단했다면 박용우의 원톱도 더 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거든. 정말 혼자 뛰는 느낌이야. 다른 이들이 부족하단 건 아닌데, 말했다시피 각자 자기 구역에서만 조금씩 뛰는 느낌이어서.
      그나저나 박용우 스스로 쑥쓰러워한다는 말은 공감된다. 그 거울에서 내가 민망했던 이유가 배우 스스로 난처해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해. 귀여워라. ^^

    • 내친 김에 < 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를 봤는데, 다른 배우들 틈에 조용히 묻혀서 별 존재감을 안 드러내더라고요. 본인이 그런 역을 선호하는 거 같아요. 다른 기쎈 배우들 뒤로 숨어버리는. 음. 근데 < 스 어폰 어 타임>에서 박용우 역할은 느끼남 계보에서도 꽤 독특한 면이 있어서, 그 면을 좀더 개발해서 보여줬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습니다. 뭐랄까, 대체로 느끼남을 연기하는 많은 다른 배우들이 강한 존재감과 잘난척+거만을 두르고 그 뒤의 소심함으로 느끼남을 중화시키는 경향이 있다면, 박용우의 캐릭터는 귀여움으로 중화시키는데 이게 굉장히 재밌어서요. 클루니처럼 아이같은 천진함과 팬시함으로 중화시키는 것도 좋고요.

      (이렇게 쓰다보니 저 정말로 느끼남 캐릭터들을 아끼는 거 맞군요. 하긴, < 타워즈>도 느끼남 한솔로 때문에 푹 빠졌었던 역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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