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개봉작 – 2008년 2월 둘째 주

연휴라고 댕글거리고 놀다 보니 깜빡 하고 있었네요. 수요일부터 연휴 시작이었던지라 설 연휴 극장가 전쟁은 이미 지난 주부터 시작됐고, 이번 주에 새로 개봉하는 영화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지금도 아마 지난 주에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더 게임>과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각축을 벌이고 있을 거고, <원스 어폰 어 타임>과 <라듸오 데이즈>는 그럭저럭한 성적을 차지하고 있겠지요. 새로 개봉한 영화들이 이 경쟁판에 대단한 변수가 되지는 못할 듯. 오히려 다음 주에 개봉하는 영화들이 좀더 흥미로운 영화들이 많은지라 그때가 돼야 좀 파란이 날 거예요. 어쨌건 이번 주에는 한국영화 두 편, 외화 세 편이 개봉합니다. 아쉽게도 이 중 제가 본 건 두 편뿐. 게다가 그 두 편도 남에게 딱히 추천하고픈 영화는 아니네요. 풍요 속의 빈곤이라 해야 할까요. 연휴 때면 언제나 ‘대마’가 돌풍을 일으키곤 했는데 이번 설은 영화 편수는 많지만 딱히 대마라 부를 수 있는 녀석은 없으니 말입니다.

이주의 추천작

추천작이 없습니다. 지난 주에 추천해 드렸던 <브릭>이나 <명장> 등을 보심이 어떠신지요?

이주의 난감작

6년째 연애중
감독 : 박현진 | 주연 : 김하늘, 윤계상
제목에서도 보이듯 장기 연애를 하고 있는, 그래서 더이상 두근거림이나 설렘이 아니라 ‘일상’이 된 관계를 맺고 있는 두 남녀의 그 ‘일상의 연애’를 보여주는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만, 그건 몇 마디 대사들로 떼우고, 곧장 각자 바람피우는 에피소드로 가더군요. 뭐 커플이 오래 사귀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무의식적으로 자극을 바라는 나머지 일부러 나쁜 선택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만, 그걸 그리는 방식마저도 이렇게 진부해야 하는 걸까요. 애초 영화의 목적과 의도를 스토리가 전혀 따라가지 못한 케이스, 저는 김하늘을 좋아하진 않지만 이런 캐릭터, 즉 적당히 평범하고 적당히 잔머리 쓰며 적당히 앙큼을 떠는 젊은 여자를 그리는 연기엔 김하늘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생각하고 윤계상 역시 앞으로 좋은 배우가 될 수 있겠다 생각은 합니다만, 공감할 만한 대사 몇 줄 있다고 이런 식의 안이한 영화에 그렇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진 않습니다.


기냥저냥 나머지들

빨간 풍선
감독 : 허우 샤오시엔 | 주연 : 줄리엣 비노시, 송팡
허우 샤오시엔의 영화를 이 분류에 넣는 것이 일부 사람들에겐 심지어 ‘불경’으로조차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비정성시>를 아직까지도 보지 못한 저로서는, 이 영화만으로는, 그냥 흥, 하게 되네요. 아무리 제가 중간에 졸았다고 하지만, 느린 카메라, 특별한 사건이 없는 스토리 때문만은 아닙니다. 확실히 ‘일상적인’ 연기를 하는 줄리엣 비노시의 외모도 연기도 참으로 아름답고, “카메라가 손이 되어 만진다”는 씨네21의 정한석 기자의 20자평에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그 따뜻하고 나른한 풍경들은 대단히 팬시하게 조작된 감성만 (풍선처럼) 떠다는 게 아닌가, 하는 게 제 솔직한 심정. 줄리엣 비노시가 히스테리를 부리는 장면마저도 팬시하게 감상적이에요. 저에겐 그 팬시함이 현자의 여유보다는 퇴행으로 느껴집니다.

미확인 개봉작

찰리 윌슨의 전쟁
감독 : 마이클 니콜스 | 주연 : 톰 행크스, 줄리아 로버츠,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마이클 니콜스 감독의 신작이라면 당연히 가서 확인을 해야 할 터이고, 오랜만에 컴백한 줄리아 로버츠도, 제가 원체 좋아하는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도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만, 시사회를 고만 놓치는 바람에. (지난 주는 컨디션이 안 좋아서 줄줄이 영화들을 쨌다죠.) 주말에라도 보러 갈 수 있음 좋겠군요. 어차피 오래 상영은 못 할 것 같으니.

마지막 선물
감독 : 김영준 | 주연 : 신현준, 허준호
스토리라인은 꽤 재미있어요. 전 강력한 눈물을 제공하는 정공법의, 대놓고 신파영화들도 꽤 좋아합니다. 하지만 감독이나 배우의 이름들은 그닥 신뢰하진 못 하겠어요. 뭐 꼭 이런 이유로 시사회를 짼 건 아니지만, 어쨌건… 그렇게까지 보고싶은 영화는 아닌데, 전체적인 평들은 어떤지 모르겠어요. 의외로 괜찮다는 얘기가 나오면 확인할 생각입니다만, 별로 그럴 것 같지가 않아서…

크레이지
감독 : 장 마르크 발레 |  주연 : 마크-앙드레 그롱댕, 미셸 코테, 다니엘 프룰
캐나다 특히 퀘백 지역의 영화들이 간간이, 하지만 꾸준히 한국에 수입되고 있는 듯합니다. 지난 번에 개봉했던 영화 <마이 걸, 마이 엔젤>도 미셸 코테가 주연을 맡은 영화였는데, 이 영화도 그렇군요. 재밌을 것 같긴 한데 개봉관이 서울 세 곳이군요.

N.

극장에서 일한다. 말을 잘하지 못해 글을 쓴다.

6 Comments

    • < 장>은 사람에 따라 평이 살짝 갈리는 분위기더군요. 저는 굉장히 좋았습니다만. < 릭>은, 좀 낯선 느낌이긴 하지만 꽤 재밌고 신선한 자극을 드릴 거라 장담합니다. 다만 등장인물들이 다 고등학생이라 살짝 ‘애들 장난’ 같은 느낌이 있어요. 그게 이 영화의 매력이긴 합니다만, 어떤 분들껜 매력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세라비 님께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

  1. 명장이 다음 주까지 걸려 있을까 살짝 걱정된다. ㅠ.ㅠ

    • 그러게요. 흥행이 거의 안 되고 있고 영화 편수는 많으니… 2/14일에 영화들이 또 대거 개봉해요.

  2. 마지막 선물은 알려졌다시피 단막극 “귀휴”가 영화화 된거고. 드라마작가 지망생들 사이에서는 교과서가 되다 시피 한 작품인데. 글쎄. 누군가는 TV는 Cool하고 영화는 Hot 하댔다지만. (맥락은 다른 의미겠지만) TV는 Hot 하고, 영화는 Cool한 것 같아. TV드라마에 나올 법한 가슴 뭉클한 얘기를 영화에서 했다간 촌스럽다 소리 듣기 딱 인듯. 그래도 워낙 귀휴를 좋게봐서 기대는 됨. (기대 된다고 보러 갈껴?)

    • 아, 교과서로까지 여겨지는 작품이구나. 정작 그 단막극은 못 본 거 같다. 그냥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내용이라 생각은 했지. 사실 이게 영화화된 시점이 좀 뜬금없단 생각이 들긴 하다. 영화란 게 어떤 경향과 트렌드란 게 있기 마련인데, 음, < 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뒤를 이은 건가…?

      단막극이 원작이라면 더더욱 보러 가기가 두려운걸. 단막극이 영화화되는 건 일단 러닝타임만 놓고 생각해 봐도… 게다가 감독과 배우의 이름이 어째 좀. 최근 < 문의...> 시리즈 출신 감독이 만든 < 스 어폰 어 타임>을 좋아라 하는 경험을 하고 있으면서도 이런 식의 편견을 작용시키는 게 스스로도 좀 우습긴 하지만.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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