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인태 | 무인 곽원갑

아름다운 사람, 이연걸

Fearless. 초인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이다.

그렇게까지 큰 기대를 하고 간 건 아니었는데, 그만 <무인 곽원갑>을 보고 엄청 감동을 받아 눈물을 뚝뚝 흘려버리고 말았다. 물론 내 반응이 다른 사람들과 그리 비슷하지 않은 경향이 있다는 건 알지만, 내 옆자리에 앉은 어떤 여자관객 역시 영화 중반부터 훌쩍거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전한다면, 내 반응이 그리 뜬금없는 것만은 아니리라. 영화를 같이 본 J.도 이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나는 새삼 “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해도, 진심을 다해 만든 영화의 강력한 힘”에 대해 생각했다.

몇년 전엔가 “내가 배워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라는 제목의 책이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정말로 그렇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야 할 가장 기본적인 도덕들과 자세를 모두 어릴 적 배운다. 그러나 이 단순하고 간명한 진리, 예컨대 “사람은 서로 어울려 살아야 하며 다른 이들을 존중하며 살아야 하고, 무술 배우는 것을 싸움질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약한 사람들을 도우는 데에 목적을 두어야 한다.”와 같은 교훈을, 삶을 살아가면서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어쩌면 우리의 삶 자체가, 어릴 적 배웠던 이 고리타분한 진리들을 하나하나 몸으로 배워가며 깨닫고 실천하기 위한 지난한 과정인지도 모른다. 곽원갑이 보여주는 삶 역시 그러하다. 그는 중국인들의 민족적인 영웅이기도 하지만, 진정으로 자기자신에게 있어 영웅이었다.

<무인 곽원갑>은 말하자면, 실존인물이었던 곽원갑의 삶에 투사된 배우 이연걸의 일종의 자기고백서처럼도 느껴진다. 언젠가 이연걸이 영화계를 은퇴하고 절로 가겠다고 했던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러한 이연걸의 마지막 영화가 이것인 이유를, 알겠다. 무도란 몸과 마음을 동시에 수련하는 것이라 하는데, 그것은 예컨대 지식인이 철학을 하는 이유나, 종교를 가진 자가 신앙에 매진하는 이유와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곽원갑은 엄청난 시행착오 끝에 경지에 다다른 사람이고, 이연걸 역시 영화를 통해 그러한 것처럼 보인다. 이 영화에서 느껴지는 심지어 ‘경건한 분위기’는 사실, 어떤 분야이든 자기 분야에서 죽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어릴 적 배운 삶의 지혜를 다시금 몸으로 깨달은 자들이 외칠 수 있는 메시지에서 기인하는 것일 것이다.

무협씬을 빼놓을 수 없겠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펼쳐지는 대결씬, 그리고 중반에 곽원갑과 진사부가 펼치는 대결씬, 마지막에 일본인 무사와 펼치는 대결씬은 역동적인 힘과 스피드뿐만 아니라, 진정 경지에 다다른 자가 보여줄 수 있는 부드러운 아름다움도 함께 느낄 수 있다. 기술만을 수련한 자가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이 아니다. 이것은, 그 무협을 몸으로 펼쳐보인 이연걸이나 그 화면을 잡아내 보여주는 감독 이하 영화스태프들이나, 오래묵은 할아버지의 지혜와 같은, 정신과 인생을 수련한 자가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이다. 한편으로는 소위 “마샬아트”의 “테크닉”만을 가져다 써먹는 헐리우드의 근간의 액션영화들에 대한 준엄한 경고장일지도 모른다.

N.

극장에서 일한다. 말을 잘하지 못해 글을 쓴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