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치 시노부 | 스윙 걸즈

청춘찬가

희망과 열정을 전염시켜 드립니다!

“여고생”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라는 건 사실 대단히 사회적인 코드에서 조직된다. 예컨대 “낙엽이 굴러가는 것만 봐도 ‘까르르’ 웃는다”는 여고생의 이미지를, 혹자들은 발랄하고 예쁜 순수의 상징으로, 혹자들은 시끄럽고 골빈 것들로 해석하는 건, 지극히 사회적인 기준에 기반한다. 음악 한다고 하면 고뇌와 반항이 뒤섞인 심각한 표정으로 락이나 메탈을 하거나 아니면 클래식을 해야 진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발랄한 이 소녀들이 (재즈라고는 해도) 스윙을 하게 되는 과정이 그런 식의 묘한 상상의 선입견과 맞아떨어지면 대략 난감한 상황을 연출한다. 야구치 시노부 감독에게 대단하다 느낀 건, ‘교복입은 여고생’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편견대로 이용하면서도  그 생동감과 어여쁨을 최대한 드러내는 이미지 조직 방식이었다.

삶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것, 인생을 걸 만한 것을 찾고,그것을 위해 모든 역경과 고난을 넘으며 자아를 찾고 행복을 찾는 것, 우리가 평생 기대하고 시도하는 게 바로 그것일 게다. 그걸 맹렬히 열심히 찾아가는 아이들이 너무 예뻤다. 악기를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가전제품 팔고, 해서 얻은 낡디낡은 악기를 뗌빵으로 고치고, 어떻게든 부딪혀보고자 하는 아이들의 열정과 (어찌 보면 무모해 보이리만치) 저돌적인 용기가, 내심 부러웠다. 바로 저게 제대로 사는 모습일텐데, 난 이제껏 숨을 쉬되 제대로 살아본 적이 없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 아이들이 그렇게 무대포로, 하나를 위해 질주할 수 있었던 건 딴생각 않고, 괜히 고심한답시고 후까시 잡지 않는 발랄한 아이들이어서일 게다. 옆친구 잘 하는 거 질투하고, 그래서 몰래 연습하고, 몰래 음악실을 기웃거리고… 그런 힘은, 자기자신을 더없이 긍정하고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빛일지도 모른다.

시도하고 노력하는 이들 모두가 이 아이들처럼 만족과 행복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건 물론 아니겠지. 현실은 나름 잔혹하고 쓰니까. 그런 노력과 시도에도 실패를 맛본 이들의 절망이나 좌절이 실은 더 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패가 무서워서 시도하지 않는다면 그건, 어차피 죽을 거 살 필요 없다는 거나 같은 얘기일 거다. 이 아이들한테서 한없이 빛이 나는 건, 얘들이 훌륭한 연주자가 되어서가 아니라, 그 곡을 마침내 연주해 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음악이 주는 진정한 쾌감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느낄 뿐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그걸 전달할 수 있다는 뿌듯함 때문일 것이다. 비록 악기는 초라하고 연주 중간 삑사리는 나더라도.

아무리 천재라도 노력하는 이 당할 자 없고, 아무리 노력해도 즐기는 이 당할 자 없다 했다. 자기들이 좋아서 자기들 스스로 노력하고 길을 찾아 힘차게 걸어온 이 아이들의 음악이야말로, 진짜 음악의 힘, 진짜 음악의 정신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삶이란 걸 사는 제대로 된 방식일 거다. 진짜배기 삶. 그러므로,

스윙 걸즈 앤 어 보이, 파이팅!!

N.

극장에서 일한다. 말을 잘하지 못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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