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써니 만 | 틴 스타

작고, 아름답고, 현명한.

Original Poster로 추측된다만…

(극장에서 필름으로 보지 못한 것을 애도하며…)
관록의 헨리 폰다(이 사람이 이렇게 잘 생겼었군!)와 불안정하고 어설픈 만년 청춘 앤서니 퍼킨스의 조합은 곧장 유사 부자 관계로 이어진다. 마을 원로들에게 쥐어살면서 마을 양아치 놈 하나 처치하지 못해 위협 당하면서도 보안관 뱃지, 일명 틴스타만은 절대로 내놓지 않겠다는 어리버리 찌질한 보안관 지망생 벤 오웬즈(앤서니 퍼킨스)를 어쩌다가 현상금 사냥꾼 – 알고 보면 보안관 출신 – 인 모건 힉맨(헨리 폰다)이 쓸만한 보안관으로 훈련시켜 준다는 게 이 영화의 큰 줄기이지만, 그 안에는 19세기 말 ~ 20세기 초 미국 서부가 받아들여야 했던 새로운 가치관과 이로 인한 혼란 등이 적절히 녹아있다. 백인 중심의 원주민(당시엔 ‘인디안’) 차별 및 탄압의 관습과 공존과 공생의 요구의 충돌이랄지, 소위 명예와 자존심, 기독교적 가치관 등에 기반한 암묵적 합의의 관습법의 시대에서 국가 권력이 개인에게도 적용되면서 요구된 성문화된 법과 질서에 대한 존중의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존재하기 마련인 충돌이랄지. 존경받던 마을 원로들은 죽거나 결정적 순간에 꽁무니를 내뺌으로서 몰락하고, 이제 실력과 능력과 소위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된’ 관리, 혹은 국가권력의 대리자가 새로운 권력을 얻는 시대이다. 이제 나이빨 갖고는 안 되는 것이며, 외지 출신이라고 무조건 배척할 수도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리하여 영화는 “백인 의사”를 살해한 “인디언 형제”들이 “법과 질서를 수호하고자 하는 젊은 보안관”의 노력으로 “그들을 공개사형 시키자고 선동하는 마을의 백인 양아치 골칫덩이를 제압”하고 새로운 질서를 찾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보안관으로서 기술과 후까시를 전수한 모건 힉맨은, 인디안 혼혈인 아들을 둔 아름다운 백인 과부와 그새 눈이 맞아 마을을 함께 떠난다. 공식적인 작별 인사를 받으며.

스페인 포스터인 듯.

물론 ‘폭력의 피카소’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을 얻었던 샘 페킨파의 영화들이 좀더 사람들의 관심과 매혹을 얻는 건 당연할지 모르지만, (물론 나도 그 중의 하나이지만,) 고리타분한 주제를 가진 데다 소박하고 순진하기 짝이 없는 이 영화가 그래도 마음에 들었다. 이것과 함께 본 <윈체스터 ’73>하고만 비교해 봐도 <틴스타>가 소품임은 분명하고, 캐릭터나 이야기나 영 맹숭맹숭한 것도 사실이다. 양아치를 제압하는 게, 어느새 자신감을 갖춘 앤서니 퍼킨스가 정면대결하면서, 그의 따귀를 갈기는 것을 통해서다. (저기, 이거 서부영화라며!!) 하지만 총을 뽑아들지 않고도, 아니 오히려 총을 옆엣 사람에게 넘겨주고 비무장의 상태로 악당에게 다가가 빰을 갈길 수 있는 그 후까시가 진정으로 멋진 사나이의 카리스마임은 분명하다. 그 카리스마는 단순히 상대방뿐 아니라, 깊은 생각 없이 양아치가 벌이는 축제(?)의 판에 끼어들고자 했던 이들을 각성시키고, 그들을 ‘정신적으로’ 제압할 줄 아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얌전 범생의 상상 속에선 어쨌건 그렇다. 그게 통할 거라 믿는 그 순진함, 그 소박함. 나름 귀엽지 아니한가 말이다.

앤써니 만 감독은 그러나, 후일에 ‘와이드 스크린’의 역작이라 불리는 <엘 시드>나 <로마 제국의 몰락>을 연출한 감독이기도 하다. 그의 서부영화는 그렇기에 그의 경력 중 일부일 뿐이며, 그가 샘 페킨파같은 폭력의 시를 보여주지 않는다고 해서 연출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니까. 연출은 나름 잘 짜여져 있고, 카메라를 움직이는 방식은 지금의 ‘무조건 카메라만 흔들면 박진감이 만들어지는 줄 아는’ 철딱써니 감독들의 영화에 질린 사람이라면 안정된 움직임과 짜임새의 장면을 조직할 줄 아는 감독이 선사하는 고전적인 미학의 화면에 나름 은근한 쾌감도 느낄 터이다. 개인적으론 존 웨인의 서부영화보다 앤서니 만쪽이 더 재밌다. (저기, 비교 대상이 아니잖아, 비교대상이! 엉?!)

ps. 이 영화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2006년 4월 1일부터 4월 9일까지 열린 “황혼의 서부 – 앤서니 만, 샘 페킨파 서부극 특별전’에서 상영되었습니다.

N.

극장에서 일한다. 말을 잘하지 못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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