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만 | 윈체스터 ’73

제임스 스튜어트의 발견.
혹은 전형적 플롯을 가진 착한 서부영화는 어떤 모습인가?

Winchester ’73

오프닝 자막에 의하면 윈체스터 ’73은 총 쏠 줄 안다 싶은 넘들은 카우보이고 보안관이고 군인이고 할 것 없이, 심지어 인디언들도 탐을 내던 명기 중의 명기라고 한다. 밀리터리 매니아들에게는 익숙한 “원 오브 싸우전드 (One of Thousand)”라는 말을 익히게 된 게 이 영화를 통해서인데, 이건 천 혹은 이천 자루 중 하나 나오는 완벽한 총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그랜트 대통령과 흔히 ‘버팔로 빌’로 알려져있던 총잡이(이름밖에 모른다;; 본 서부영화도 별로 없다;;)만이 이 총을 갖고 있었다. 이 영화는 윈체스터 73을 둘러싸고, 특히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사연이 한데 버무려지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제임스 스튜어트가 맡은 주인공 린이 전설의 와이어트 어프가 자신의 (유명한) 수하 뱃 매스터슨을 거느리고 연방 보안관으로 있는 마을에 오는데, 이 마을은 식민지 건설 100주년 기념으로 윈체스터 ’73을 부상으로 내건 사격대회를 진행한다. 린이 쫓는 자는 더치 해리 브라운. 둘은 사격대회에서 마주쳐 결승에서 불꽃 튀기는 접전을 벌이는데, 결국 린에게 돌아간 이 총을 더치 해리가 가로채 달아나면서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사연은 영화 말미에 가서야 밝혀지는데, 마을에 온 린이 딱 더치 해리와 마주치면서 긴장감이 도는 장면, 사격대회 결승에서 ‘같은 스승에게 총을 배웠다’면서 뜻모를 – 그러나 정보 제공과 동시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 신랄한 말을 주고받는 장면, 등을 통해 초반에서부터 서서히 탄탄하게 쌓아나간다. 그리고 그 사연과 비밀이 밝혀졌을 때, 이게 참 대단하다. 생각지도 못했다가 완전 히껍했다는…

둘이 나중에 서로 대결하는 씬은 박진감 캡이다. CG로 잔뜩 쳐바르면서 연출력은 꽝인 감독의 영화가 결코 줄 수 없는, 순전히 탄탄한 연출력에서 오는 아주 아기자기한 박진감이 있다. 연달아 터지는 총소리의 편집도 좋고, 계곡에서 서로 바위를 엄호물 삼아 총질을 하는데, 둘 다 사격의 달인인 만큼 총알이 스쳐지나가는 위치가 매우 아슬아슬하다. 앤서니 만 감독의 영화는 <틴스타>에 이어 두번째로 본 것인데, 소박하고 작고 조용했던 <틴스타>보다 규모도 크고 구성도 훨씬 촘촘하고 단단하다. 이 감독이 작은 영화에서의 아기자기한 스토리텔링 외에도 대형영화의 구성 역시 능숙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데, 그럼에도 이 감독, 역시 착하고 순진한 사람 같아;; 설정상으로 보면 대단한 악당에 완죤 인간 말종인데, 도저히 악당이 악당처럼 보이지가 않는단 말이지;; 게다가 멋있기까지. (… 그렇소, 내 취향은 느끼남 꽈요!) 냉혹하지만 저질스럽진 않거든. 그에 반해 제임스 스튜어트의 린은… 뭐, 모범생 타입의 총잡이. 여자한텐 순진하기도 하고. 아참, 이 영화는 아주 전형적인 금발 온미남과 흑발 냉미남의 대결이기도 하다. 한 여자를 사이에 둔 삼각관계는 아니지만.

끝이 인상깊다. 뭐 행복하고 여유롭게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그런 결말이 아니라, 마침내 자신의 숙명을 마친 린이 돌아와 그냥 롤라와 껴안는 것으로 끝나버리고 만다. 그 흔한 ‘지는 석양’이나 ‘떠오르는 해’를 슬쩍 비추는, 당시 영화의 공식이라면 공식일 만한 마무리 엔딩 클리셰 장면이 없다. 이건 해피엔딩이 결코 아닌 해피엔딩인데, 이제 그는 손에 피를 묻혔으며(이게 또 보통 피가 아니다),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지배하던, 오직 하나로만 존재하던 자신의 삶의 목적을 이룸으로써,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과연 그가 롤라와 가정을 꾸리고 농장에서 동물을 꾸리며 살아갈 수 있을까? 사랑에 영 서툰 사람인데 말이다. 물론 롤라가 또 대단한 여자긴 하지만. (꽤나 저질인 텍사스 최고로 빠른 총잡이에게 눈 치켜뜨고 대결할 수 있는 강심장의 언니… 게다가 아름답다.)

두 주연인 제임스 스튜어트와 더치 해리 역의 스티븐 맥널리의 이후 행보의 대조가 재미있다. 제임스 스튜어트는 ‘지미’로 불리는, 최고 스타가 됐지만, 스티븐 맥널리는 <윈체스터 73>에서 반짝하고는 이후 B무비를 전전하다가 별로 떠보지도 못하고 지고 말았다. 나름 변호사 생활 접고 배우가 된 사람이;;

<틴스타>는 57년작인데 이 영화는 50년작이다. 영화에서 캐릭터를 그려내는 방식과 주제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간다. 근데…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테크닉을 아낄 줄도 아는 감독이었구나, 이 사람. 멋지다.

ps. 이 영화는 2006년 4월 1일부터 9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황혼의 서부 – 샘 페킨파, 앤서니 만 서부극 특별전”에서 상영되었습니다.

N.

극장에서 일한다. 말을 잘하지 못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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