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스쿨 뮤지컬 : 졸업반 단평

Highschool Musical 3 - Senior Year

고교 농구챔피언쉽 대회의 결승전 시합, 시즌 마지막 경기 16분을 남겨두고 우리의 주인공 팀은 무려 20점 가까이 뒤져있는 상태다. 잠시 작전타임이 있은 뒤 주인공과 농구팀원들은 뮤지컬 씬을 선보인다. 그런데 이 씬이 재미있다. 이 씬의 안무는 인위적인 춤들이 아니라, 철저하게 농구 시합 와중 선수의 움직임이 음악과 노래에 맞춰 짜여졌다. 소리를 죽인 채 설렁대며 보면 이 씬이 노래부르며 춤추는 씬이라는 걸 미처 눈치채지 못할 만큼 이들의 움직임은 자연스럽다. 고작해야 마지막 골의 순간, 우리의 주인공을 향해 응원과 다짐을 주고받는 남녀 주인공의 짤막한 이중창이 있을 뿐. 이 장면은 곧 손에 땀을 쥐는 역전극으로 이어진다. 시작부터 사람 눈과 귀를 확 휘어잡는 안무와 노래와 카메라다.

내용이야 미국 고3들의 관심사, 그러니까 졸업파티와 진로와 연애가 다인데, 이걸 이렇게 아기자기하고 엔터테이닝하게 만들 수 있는 것도 재주고, 원래 시리즈의 3편임에도 1, 2편(이 두 편은 TV용 영화로 공개됐고, 3편만 극장판이다.)을 보지 않아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게 만들어놓은 것도 재주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한동안 면면이 이어지다가 <브링 잇 온> 이후로 맥이 끊기다시피 한 명랑발랄한 틴에이저물의 계보를 아주 상큼하게 다시 이으면서 동시에 “틴에이지물의 진화”라고까지 부를 수 있을 만큼 형식의 면에서 한 단계 도약했다. 일단 오리지널 영화용 뮤지컬이라는 것도 신선할 뿐만 아니라, 쇼 뮤지컬의 전통을 가져오기 위해 극 중 극, 정확히 말하면 영화 속 무대 뮤지컬의 형식을 가져가면서 극 중 인물의 현실 이야기가 극 중 극의 이야기가 되는 만큼 영화와 무대를 자유자재로 교차시키는데, 이는 단순히 영화와 무대를 결합하거나 단순히 병치한 것이 아니라 이 둘의 변증법적 ‘합’의 형태를 도출해낸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심지어 뮤지컬 공연 / 영화의 오래된 관습, 그러니까 갑자기 멀쩡히 잘 있던 주인공한테 스폿라이트가 비춰지며 말로 해도 되는 걸 굳이 노래와 춤으로 표현하는 것을 극 중 공연의 장면으로 한정시킨다. 무슨 말이냐 하면, 그런 관습을 극 중 극의 형태에는 수용하되 이 영화 자체에선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느닷없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장면들은 모두 이들의 공연 ‘연습’ 장면으로 화해버리기 때문이다. 이는 뮤지컬 관습에 대한 재미있는 농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며, 일정 정도 메타-뮤지컬의 성격까지도 드러내는 장치라 할 수 있다.

애초 이 배우들이 1편에 캐스팅될 때는 대부분 10대들이었다는데, 고작 그 나이의 아이들이 그런 예쁜 외모들을 가진 주제에 심지어 이 정도의 쇼맨쉽과 노래, 춤, 연기를 소화할 수 있다는 것도 쇼 엔터테인먼트가 상당한 정도로 숙성한 문화에서만 나올 수 있는 상당한 공력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브로드웨이의 전통을 적극 수용한 헐리웃에서만 나올 수 있는 고도의 엔터테이닝 쇼인 셈이다. 배우들 하나하나가 나이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어린 나이에 너무 뛰어나다. 특히 주인공 트로이 역의 잭 에프런, 요놈 아주 물건이다. 이쁘고 잘생기고 몸매좋은 놈이 노래도 춤도 잘 하고 연기까지 잘 하면 대체. <헤어스프레이>에서 링크 역으로 나왔던 그 예쁜 놈인데, 이제보니 링크 역은 <하이스쿨 뮤지컬> 시리즈의 트로이의 인기와 후광에 덧댄 배역이지 싶다. 이 녀석과 여자친구 가브리엘라 역의 바네사 앤 허진스가 함께 듀엣을 하는 장면이 많은데, 그때마다 청춘의 첫사랑을 진하게 앓는 녀석들 특유의 반짝반짝한 빛과 수줍고 달뜬 열정이 그대로 묻어나온다. 눈이 아주 반짝반짝 빛나며 진짜 사랑에 빠져 어쩔 줄 모르겠다는 눈빛과 웃음과 표정이 나온다. 그래서 더욱 영화가 예쁘다. 아니나 다를까, 둘은 실제로도 사귀는 사이란다. 사라 미셀 겔러(버피!)를 살짝 닮은 샤페이 역의 애쉴리 티스데일은 고난도의 완숙미를 선보여야 하는 쇼 뮤지컬 장면을 그만하면 썩 훌륭하게 소화해내고, 컬킨 가 아이들을 살짝 닮은 라이언 역의 루카스 그래빌도 살짝 게이삘을 내보이며 훌륭한 쇼맨쉽을 펼친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강추! 결론은 쇼 머스트 고 온!

N.

극장에서 일한다. 말을 잘하지 못해 글을 쓴다.

4 Comments

    • 애초 이 영화의 TV용 전편들이 DVD 시장에서 그나마 인기를 끈 것도 어린이 영어교재용으로 학부모들한테 각광받으면서 많이 팔려서였다고 하더군요. 어쩌면 극장판인 3편이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엄마들의 힘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봅니다.

  1. 그 둘은 지금 잘 사귀고 있는 커플들입니다.

    • “아니나 다를까, 둘은 실제로도 사귀는 사이란다.”

      라고 본문에 썼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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