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트시네마 김성욱 프로그래머 인터뷰 후기

설 연휴적 인터뷰한 걸 거의 열흘간에 걸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회사엔 지각출근을 일삼으며 낑낑댄 끝에 드디어 기사 완성. 이 인터뷰는 영화비평웹진 네오이마쥬의 백건영 편집장과 함께 진행한 것으로, 네오이마쥬 버전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날 인터뷰는 다소 어두운 분위기에서 전개됐다. 아무래도 인터뷰를 한 장소가 조명이 적어 어둑해서였을까, 아니면 워낙 몸과 마음이 춥고 고통스러운 시대여서였을까. 그래서 나오는 이야기들도 대체로는, (직접적으로 명시되고 있지는 않지만) 이명박 정부와 보다 엄혹해진 신자유주의 시대를 맞이해 더욱 암울해진 영화풍경을 주제로 한다.

많은 이들의 오해와 달리, 영화는 사회적 산물이고 영화를 상영하고 보는 행위 역시 사회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고전영화/예술영화를 주로 상영하고 본다는 것이 ‘스노브하고 우아한 척하는 사람들’의 행위로 오인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실제로는 그 어느 곳보다도 사회 현실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 중 하나가 이곳, 서울아트시네마이기도 하다. 문화적 빈곤함은 곧 사회적, 정치적 빈곤함으로부터 비롯된다.

서울아트시네마

워낙 광량이 적어 셔터스피드가 긴 바람에 살짝 초점이 나갔다. 결코 좋은 사진이 아니지만 지금은 이것밖에 없어서.

개인적으로 이 인터뷰 기사는 내가 썼던 기사들 중에서도 가장 자랑스러워할 만한 기사들 목록에 포함시킬 수 있다. 물론 나와 백건영 편집장님이 워낙 인터뷰 진행을 잘 해서…는 아니고, 영화가 사회의 산물임을 명확하게 전제하고 있는 김성욱 프로그래머가 폭넓은 식견과 통찰력으로 오히려 인터뷰를 주도해갔기 때문이다. 평소 그렇게 말이 많은 성격이 아니고, 오히려 조용한 목소리로 필요한 말만 해서 씨네토크 같은 데에서 감독들의 놀림을 받기도 했던 그를 이토록 말을 쏟아내게 만든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도 ‘행복’을 말하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저 인터뷰에 이 답이 있다고 믿는다.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우리는 불행의 시대를 헤쳐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방점을 ‘불행’이 아니라 ‘헤쳐나가’는 데에 찍어야 한다.) 시네마테크 전용관이 백지화돼서 불행한 게 아니라, 불행한 시대이기에 전용관이 백지화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인터뷰 말대로라면, 우리는 섣불리 절망할 필요도 없고, 절망해서도 안 된다. “영화는 언제나 패배해왔다.”는 말이 패배주의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말은 “그럼에도 싸움은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로도 들린다. 혹자들은 그의 말에서 ‘영화’ 대신 ‘민중’ 혹은 ‘노동자’를 넣어도 통하는 말임을 눈치챌 것이다.

이 블로그에서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 정치적인 주장을 선명하게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모든 글과 모든 일상과 모든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정치 따로, 문화 따로 말을 하는 순간 ‘일상의 정치’는 사라진 채, 저 견고한 벽 너머 ‘그들만의 정치’와 그들에게 꼭둑각시가 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일상’이 분리된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오늘, 이 글을 이렇게 쓴 것은, 저 인터뷰가 혹여 나의 부족한 정리 때문에  오해될까 하는 염려에서다. 혹은 고전영화나 예술영화를 보는 행위 역시 매우 정치적인 행위일 수 있음을 한번쯤은 직설법으로 전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정리된 기사를 읽다보니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당연히 저 인터뷰에서 전제되고 있었던 정치성이 좀더 모호하게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다 내 인터뷰 정리 능력이 떨어져서다. 네오이마쥬 버전과 비교해서 읽으면 그런 면이 보완될 것이라 믿는다.

N.

극장에서 일한다. 말을 잘하지 못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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