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프린세스 : 문에이커의 비밀 단평

<문 프린세스 : 문에이커의 비밀>은 여러 모로 <판의 미로>와 닮은 구석이 있다. 어린 소녀가 부모 중 한쪽 혹은 양쪽을 잃고 새로운 환경으로 이사하여 부적응의 기간을 갖는다. 우연히 낯선 이의 ‘미션’을 받고 그녀는 처음에는 망설이지만, 곧 그 미션의 모험에 임하게 되며, 결국 자신을 희생해 미션을 수행하며 다른 이의 목숨을, 혹은 세계를 구한다. 특히 이들은 ‘달’의 정기를 받는 것으로 묘사된다. 달 부분을 제외하고 이는 실은 훝한 영웅신화 및 이의 변용인 판타지 소설들의 모범 플롯이기도 한데, 우리나라 바리데기 설화에서도 드러나듯 주인공이 소녀인 경우 ‘희생’이 보다 극명하게 드러나는 경향이 있다. 사실 <문 프린세스 : 문에이커의 비밀>이 <판의 미로>를 닮았다기보다는, 두 작품 모두 전통적인 판타지 플롯(이것은 다시 영웅신화의 플롯의 변형이다)을 따르는 데에서 공통점이 발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원래 1947년 영국에서 발간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를 만들었던 가버 추보가 연출을 맡았는데, 극장에 걸리는 둥 마는 둥 하고 사라졌던 이 영화는 뒤늦게 작품을 본 팬들에 의해 양 엄지 모두 치켜올린 평을 받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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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 프린세스 : 문에이커의 비밀>은 다소 실망스럽다. <황금나침반>에서도 특별한 사명을 부여받은 소녀를 연기했던 다코타 블루 리처즈는 이 영화에서 단조롭고 뻣뻣하기 짝이 없는 연기를 보여주며, 영화의 리듬은 종종 길을 잃은 채 툭툭 끊긴다. 소녀가 마침내 문에이커 영지의 비밀을 알아내기까지, 영화의 전반부가 너무 길고 지루한 반면, 나머지 시간에 펼쳐지는 이야기는 별 성의없이 건성으로 비약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볼 만한 것이라면 주인공 마리아 역을 맡은 다코타 블루 리처즈가 입고 나오는 고전미 가득한 의상과, 오랜만에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등장하는 나타샤 멕켈흔 정도. 물에 빠진 다코타 양을 업은 유니콘들이 바다에서 유니콘들이 파도를 타고 떼로 달려오는 장면은 이 영화가 야심차게 준비한 ‘스펙터클 볼거리’겠지만 이야기가 이렇게 툭툭 끊기는 영화에선 오히려 실소를 자아낼 정도. 아쉽다, 소녀가 주인공인 탄탄한 판타지는 과연 언제쯤 나오려나. 개중 <잉크하트>가 그나마 나았던 듯(하지만 이것도 엄밀히 말하면 소녀보단 그녀의 아버지 브렌든 프레이저가 주인공.)

N.

극장에서 일한다. 말을 잘하지 못해 글을 쓴다.

2 Comments

  1. 어쩜 노바리님 글은 이리 내 생각과 똑같을까요. 그래도 베껴서 적어놔도 되겠네 ㅡㅡ;;

    글 잘 읽고 갑니다~

    • 흐. 페니웨이님도 영화가 영 실망스러우셨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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