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 결혼하다 단평

조나단 드미가 이런 식으로 귀환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살짝 충격이었다. 90년대 뉴욕 독립영화 스타일이잖아. 그때 뉴욕 독립영화들의 스타일이란 것도 꽤나 다양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꽤 전형적이다. 좀 거칠고 투박하고, 일부러 헨드헬드 카메라 많이 써서 많이 흔들리고 그래서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주고, 심지어 음악도 따로 밖에서 입힌 거 없이 다 화면 안에서 등장인물들이 실제로 연주할 때 나오는 곡들 뿐이고, 화면 입자도 좀 거친 것 같은, 대신 주인공한테 카메라가 아주 가까이 밀착해 들어가며 극클로즈업 화면도 많은, 그리고 이야기 규모는 가족, 혹은 딱 몇 명으로 한정된 아주 작은 영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낡았다는 건 아니고, 영화는 꽤 감동적이었다. 가족구성원 모두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준 이가 또한 그 가족의 일부라면, 그 봉인된 과거를 과연 어떻게 두어야 하는지. 그를 향한 애증의 울타리 사이에서 대체 어떡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고, 또 상처를 가한 이는 그 치명적인 죄책감과, 그럼에도, 가족에게서까지 미움받고 내쳐지지고 싶지는 않아 절박하게 매달리는 심정, 사이에서 헤매게 되고, 또 그런 이들이 가족 경사를 맞아 잠시나마 함께 지내며 서로 애정을 표하면서도 또 부딪히고, 상처주고 상처받고, 또 죄책감을 느끼고, 하는 그 세세한 과정들을… 조나단 드미는 카메라를 매우 가까이 배우들에게 가져다 대면서도, 정작 감독 자신은 그들에게 섣불리 개입하지 않은 채 그들 내면의 그 심리를 누구에게도 치우침없이 조근조근 풀어낸다.

대체 얼마나 잘했나 궁금증을 일으킬 정도로 미국에선 앤 헤서웨이의 연기에 대해 호들갑을 떨어댔는데, 보고나니 그럴 만했구나 싶다. 잘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틴에이지용 로맨틱 코미디로 시작해 20대용 로맨틱 코미디를 하던 예쁘장하고 팬시한 여배우가 다른 연기도 곧잘 한다는 걸 증명했을 때 격려하는 차원에서 더 박수를 보내는, 그런 종류의 찬사도 덧붙여진 듯. 언제나 이 배우 얼굴이 참 재미있게 생겼다고 생각했고, 그 지나치게 큰 눈 때문에 팬시한 로맨틱 코미디 여주인공 외에 다른 역을 맡는 게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잘해내더라. 그럼에도 역시 인형 같은 분위기가 나는 건 사실이기도 하고. 극중에서 “재활원에서 살이 쪘다”는 대사를 다섯 번 정도는 하는 것 같던데, 그래서 일부러 살을 찌운 것도 같고, 또 원래 기자와 평론가들이란 배우가 일부러 살을 찌우거나 빼거나 혹은 다른 식으로 외모에 소위 손상을 가하거나 하면 급 호감을 나타내며 또 가산점을 주는 버릇들이 있기 때문에. 앤 헤서웨이의 언니로 나온 로즈마리 드윗과 아버지 역으로 나온 빌 어윈 연기도 좋았고, 오랜만에 얼굴을 본 데보라 윙어도 무지 반가웠다. 이제 많이 늙긴 했지만 아이고 그래도 여전히 고우시더란.

Rachel Getting Married

N.

극장에서 일한다. 말을 잘하지 못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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