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트시네마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각종 매체들 중 이 문제를 제일 먼저 보도한 건 프레시안. 물론 이런 걸로는 절대로 특종하고 싶지 않다. 지난 주 들었던 가장 암울한 소식 중 하나. 고작해야 지원사업 하나를 공모제로 전환한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공적자금을 들이는 사업인데 공모제가 맞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이 사업이 영진위 거여서 사업비고 인건비고 다 영진위에서 나가는 사업이었다면 공모제가 맞을 수도 있다. 문제는 그게 핵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

애초에 시네마테크 사업은 영진위가 주도해온 사업이 아니라, 철저히 민간에서 운동으로 시작해 해온 사업이다. 다양한 시네마테크들이 전용관을 세우고 여기서 안정적인 프로그램을 돌릴 필요성을 느껴 연합체를 만들고 탄생시킨 공간이 바로 서울아트시네마다. 이 공간의 공공성에 동의한 영진위가 위탁의 형태로 이제껏 전체 예산의 고작 30% 정도를 지원해준 것에 불과하다. 그런 상황에서 시네마테크 전용관 지원사업을 공모제로 하겠다고 나서는 건, 이 사업을 영진위 주체로 가져가면서 그간 이 활동을 해온 주체들을 공공기관의 하위로 두겠다는 말이기도 하고, 국가의 돈으로 이 사업 자체를 좌지우지하겠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제껏 전액을 지원해오며 사업을 주도해 왔다면 다른 문제겠지만, 사업 자체가 영진위 사업이 아니었던 데다 고작 30%를 지원해온 상황이라면 부당할 수밖에 없는 처사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건물 임대료 조금 보태주던 사람이 내 사업을 통으로 먹겠다고 건물주인 행세를 하며 나서는 꼴이라 해야 할까.

거기에 가장 중요한 한 가지 문제를 덧붙여 질문할 수 있다. 과연 시네마테크 사업에 공모제가 어울리는가 하는 것이다. 시네마테크 사업이란 게 그저 때 되면 대충 영화 몇 편 모아서 트는 걸로 보이시는가? 시네마테크를 ‘영화의 도서관’이라고 말들을 한다. 가장 중요한 기능이 교육적 기능이고, 그렇기에 ‘비영리 공공성’으로 운영되는 거다. 기본적으로 자료를 수집, 분류하고 보관하며, 보수하면서 지속적으로 관객에게 선을 보일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야 하며, 그러러면 계속해서 약 2주에서 3주 간격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의 기획전을 1년 내내 계속 돌릴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이를 통해 부가적으로 지역 주민과의 소통과 공공 문화사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걸 할 수
있는 역량이란 이벤트성으로 어쩌다 한번 기획전 하는 정도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매우 특수하고 전문적인 분야의 일이고
규모도 방대하다. 가장 중요한 문제로는, 프로그래밍에 있어 특정한 이데올로기에 의한 관의 간섭을 받지 않을 자유를 누려야 한다.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정부가 정작 규제가 필요한 대기업 독점 사업들에는 각종 특혜와 규제 완화를 베풀어주면서 정작 민간의 자율에 맡겨야 할 사업에는 공공기관이 개입해서 날로 먹어 좌지우지하려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을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정작 공공화를 지켜야 할 수도, 가스, 전기, 철도에 대해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민영화(라고 쓰고 ‘사영화’로 읽어야 한다) 얘기를 던지면서, 민간에서 멀쩡하게 잘 해오고 있던 사업을 이런 식으로 관이 개입하고 간섭하려 하는 것을 과연 어떻게 보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시네마테크에 대한 논쟁과 토론을 보다 한 차원 끌어올려 진행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작년 부산영화제에서 문제의 발언을 쏟아낸 그 세미나 자리에서, 강한섭 위원장은 “과거를 철저히 단절시킨 채 뿌리도 없이 아무 기반과 맥락도 없이 무작정 미래의 상을 끌어와 현실에 접목시키려 했다”며 과거 영진위 구성원들을 비판한 바 있다. (나도 그 부분에 대해서 일정부분 동의하는 부분이 있고, 그래서 고쳐져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랬던 강한섭 위원장이 정작 시네마테크를 만들어온 사람들의 10년 노력은 깡그리 무시한 채 마치 아무것도 없었던 허허벌판에서 대단히 새로운 걸 시작하는 양 하고 있다. 이 아이러니는 또 어떻게 봐야 할까. 설사 공모제가 ‘일단’ 철회된다 하더라도, 안심하지 말고 이 문제에 대해 더욱 깊게 고민하고 논의가 오가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공공성과 민간의 자율성, 그리고 공적 지금 자원이라는 것이 복잡하게 얽힌 이상,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관의 일방적인 통고가 아니라, 시민사회의 자발적이고 구체적인 논의와 토론이 필요하다. 우리가 계속 시네마테크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ps. 한겨레 기사의 문제 : ‘다양성  영화’라는 말을 사용한 건 지금 영진위가 아니라 이전 영진위에 의해서다. 이전 영진위는 ‘다양성 영화’와 ‘독립영화’란 말을 동시에 사용했으며 전자를 후자의 상위 개념으로 사용했다. 현재 영진위가 ‘독립영화’란 말을 없애려는 건 독립영화 제작지원 제도라는 멍칭을 ‘단편, 중편, 다큐멘터리 제작지원 제도’로 바꾸면서 독립장편 영화를 ‘한국영화 제작지원’ 제도에 편입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ps2. 아울러 여러 기사들에서 쓴 바, 올해 들어 폐지됐다는 ‘다양성영화 개봉지원’ 내지 ‘독립영화 개봉지원’ 제도의 원래 정식 명칭은 ‘아트플러스 시네마네트워크 개봉지원’ 제도다. 2006년에 ‘다양성영화 개봉지원’에서 ‘아트플러스 시네마네트워크 개봉지원’ 제도로 정식 명칭이 바뀌었다. 독립영화계에서 이전의 습관에 따라 ‘다양성영화 개봉지원’ ‘독립영화 개봉지원’이라 말한 것을 기자들이 그대로 받아쓴 듯하다.

N.

극장에서 일한다. 말을 잘하지 못해 글을 쓴다.

4 Comments

  1. 시네마테크 사업.. 시네마테크 운동이라고 할만큼 한창이던 때가 떠오르네요.

    • 그렇게 열심히 노력해서 만든 시네마테크고 서울아트시네마인 만큼, 더욱 열심히 지켜나가야겠죠. 저야 처음 만들어졌을 땐 아예 잘 모르는 상태였지만, 지키는 데에는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고, 또 많이들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 어디로 퍼간다는 말씀이신지요. 글퍼가기에 대한 공지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오른쪽 위에 ‘notice’를 누르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