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디 포스터의 재기는 과연 언제?

Jodie Foster

스타에게 보내는 환호나 관심과는 별개로, 헐리웃은 특히 여배우에게 ‘배우’로서, ‘아티스트’로서 독립성을 인정해주고 존중해주기보다는 ‘소비재’로 대하는 경향이 더 짙다. 프랑스에서는 웬만한 여배우들이 연출에도 한번씩은 손을 대는 것과 달리, 헐리웃에선 여배우 출신 감독의 숫자가 극히 드물다. 헐리웃의 남자배우들이 곧잘 감독으로 변신하는 것과도 퍽 대조되는 일이다. 그런 헐리웃에서 조디 포스터는 여러 젊은 여배우들의 우상이자 선각자였다. 그녀는 넘치는 재능과 빛나는 지성을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천재소년 테이트>로 연출데뷔해 감독으로서도 어느 정도 능력을 인정받았다. 다음 작품인 <홈 포 홀리데이>는 다소 주춤했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배우 겸 감독으로서 멋지게 겸업을 해나갈 것이란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런 조디 포스터의 발목을 오랫동안 붙잡으며 ‘감독 조디 포스터’의 이름을 결국 희미하게 만들어버린 프로젝트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플로라 플럼 Flora Plum>이다.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만약 내 기억이 맞다면 조디 포스터가 자신이 설립한 제작사 에그 픽쳐스에서 <플로라 플럼> 기획에 착수한 게 무려 1998년경의 일이다. 조디 포스터를 역할 모델로 삼으며 존경하고 있던, 당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조디 포스터를 본받아 예일에 진학했던 클레어 데인즈가 처음부터 이 프로젝트의 여주인공으로 낙점돼 있었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캐스트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플로라 플럼>은 기타 캐스팅과 펀딩에서 삐걱댔고, 오랫동안, 정말 아주 오랫동안 ‘프리 프러덕션’ 상태로 남았다가 결국 목록에서 사라지다가를 반복했다. 가까스로 어찌어찌 촬영에 들어는 갔으나 러셀 크로가 촬영 중 어깨를 다친 뒤 수술을 받으며 중단됐다. 그리고 다시 시작되지 못 했다.

그간 조디 포스터는 출산기를 제외하고 거의 쉼없이 일을 해왔다. 최근 4, 5년간도 그녀가 출연한 영화가 일 년에 한 편씩 꾸준히 개봉했을 정도다. 2002년경에도, 2005년경에도 <플로라 플럼>은 다시 회자됐다 사라졌고, 작년경부터 다시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소식은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고, 현재 imdb에는 2010년을 목표로 이 영화가 여전히 프리 프러덕션 단계라고 나와있다. 물론 imdb에도 허위정보가 많은 게 사실이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이 영화가 언급되는 게 비단 imdb만은 아니라는 게 문제다. 그렇게 오래 전 제작과 중단이 오가며 10년간 이름만 떠돌았던 프로젝트가 그래도 여전히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것은, 수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제작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만큼 조디 포스터 필생의 역작이 될 가능성도 크다. 물론, 그 사이 나이를 먹어 더 이상 ‘소녀’ 역할을 할 수 없게 된 클레어 데인즈가 떠났고, 러셀 크로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으며, 이후 다시 섭외된 메릴 스트립과 유언 맥그리거도 다시 떠났지만 말이다.

사실 클레어 데인즈는 오랫동안 <플로라 플럼>이 곧 촬영을 시작할 것이라 여기고 한동안 수많은 프로젝트를 거절했다. 물론 이 시기는 그녀가 예일을 다니고 있던 시기와도 겹친다. 그녀로서는 일단 공부에 매진하면서 <플로라 플럼>의 제작을 기다리고 있었던 셈이니 크게 손해본 것도 없겠지만, 그러나 이 영화가 엎어진 이 시기를 경유하고 그녀의 필모그래피가 조금 얇아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그녀는 무수히 많은 작품들에 출연했지만, 인기 청소년 탤런트 출신에 무려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영화에 데뷔하여 “자기 또래에서의 메릴 스트립”이란 격찬까지 들었던 배우치고는 작품운이나 비중이 그리 좋거나 크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지금도 여전히, 말이다.

<플로라 플럼>이 과연 어떤 모습을 띄게 될지, 과연 제작이 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인터넷에서는 이 작품의 진척사항이 도대체 어떻게 되고있는지, 최근 소식을 알 수 있는 곳이 없다. 추측하기로는 아직 구체적으로 현실화되지는 못했으나 조디 포스터 자신이 미련을 놓지 못해 계속 떡밥을 던지고, 그때마다 언론에 언급되는 게 아닐까 싶다. (작년 3월경에도 조디 포스터는 EW와 인터뷰 도중 <플로라 플럼>에 대한 의욕을 말하며 떡밥을 던졌다. EW만이 아니라 MTV하고도 비슷한 얘기를 했던 듯, MTV 블로그에 올라온 글은 조금 더 자세하다.) 아무리 유명 감독이나 배우가 붙었다가도 충무로에서만큼이나 헐리웃에서도 영화가 엎어지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최근 개봉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처럼 10년을 넘게 시나리오가 떠돌다가 마침내 영화화되는 경우도 그리 적지 않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플로라 플럼>이 그 오랜 시간을 거쳐 마침내 극장에 걸리게 될 가능성도 완전히 무시할 순 없다. 되도록이면 너무 늦지 않게, 감독 조디 포스터의 세 번째 연출작 <플로라 플럼>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그리고 이 작품뿐 아니라 조디 포스터의 다른 연출작 역시 볼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는 바다. 그녀는 미국의 여배우들뿐 아니라 한국의 수많은 평범한 30대 여성들에게도 역할모델이다.

ps. 이곳에 가면 스티브 로저스가 쓴 시나리오에 대해 다윈 메이플라워라는 이가 작성한 리뷰를 읽을 수 있다.

N.

극장에서 일한다. 말을 잘하지 못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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