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 축하해요! Congratulation, Kate!

케이트 윈슬렛이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로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드디어!

<레이첼 결혼하다>에서 놀라운 연기를 선보인 앤 헤서웨이나, 언제나 훌륭했지만 <다우트>에서 사람 정신을
멍하게 만들 정도로 특별히 훌륭했던 메릴 스트립이 있었지만, 사실 케이트의 수상은 올해 골든글로브에서 그녀에게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을
동시에 안길 때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기는 했다. 골든글로브는 아카데미의 예고편 격으로 상을 주는 경우가 많고 아카데미 역시 골든글로브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올해 골든글로브에서
케이트 윈슬렛이 <레볼루셔너리 로드>로 여우주연상을,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로 여우조연상을
동시에 수상했을 때 “아카데미도 올해는 드디어 케이트 윈슬렛에게 상을 주려는 것”이라는 예측을 알 만한 사람들은 대부분 해온 터였다.

‘드디어’란 말이 어울릴 수밖에 없는 것이, 케이트는 그간 숱한 영화로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면서도 상과는 도대체 인연이 없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가 더욱 그랬다. 그나마 그녀의 고국인 영국에서 주는 BAFTA상이나 영국 엠파이어 레코드지가 주는 상이나 좀 받았을까.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에서는 거의 같은 작품으로 후보에 올랐으나 매번 상을 수상하지 못 했다. <센스, 센서빌리티>(1995)로 여우조연상에 처음 후보에 오른 이래 <타이타닉>(1997), <아이리스>(2001), <이터널 선샤인>(2004), <리틀 칠드런>(2006)으로 2, 3년에 한번씩 노미네이트됐지만, 이번 2009년 6번째로 후보에 올라서야 비로소 수상을 했다. 사실 골든글로브에서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로 그녀를 여우주연상이 아닌 여우조연상에 올린 것도, 어쩌면 그녀에게 그간 주지 못했던 상을 한번에 몰아주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한 사람도 충분히 있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케이트가 <더 리더>에서 맡은 역은 사실상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골든글로브가 그녀에게 두 개의 상을 함께 안기는 걸 보며, 그간 케이트가 번번이 미끄러진 것에 조금은 안타까워하던 팬들도 이번에는 기대를 걸었던 터였다.

Kate Winslet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의 한 장면.

대체로 아카데미는 정말로 줘야 할 작품으로 상을 주기보다 번번이 ‘진짜 이 작품이다’ 싶은 작품엔 안 주다가 나중에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작품에 공로상 격으로 던져주는(…) 예가 많았다. 최근 마틴 스코시즈가 <디파티드>로 감독상을 받은 것이 좋은 예다. 이번 케이트 윈슬렛의 경우도 마찬가지가 될 뻔했다. 무려 다섯 번을 물을 먹이고(그 사이 역시 훌륭한 연기를 펼쳤으나 후보에는 못 오른 작품들도 꽤 된다.) 여섯 번째에 상을 준 건데, 다행이도 이번 <더 리더>는 작품에 대한 호평과 함께 케이트가 ‘이번에도 역시 너무도 훌륭한 연기를 펼쳤다’는 평들이 들려온다. 다행한 일이다. 후보에는 못 올랐지만 이미 지난 주에 개봉한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도 그녀는 (디카프리오 팬에겐 좀 미안한 얘기지만) 옆에서 혼신의 열연을 펼친 리어나도 디카프리오를 상대적으로 민망하게 만들 정도로 황홀한 연기를 보여준 바 있다. 사실 지리멸렬하고 뻔하며 지루한 영화가 될 수도 있었던 <레볼루셔너리 로드>에 그토록 빛나는 생기를 불어넣어준 것도 케이트의 깊이 있는 연기였다.

물론 상을 못 받는다고 진가를 인정 못 받는 것은 아니다. 최근 좋아하는 것을 넘어 ‘존경’까지 하게 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감독으로서는 그렇게 숱한 걸작을 내놨음에도 아직 단 한 번도 아카데미를 수상한 적이 없다. 아카데미가 이제껏 상을 얼마나 안 주었건, 케이트의 팬들은 케이트의 그 똑소리나는 주관과 언제나 훌륭한 연기 때문에 그녀를 아껴왔다. 나는 그녀를 처음 봤던 <센스, 센서빌리티>에서부터 순전히 연기 때문에 반할 수밖에 없었고(영화에 그녀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나는 “저 이상하게 생긴 여자는 대체 뭐야?”라고 반응했었다. 그 영화가 끝나기 전에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지만), 심지어 나중에야 본 그녀의 데뷔작, <천상의 피조물>에서도 그녀는 훌륭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케이트의 연기를 보고서야 비로소 오필리어의 고뇌와 고통을 몸과 마음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그녀가 하비 키틀과 주연을 맡은 <홀리 스모크>가 다소 상업성이 떨어지는데다 ‘전신 누드’씬, ‘걸으면서 오줌을 누는 정면씬’을 이유로 국내에 수입되지 못했을 때 분노했었으며, <쥬드>에서 전신누드를 보여준 덕분에 여배우들의 노출한 몸에 대한 공포를 극복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나이도 젊으면서, 그녀는 언제나 나의 영화생활에 풍요로운 즐거움을 더해주었던 고마운 배우였다. 그것도, 나와 동시대 동세대의 사람으로서.

Kate Winslet

<로맨틱 홀리데이>의 한 장면.

그렇기에 나는 케이트의 수상을 마음 깊이, 진심으로 축하하고, 그녀가 들을 수 있건 말건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리고 내 일처럼 기뻐하고 싶다. 전국의 수많은 케이트 팬들 여러분! 우리 케이트 양이 드디어 상을 탔어요우~~~~~~!!!!!!!

Kate Winslet

작년 베를린영화제에서 <더 리더> 기자회견 당시. 꺄악, 이마 주름 때문에 더욱 너무 지적이셈.

N.

극장에서 일한다. 말을 잘하지 못해 글을 쓴다.

6 Comments

  1. 수상을 축하는 하는데 올해 받은건 좀 의외였네요.
    엊그제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보고
    그녀가 상받을 정도는 아니라 생각했던터라..

    말씀하신대로 늘 줘야할땐 안주다가 나중에 공로상격으로 주게된 경우가 된것 같아 아쉽네요~

    …라고 쓰고나서 이상해서 다시보니 ‘더 리더’로 받은 상이었네요;
    더 리더는 아직 못봐서 모르겠지만
    더욱 좋은 연기를 펼쳤겠거니 기대를 해봐야겠네요 ^^

    • 저는 < 볼루셔너리 로드>로도 충분히 상받을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영화의 에이프릴이야말로 케이트가 가장 잘 연기하는 유형의 캐릭터란 생각이 들거든요. 내면에 불을 가진 여자가 앞뒤옆 막힌 상황에서 이리 쾅, 저리 쾅 부딪히며 벽들에 온통 균열을 내고 자기는 온몸의 온 구멍으로 피를 내뿜고 죽어버리는 캐릭터는 케이트가 어릴 적부터 유독 잘해오던 캐릭터였고, < 볼루셔너리...>에선 나이의 연륜감까지 느껴졌어요. 지리멸렬함, 삶이, 사랑이 지루할 수도 있다는 걸 아는 나이의 여자들이 내뿜을 수 있는 몸짓이요.

      케이트 윈슬렛의 연기가, 뭐랄까, 삶이 지나치게 묵직하게 확 나오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취향에 따라 갈릴 수 있는 부분이라고 봐요. 저같은 경우는 굉장히 좋아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경우 좀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일 수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유독 저런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 것이란 생각도 들고요. 아니면… 그저 제 눈에 콩깍지일 수도요. ㅋ

  2. 이스트우드옹은 용서받지못한자로 아카데미상 받지 않았나요? ^^
    케이트 윈슬렛 제가 너무좋아하는 배우라서 참 좋긴한데..
    솔직히 속마음으로는 메릴 스트립이 받기를 …(원햇다는 )

    딴 말이지만 ..남우주연상에 숀팬 (밀크를 못봐서 , 얼마나 뛰어난연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동정심 반 …미키루크가 받을것같았는데 ㅎㅎ

    숀팬이 워낙 좋은 연기를 펼쳤나 봐요 ^^

    • 아예, 제가 잠시 헷갈렸네요. 감독상은 < 서받지 못한 자>로 받았는데, 배우로서는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지요.

      저도 이번에 < 우트>에서 워낙 필립 세이무어 vs. 메릴 스트립에 확 갔던지라, 메릴 스트립이 받는다면 케이트 못받아도 그냥 막 박수칠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메릴 스트립한텐 안 주더군요. 사실 메릴 스트립이야 이미 젊을 때 두 번 탔고, 워낙 연기의 신이다 보니 거의 이젠 구색맞추기로 올려놓는 거라… 또 주면 이젠 거의 매년 줘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되지 않겠습니까요.

      저도 < 크>는 아직 못 봤는데, 연기가 워낙 굉장했단 소문이 있어요. 사실 예고편만 봐도 후덜덜하긴 하더라고요. (예고편만 보고도 눈물 찔끔했을 정도입니다.)

  3. 아카데미상은 누가 받는다 해도 관심없지만(변별력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케이트 윈슬렛에 대한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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