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J. 에이브럼즈 | 미션 임파서블 3

작전명 :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순항을 예비하라!

Mission Completed!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들이 있기 마련인데, 내겐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그렇다. 일단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영화는 본 게 별로 없다. 고작 <캐리>, <칼리토>, <언터쳐블>, <미션 임파서블>, <스네이크 아이> 정도? 지금 생각해 보면, 각종 잡다한 스타일이 마구 엉켜있는 게 싫었던 건가, 싶기도 하고. (<캐리>는 꽤 좋아했는데, 이건 그래도 뭔가 일관성이 있지 않는가.) TV에서 봤던 <제5전선>을 생각하며 <미션 임파서블>을 보러 갔다가 역시나 으악, 하면서 나왔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미션 임파서블 3>를 보고 나와서, 갑자기 브라이언 드 팔마의 1편, <미션 임파서블>이 너무 보고 싶은 거다.

브라이언 드 팔마가 만든 <미션 임파서블>은, 현대적인 액션 첩보 스릴러를 창조하되 그것의 기반을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TV 시리즈 <제5전선>에서 가져오는 것이었다. 뭐, 전통적이고 관습적인 장르영화 특유의 스타일과 현대적 액션의 잡다한 스타일을 이것저것 섞어내는 건 원래 브라이언 드 팔마의 장기고, 바로 그런 점에서 <미션 임파서블>의 감독은 브라이언 드 팔마보다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 없었다고 본다. 그리고 그 1편에서 모두가 다 이던 헌트를 배신하고 결국 죽어버린 이상, 그것이 1편 특유의 복고적이고 향수 어린 분위기에 공식적으로 마침표를 찍어주는 선언인 이상, 이 시리즈를 이어간다면 그 후편은 첨단에 첨단을 달리는 가장 현대적인 액션 첩보 스릴러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막 자기 경력의 모든 것을 건 팀 플레이에 철저하게 배신당하고 그들을 하나하나 죽여야 했던 그에게 새로운 팀을 주기도 그렇고. 거개의 평론가들의 우웩!을 외쳤던 <미션 임파서블 2>에 대해, 나는 오우삼이 어이없을 정도로 운신의 폭이 좁게 주어진 어려운 한계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했다고 본다. <미션 임파서블 2>가 그 정도로 나온 것도, 그리고 이번 <미션 임파서블 3>가 이 정도로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사실 오우삼의 공이다. 그는 시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고, 사실은, 완전히 방향을 바꾸게 될 새로운 시퀄들과 1편을 연결해주는 교두보 역할의 영화를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아마도 제작사의 공식적인 요구 제1번이 그것 아니었을까.

아무튼 그 덕에 J.J.에이브럼즈의 선택의 폭은 훨씬 넓다. 2편에서 거의 이던 혼자 혼자서 죽을 둥 살 둥 했던 덕택에  3편에서는 그가 새로운 팀을 받아도 “그럴 만하지”라고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다시 팀 플레이로 돌아오면서도, 굳이 1편에서 공들여야 했던 요소, 즉 원래의 <제5전선>의 그 분위기를 애써 살리며 전체 분위기를 유럽 지향 분위기나 복고적으로 가져가야 할 부담도 없으며, 그는 자연스럽게 팀의 팀장 역할을 떠맡게 되며 다른 팀원들의 리더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미션 임파서블 3>가 싫지 않았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문득, 브라이언 드 팔마가 괴상하게 섞어놓은 스타일 중 그 복고적이고 향수적인 분위기가 불현듯 그리워지더라고.

어찌됐건, 오우삼이 2편에서 깔아놓은 기반 위에 J.J. 에이브럼즈는 시리즈의 새로운 분위기를 세움으로서, 이 시리즈는 앞으로 계속 시퀄이 나올 수 있는 단단한 배경을 확보한다. 이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굳이 애써 헐리웃 기획자들의 그 안 돌아가는 머리로 굳이 거창한 – 그러나 미국 바깥 사람들이 볼 때는 어이가 없는 – 세계 평화의 명분을 만들어낼 필요 없이 단지 조직의 보호를 위해 팀을 띄울 수 있고, 원래의 <제5전선>이 자랑했던, 그리고 지금의 액션물들이 별로 시도하지 않는 치밀한 각본의 팀 플레이를 시도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그 팀은 매우 느슨하고 유동적일 수 있으며, 당분간 세대교체 걱정하지 않고 (1편은 팀 리더의 세대교체에 대한 이야기였으며 2편은 교체된 탐 크루즈가 진정한 리더가 되기 위해 겪는 고난의 과정이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탐 크루즈를 본격적인 ‘리더’로서 한동안 써먹을 수 있다. 이를 위한 모든 기반이 <미션 임파서블 3>에서 무난하게 잘 이루어졌다.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이 워낙 멋지게 연기해준 악당 덕택도 있고, 해서 영화는 오밀조밀하게 팀플레이 액션을 잘 이끌어 간다. 영화가 설명조로 빠지려는 순간이 자주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아슬아슬한 순간에서 겨우 나락으로는 안 빠지는 편이고.

게다가 이번 3편에서는 이던이 심지어 결혼을 한다. 그의 가장 노릇이 과연 다음 시리즈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지 어떨진 모르겠지만, 난 만약 4편에서 그가 그 사이에 마누라를 잃고 홀아비로 지내고 있다면 좀 상심할 것같다. 아무것도 믿을 수 없게 된 사나이가 다시 사회에 복귀하려고 이만큼이나 노력했는데, 그게 순전히 캐스팅 상의 문제로 좌초된다면 이던이라는 개인한텐 좀 불쌍한 일이 될테니. 이던은 제임스 본드와 달리 바람둥이 타입도 아니고 말이다.

Oh, Philip! Philip!

근데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의 오웬 데이비안이 그렇게 죽어버린 건 너무 안타깝다. 사실 이 영화에서 최고로 멋진 장면은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이 변장한 이던 헌트를 연기하는 장면인데 말이다. 다 죽을 뻔했지만 목숨만 겨우 붙어있는 상태로 남겨뒀다가 마치 홈즈의 숙적 모리아티처럼 계속 나와줘도 좋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음, 이건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거겠지만. (사실 오웬 데이비안을 살려두면 다음 편 이어가기도 머리 아파, 캐스팅도 쉽지 않아, 뭐 그렇겠지.) 조너선 리스-메이어스를 헐리웃 블럭버스터에서 보는 건 좀 낯설었지만, 뭐 나쁘지 않다 싶다. 사실 너무 오랜만인데다, <슈팅 라이크 베컴>에선 “저 꽃돌이가 언제 저렇게 아저씨가 됐어!!!”라며 슬퍼했으니까. TV에서 엘비스를 잘 연기해내 인정받았다더니 헐리우드에 무사히 안착하고 있는 듯. 로렌스 피쉬번은, ‘재수없이 쪼아대는 보스’로 다음 편에서도 계속 출연할까? 했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이번 캐릭터는 맥거핀, 1회용이었던 듯 싶어서리.

자, 이제 올해 남은 건 <엑스맨 3>와 <캐러비언 해적 2>이다! 내년엔 <스파이더맨 3>이 날 기쁘게 해주겠지.

N.

극장에서 일한다. 말을 잘하지 못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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