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성영화제, 기대된다

프레시안 기사 : 올해 여성영화제, 첨예한 여성 정치성 전면에

누차 강조하지만, 일상에서 정치와 일상을, 혹은 정치와 문화를 무 자르듯 나누고 정치를 강조해 발언할수록 일상의 정치는 소외된다. 그것은 일상은 정치와 동떨어져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확산시키며, 이는 결국 여의도 정치에만 목을 매다는 결과로 나아가며, 이것은 곧 냉소와 정치 무관심, 그리고 부르주아 민주주의로 직결된다.

1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4월 9일 ~ 16일, 신촌 아트레온.

그런 의미에서 올해 여성영화제의 프로그램은, 여성영화제가 언제나 그랬지만서도 유난히 정치성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이라할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프로그램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에서 눈물이 찔끔날 정도로 감동했다. 더욱이 홈에버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을 ‘여성노동자’로서 주체로 서는 과정으로 묘사한 영화, 사당동에서 철거된지 22년간 철거와 빈곤의 되물림을 3대에 걸쳐 조망하는 다큐멘터리 같은 것이 상영된다고 하는데이 어찌 흥분하지 않을수 있겠는가. 여성노동과 빈곤이, 이번 여성영화제 특별전 두 개 중 하나의 주제다. 그래서 국제학술회의도 열린다. 게다가 고령 여성들의 성과 사랑은 물론, 자아 찾기 등을 다룬 영화들도 상영된다 한다. 이것이 다른 특별전 주제다. 이 두 섹션만 성실히 봐도 올해 여성영화제는 개개인에게 보석으로 남을 것임에 틀림없다.

또한 10대 여성이 직접 찍은 영화 중, 자신을 스스로 비디오 액티비스트로 정체화한다거나, 혹은 로드스쿨러라 명명하는 영화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또 감동했다. 이주노동자 워크숍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사람 하나가 갑자기 애 낳으러 실려가느라 졸지에 그 남편은 출산기를 찍었다는 얘기도 반가웠다. 이렇게 삶과 영화와 정치는 하나이다.

그리고 올해에도, 아녜스 바르다 할머니가 온다. 프랑스는 유난히 여성배우들과 여성감독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곳이지만, 역시 아녜스 바르다의 활동은 눈부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나는 그녀의 가장 유명한 영화, <3시에서 5시 사이의 클레오>는 보지 못했지만, 그녀가 자신의 남편, 자크 드미 감독에게 바치는 헌사와도 같은 영화는 보고 감동했다. 그녀는 이미 자신의 남편의 영화 세계를 조망하는 다큐멘터리 한 편과, 자신이 헌신적으로 돌본 남편의 말년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한 편을 찍은 터다. (나는 자크 드미의 아름다운 세계를 전적으로 아녜스를 통해, 그녀가 만든 <자크 드미의 세계>를 통해 입문했다.) 그리고 올해, 자신의 해변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아녜스의 해변>을 들고 서울을 찾는 것이다.

이밖에도 현재 한국 밖, 전세계를 돌며 영화제에서 상영되고 있는 김소영 감독의 <나무 없는 산>과 이경숙 감독의 <어떤 개인 날>도 상영된다.

나는 언제나 매해 영화제 시즌의 맨 처음을 알리는 여성영화제가 올해, 예산도 줄고 상영작도 줄고 전체 규모가 준 가운데에서도 이토록 야심만만하게, 잘 벼리고 벼린 칼을 마침내 툭 내밀듯 자신만만하게 상영작들을 내세워준 것, 그리고 그 전면에 이토록 첨예한 정치를 툭 내밀어준 것에 너무 감사하다. 아울러 가슴이 너무 뛰어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기대하고 있다. 작년 10주년을 지내고 11회를 맞으며 ‘처음부터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영화제를 하겠다는 여성영화제의 약속은 과언 허언이 아니었다. 한동안 오르가즘을 찾는 데에만 너무 골몰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살짝 했었다. 이건 사실 몇 년간 여성영화제를 제대로 못간 나의 지독한 편견과 잘못된 생각일 가능성이 더 많지만… 단적으로 여성영화제에서는 마르가리타 폰 트로타 특별전을 한 적도 있으니까. 근데 올해는, 정말 멋진 여성영화제로 아주 단단히 심기일전을 한 듯하다.

N.

극장에서 일한다. 말을 잘하지 못해 글을 쓴다.

6 Comments

  1. 정치성은 둘째치고 올해는 일단 영화들이 재밌더라.
    내가 볼 수 있는 영화들이야 매년 극히 일부이긴 하다만,
    그래도 이 정도 비율로 영화들이 재밌었던 건 요 근래 몇 년간 처음인 듯.

    • 오오, 과연 올해 여성영화제는…! 당신 말을 듣고나니 더욱 기대된다.

  2. ‘올해 여성영화제, 기대된다’ 라는 제목만 보고 신나서 들어왔다가 묵직한 책임감을 더하여 돌아갑니다.
    진한 시간 보내고 가실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 기대 많이 하고 있습니다. 개막식 날부터 출근도장 찍을 각오하고 있어요. 열심히 준비해주세요!

  3. 오홋~
    저도 얼마전에 신문기사에서 봤는데 노바리님 글 보니 가서 보고 싶은 마음이 마구마구 듭니다!
    가서 연락하면 노바리님도 같이 볼 수 있는 거지요?^^

    • 이번 여성영화제는 아예 출퇴근 도장 찍을 준비를 하고 있답니다. 오셔서 연락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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