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스코시즈와 리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훌륭한 감독은 연기력이 미처 검증되지 않은 핀업보이에게서도 훌륭한 연기를 끌어낼 뿐 아니라, 이후 그가 ‘배우’로서 자기 발로 설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 어떤 감독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연기력은 뼛골까지 빼먹지만 이후 배우를 망가뜨리는 데에 반해, 이런 감독들은 말하자면 새로운 배우를 ‘발굴’하고 ‘만들어’낸다. 내게 그런 감독들 중 하나가 마틴 스콜세지다. 로버트 드니로는 말할 것도 없고, 멍청한 섹시녀로 평가절하 당하던 샤론 스톤을 배우로 이끌어준 것은 명백히, <카지노>에서 그녀를 연출했던 마틴 스코시즈였다. 핀업보이에서 배우로 절실하게 길을 찾던 톰 크루즈의 경력에서 이정표에 있는 영화가 마틴 스코시즈의 <컬러 오브 머니>란 사실도 새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갱즈 오브 뉴욕>에서 리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기용했던 마티 할아범은, 그가 꽤 마음에 들었나보다. <애비에이터>에서도 덜컥 하워드 휴즈의 역을 그에게 맡기더니, 올해 10월 6일을 개봉일로 잡고 있는 신작 <The Departed>에서도 맷 데이먼과 함께 디카프리오를 주연으로 쓰고 있다. 로버트 드니로와 하비 키틀, 조 페시이 너무 나이 들어버린 후 그의 페르소나를 표현해 줄 적절한 배우를 찾지 못하던 그가 비로소 디카프리오에서 빛을 본 건가? <길버트 그레이프>에서 빛나던 가능성 이후 지금까지 계속 “다듬어지지 않은 가능성과 천재성”만을 보여주고 있는 리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마티 할아범이 그토록 편애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디카프리오의 매력이 가장 찬란하게 빛났다고 말해지는 <로미오 + 줄리엣>에서, 나는 로미오가 아닌 자의식 강한 디카프리오만을 보았을 뿐이다. 분명 <갱즈 오브 뉴욕>에서 그의 모습은 이전보다는 나았지만, 내가 기대했던 바로 그 캐릭터를 보여주진 않았다. 그건 <애비에이터>에서도 마찬가지다. 디카프리오는 캐릭터가 아니라 캐릭터를 품은 배우를 보여준다. 그 연기법은 로버트 드니로나 알 파치노같은 대가들도 마찬가지로 즐기는 연기법이긴 하지만, 드니로가 보여주는 캐릭터에 대한 그 헌신성과 그 깊이가, 그 탁월한 해석력이 디카프리오에서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나는 지금의 드니로가 아니라 1970, 80년대의 드니로를 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디카프리오는, 영화 감상을 방해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곤 했다, 적어도 내게는.

예를 들어 <성난 황소>에서 드니로가 보여주는 연기는, 단순히 복싱선수에 걸맞는 근육을 만들었다가 무지막지하게 살을 찌운 외모상의 변화 따위는 별 것 아니라 여겨질 정도로 탁월하다. 1973년의<비열한 거리>에서부터 1980년의 <성난 황소>에 이르기까지, 드니로는 자신의 30대를 보내는 동안 스코시즈의 영화 다섯 편에 출연했고, 그 모든 영화에서 그 캐릭터를 품은 드니로 그 자체였다. 그러나 드니로가 그려내는 캐릭터들은 언제나 드니로 그 자신이면서도 동시에 그 캐릭터로 이입할 수 있는 통로이기도 했다. 우리는 드니로가 아닌 자니보이나 트래비스, 제이크를 상상할 수 없다. 그러나 역시나 30대인 디카프리오가 보여주는 것은 피상적인 캐릭터에 보기 민망하게 과열된 거짓 열정뿐이다. 그의 강한 코팅연기 면에는 캐릭터가 스며들어갈 구멍이 없다. 심지어 <타이타닉> 같은 영화에서조차, 케이트 윈슬렛이 아름답게 그려낸 로즈를 번번이 어색하게 만들며 아울러 영화 전체를 위태롭게 만든 것이 바로 디카프리오였다. 그는 자신의 스타성을 영화적 필요에 따라 연화시키는 법을 모른다.

새삼 마티 할아범에 버닝하고 있는 지금, 세번째로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을 그의 영화를 볼 생각을 하니 좀 기가 막히다. 새로이 발표된 신작 프로젝트 <Silence>에도 그가 출연하게 된다면, 조심스럽게 – 마티 할아범께는 죄송하게도 – ‘무시’를 고려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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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프리오, 마크 월버그, 마틴 쉰

맷 데이먼

데이먼과 디카프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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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극장에서 일한다. 말을 잘하지 못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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