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mm 필름의 황혼기

지난 7월 18일, 버라이어티지는 디룩스(Deluxe)사와 테크니컬러(Technicolor)사의 35mm 필름부문 사업합병 사실을 보도하며 “필름의 황혼기를 예고하다”라고 제목을 뽑았다. (기사 바로가기: David S. Cohen, “Lab pack heralds twilight of film” Variety) 디룩스와 테크니컬러는, 말하자면 영화산업사상 양대 축을 이루던 세계 최대의 필름 현상소라 할 수 있다. 디지털이 일반화되기 전, 우리가 극장서 헐리웃 메이저 스튜디오의 영화를 볼 때 영화의 마지막 엔딩 크레딧, 그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가면 이 영화를 어디서 현상했는지 현상소의 로고가 나오게 되는데, 99%가 디룩스 아니면 테크니컬러다. 이러한 두 회사가, 양사의 다른 부문들은 그대로 둔 채 35mm 사업부문 간 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한편, 버라이어티는 이 기사를 내보낸 지 9일 후인 27일 테크니컬러사와 포스트웍스(PostWorks)사 간 계약을 보도했다. (기사 바로가기: David S. Cohen, “Technicolor acquires LaserPacific” Variety) 테크니컬러가  한편으로는 시네디즘(Cinedigm) 사와 협약을 체결해 디지털 배급을 강화하는 한편, 레이저퍼시픽(LaserPacific)사를 인수해 포토웍스에 후반작업 자산들을 팔면서 디지털 후반작업을 재조정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35mm 필름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이 풍경도 곧 '옛 풍경'이 될 것이다.

디지털 혁명이 도래한 후 되도록 저예산으로 영화를 찍는 독립영화는 물론이고 거대 스튜디오의 작품들도 대부분 디지털 소스로 배급하고 있는 지금, 35mm 필름’의 위상이 이전보다 줄어든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35mm 필름을 생산하는 회사들이 연이어 도산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지금 내가 일하는 서울아트시네마에서도, 독립영화뿐 아니라 고전영화들을 DCP로 상영하는 일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2011 시네바캉스 서울’에서 상영되는 히치콕의 세 작품(<새><현기증><싸이코>)도, 러닝타임 5시간 30분에 달하는 <카를로스>도 DCP로 수급했다. 아마 앞으로는 더할 것이다.

디지털은 35mm 필름의 깊이감과 공간감을 재현해주지 못한다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 될 듯하다. 그만큼 디지털이 발전한 탓도 있겠지만, 새로이 제작되는 영화들이 제아무리 35mm로 촬영됐다 하더라도 후반 작업에서 거의 대부분 DI작업을 거치는 만큼, 이제는 디지털 소스를 다시 필름으로 현상해 필름 프린트로 배급하는 일이 이전만큼 큰 의미를 지니기 힘들어진 것도 사실이다. 거대 체인을 가진 국내 모 멀티플렉스는 앞으로 중앙에서 디지털 상영을 관리하는 ‘매니저’를 두고 35mm 필름을 더 이상 상영하지 않는 방안(그리하여 나아가 영사기사를 정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영사기사가 사용하는 필름 편집용 테입인 35mm 스플라이서 테입이 국내에서 더 이상 판매되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도 들었다. 사라지는 것은 필름만이 아니다. 정말 필름의 시대는 곧 종언을 맞는 것인가, 싶어 새삼 기묘한 기분이 든다.

그런 와중에 최근 Netflix사는, “DVD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하며 온라인배급을 확장하고 강화하고 있다. 필름메이커 지의 스콧 매컬리는 최근 영화제에서 DVD 스크리너로 영화를 보는 경험과 ‘DVD시대의 종언’에 대한 단상을 칼럼으로 썼다. (Scott Macaulay, “Festival film watching and the death of the DVD” Filmmaker) 기술의 변화가 너무 빨라 따라가기는커녕 아쉬워하기도 벅찬 시대다.

ps. 버라이어티의 기사는 대부분 유료이기 때문에 링크가 잘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ps2. 본문에서 글 짧게 쓰고 설명하기 쉬우라고 테크니컬러와 디룩스를 대충 ‘현상소’로 표현하며 퉁치고 지나갔는데, 실제로 이제껏 해왔던 사업은 그냥 현상소도 아니고, 우리가 쉽게 생각하듯 동네 사진현상소의 영화 버전회사… 수준이 결코 아닙니다. 말하자면 이건 CJ를 대충 ‘설탕 만드는 공장’ 정도로 표현한 거랄까요. 뭐 돈 된다면 아무 분야나 동네 구멍가게 품목에다가도 손뻗치는 국내 재벌에 비유하는 것도 그다지 좋은 비유는 아니지만…

ps3. 사실 디룩스나 시네디즘의 표기도 그다지 올바르다고는… ‘디럭스’라곤 차마 못 쓰겠더라고요, 뭐 이것도 딱히 정확한 발음도 아니지만.

N.

극장에서 일한다. 말을 잘하지 못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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