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세이준의 남자들

<야수의 청춘> 보다. 어제 트위터에 “나는 시시도 조보다는 고바야시 아키라”라고 썼는데 그 말 취소해야겠다. 물론 시시도 조의 매력을 제대로 본 건 한 편뿐이지만 반대로 단지 한 편만으로 불과 어제 뱉은 말을 취소한다면 게임 끝이지 뭐. 아니 그렇다고 고바야시 아키라가 싫어졌다는 건 아니고…


고바야시 아키라가 무겁고 진중하다면 시시도 조는 뭐랄까, 가볍다기보다, 유연하고 융통성이 있다. 고바야시 아키라가 야쿠자의 과거로부터 도망치거나 현재 아쿠자임을 가족에게도 숨긴 채 괴로워한다면, 시시도 조는 친구의 죽음을 캐기 위해 적극적으로 과거로 돌아가 의도적으로 신분을 숨기고 위장해 적진에 잠입한다. 고바야시 아키라가 그런 회의에도 불구하고 가족 혹은 조직, 동료를 지키기 위해 칼을 들고 적진 한가운데에 우직하게 돌진해 들어간다면, 시시도 조는 진짜 얼굴을 감춘 채 비밀을 캐내거나 적들 사이를 이간질시키는 간계를 구사한다. 그리하여 고바야시 아키라가 끝내 그를 배신할 여자를 위해 오른쪽 뺨에 기다란 칼자국 흉터를 얻을 때, 시시도 조는 손톱이 뽑히는 고문을 당하면서도 그들을 멋지게 속여넘긴다. 고바야시 아키라가 고지식하고 답답한 느낌인 반면, 시시도 조는 유들유들하고 능수능란한 타입. 평생을 순하고 모범생으로 살아온 나 같은 재미없는 인간은 당연히도 고바야시 아키라에게 감정이입을 하면서 시시도 조를 동경할 수밖에 없다.


 


에서의 고바야시 아키라.


 


에서의 시시도 조.



스무 살 시절 출연한 <푸른 유방>과 <돌아오지 않는 봄>에서 고바야시 아키라가 제멋대로 반항하는 청소년이었던 건 그래서 유난히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그의 반항은 소년과 청년 사이에 걸쳐진 이들의 흔한 방황 정도가 아니라 가정폭력을 일삼는 아버지의 목을 졸라 소년원에 갔다 오는가 하면 새어머니가 과거 강간을 당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빌미로 갱과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개망나니의 수준이다. 20대 후반 ‘남자 어른’이 되어 야쿠자로서의 과거 혹은 현재에서 도망치고자 하는 고바야시 아키라의 모습은 마치 스무 살 적 망나니짓에 대한 후회이자 참회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두 남자의 나이가 든 모습은… 아아 고바야시 아키라는 찾아보지 말 걸 그랬다. 예상은 했지만 살이 붙고 느끼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아저씨의 모습. (엉엉 세월아…) 요즘은 종종 TV 예능에 나이든 게스트로 나와 폼을 잡으시는 것 같고… 젊었을 적에도 자신이 주연을 맡은 영화의 주제곡을 간간이 불렀던 모양이지만 나이가 좀 더 들고 나서는 배우보다도 엔카 가수로 더 유명한 것 같다. 포털 아무데에서나 고바야시 아키라를 돌려보면 그의 노래를 올려놓은 블로그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반면 시시도 조의 모습은 오, 카리스마 넘치고 멋지심… 젊을 적 너무 잘생긴 얼굴이 평범해 보여 개성을 부여하고자 양 볼에 실리콘을 집어넣으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처음 봤을 때 저 배우는 볼에 웬 심술살이 저렇게 많냐고 킬킬댔는데) 더욱 그의 연기 스타일이나 미간의 주름 같은 걸 더 들여다 보게 된다. 고바야시 아키라가 듬직한 스타일에 이목구비가 큰 데도 어딘가 고운 선을 갖고 있다면 시시도 조는 전형적인 ‘숫컷’의 모습. 게다가 <육체의 문>에서는 전형적으로 조또 아무것도 없고 빌붙어사는 주제에 가오 잡고 큰소리나 내며 꼰대질하는 전형적인 재수똥 남자…이지만 몸은 좋다! (으잉?)


사족 같지만 전혀 다른 배우 한 명을 짧게 얘기해 보자면, <관동무숙>에서 오른쪽 상처에 칼자국을 하고 나오는 가와지 다미오는, 거기에서의 모습만 그랬는지 어쩐 건지 대체로는 유약하고 섬세한 청년 역할들을 맡았던 것 같다. 같이 영화를 본 이들이 ‘상당히 현대적인 얼굴’이라 평했는데, 나는 옆으로 늘린 김주혁 같다고 느꼈다. <야수의 청춘>에서 노모토파 두목의 동생으로 평소 소심하고 유약한 성격(…이나 꼭지 돌면 면도칼로 얼굴을 회 뜨는 살벌한 청년)으로 나온다. <하이틴 야쿠자>, <모두가 미쳤어> 같은 청춘물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이가 이후 고바야시 아키라와 시시도 조, 노가와 유미코 옆에서 조연으로 나오는데(그래서 블로그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그를 ‘조연급 스타’라 호칭), 아직 못 본 스즈키 세이준 영화에 그의 출연작이 꽤 많은 듯하여 또 다른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려는 중이다.


 


ps. 2012년 9월 22일 토요일 오전 7:41에 페북에 쓴 글을 옮기다.



N.

극장에서 일한다. 말을 잘하지 못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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