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흥순 | 비념 Jeju Prayer (2012)

미디어스에 2012. 9. 12에 실린 글. 원본은 여기. 여기엔 앞엣 세 문단만 전재합니다. <비념>은 2012년에 제작되어 영화제들에서 소개된 뒤, 2013년 4월에 정식 극장개봉하였습니다.

비념

'비념'은 원래 제주에서 무당이 요령 하나만 흔들면서 여는 작은 굿을 일컫는다.

<비념>을 제작한 김민경 프로듀서는 오랜만에 고향인 제주를 찾았다가 가족과의 대화 중 외할아버지에 대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너희 할아버지 4.3 때 돌아가셨잖니.” 어른들은 모두 그가 이미 알고 있지 않냐는 듯 말씀하셨지만 실제로 그는 이전에 외할아버지의 죽음의 내력에 대해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고 하였다. 나이가 한참 들어서야 가족 내력을 아는 건 아무래도 좀 이상하지 않은가 싶었는데, 김PD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그런 얘기는 물어보지 않는 이상 먼저 쉽게 얘기해주기는 어렵죠.” 순간 나 역시 내 친할아버지의 내력은커녕 그분의 함자조차 제대로 모른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뿐인가, 나는 내 할아버지의 형제가 정확히 몇인지, 그분들이 과연 살아계신지 언제 돌아가셨는지도 모른다. 내 할아버지 집안의 내력도 대충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 한쪽에 걸쳐져 있다고 들었다. 자세히 물어보지 못한 건 우리 부모님 역시 잘 알지 못하셨기 때문이다. 안다 해도 애써 잊어버리려 하신 흔적도 보였다. 아마도 당신 자식들이 연좌제로 고생할까 걱정하셨기 때문이리라. 난 그저 내가 친일파의 손녀가 아니라서 안도했었다. 이게 부모 세대와 내 세대의 차이라면 차이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즈음 만나 새로운 작업을 구상하고 있던 임흥순 감독과 이 이야기를 나눈 김PD는 이후 제주에 함께 내려왔다. 그리고 그의 집안의 내력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입을 닫고 살았던 이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된 영화가 바로 임흥순 감독의 단편인 <숭시>고, <비념>은 말하자면 <숭시>의 장편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숭시>는 올해 네마프의 개막작 중 한 편으로 상영되었고, <비념>은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돼 시네마디지털영화제에서도 상영되었다. 곧 DMZ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도 상영될 예정이라 한다.

영화 속에는 김민경 PD가 어머니, 외할머니와 함께 할아버지의 무덤을 찾는 장면이 나온다. 어머니는 10년 만에, 외할머니는 9년 만에 가느라 처음엔 무덤을 제대로 찾지도 못한다. 제주에서 벌채는 온전히 남자들의 몫(권한?)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4.3 당시 특히 학교의 젊은 선생들이 빨갱이 주모자로 몰려 잡혀가 총살을 당했다고 하는데, 김PD의 할아버지도 그렇게 21살의 나이에 총살을 당했다. 하 어수선했던 그 시대, 자식이 일본에 유학가고 싶다는 것을 한사코 말렸던 할아버지의 어머니는, 꽃다운 자식이 그렇게 죽은 뒤 자신을 탓하며 정신을 놓았다. 생활과 생존을 이어갈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목 놓아 울기만 하다가 결국 아들의 뒤를 따랐고, 그 곁에 묻혔다고 한다. 새파란 나이에 과부가 된 김PD의 할머니, 즉 강상희 할머니는 자신의 오빠의 가족에 마음을 의탁하며 딸을 키워냈다. (이후 보러 가기: 클릭!)

N.

극장에서 일한다. 말을 잘하지 못해 글을 쓴다.

2 Comments

  1. 벌채가 아니고 벌초 아님?
    제주서 벌초 때 여자 안 델꼬 감.
    성묘는 델꼬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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