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 버빈스키 | 캐러비언 해적 2: 망자의 함 Pirates of the Caribbean : Dead Man’s Chest

잭 스패로우님이 돌아오셨어!


Jack Sparrow is back!


<캐러비언 해적: 블랙펄의 저주>에서 조니 뎁의 잭 스패로우는 막강 ‘조연’쯤의 위치였다. 그러나 그가 선보인 잭 스패로우의 매력은 너무나 무시무시해서, 이제 속편은 “잭 스패로우의 귀환”을 포인트로 마케팅된다. 그리고 이것은, 당연하다. 해적의 창궐 시대를 느슨하게 배경으로 했지만 사실상은 디즈니랜드의 놀이기구들을 진짜 주인공으로 삼았던 전편에서, 놀이기구들의 자리마저 잭 스패로우가 홀랑 뺏어버리지 않았던가.

전편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만큼, 속편은 전편보다 더 스케일이 크다. 세 명이 서로서로를 상대로 싸우는 장면도 즐거웠고. 코르셋의 억압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지는 못한 채 다른 이들의 액션에 의해 구조되어야 했던 엘리자베스는 이제 남자 선원복을 입고 당당히 액션을 펼친다. 어리버리하고 순진했던 ‘청소년’ 윌 터너는 이제 한 사람의 성인남자로 당당히 성장하여 빠른 결단력과 재치, 전투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지도력과 통솔력을 발휘하며 도대체 누가 진짜 블랙펄의 선장인지 헷갈리게 만들 정도다. 우리의 잭 스패로우는? 잭 스패로우, 잭 스패로우는…

분명 이 영화는 화려한 액션과 스펙터클한 볼거리, 그리고 웃음을 적절히 선사하고 템포조절을 잘 한다는 면에서 꽤 좋은 오락영화이자 블럭버스터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스토리의 중심축으로 등장하는 망자의 함과 열쇠, 그리고 문어대마왕인 데비 존스와 그의 괴물부하 크라켄은, 전편에서 블랙펄과 저주받은 해적들만큼 강렬한 인상이나 존재감을 주지는 못한다. (블랙펄의 선장과 선원이 엘리자베스 앞에서 마침내 달빛에 진짜 정체를 드러냈을 때의 위압적 풍모를 기억해 보라.) 느글거리고 유들유들한 잭 스패로우의 매력은, 볼거리는 거창하나 결국 덩치만 큰 이것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빛을 잃는다. 너무나 귀에 익숙한(종종 <블랙펄의 저주>의 DVD를 빌려다 본 나만 그런가?) 한스 짐머의 테마는 1편에서 화면과 경쾌하게 싱크로나이제이션을 자랑했던 것과 달리, 속편에서는 웅장함을 자랑하면서도 화면과는 따로 노는 느낌이다. 도대체 왜?


아아아 선장님... ㅠ.ㅠ


오히려 인상깊었던 건, 이 영화가 속편으로 오면서 세계사의 흐름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더란 것이다. 역사적으로 해적들은 신항로 및 신식민지 쟁탈전쟁의 부산물이기도 하고, 특히 다른 유럽국가보다 이 전쟁에 늦게 뛰어든 영국의 경우 스페인의 주도권을 빼앗기 위해 은근히 해적들을 장려하고 감싸준 역사가 있다. 막 신항로 및 새로운 시장의 개척 당시이던 때엔 해적이 득세하면서 해적이 공공의 적이 되었지만, 해적은 곧 국가에서 민간무장선으로 일종의 면허권을 내주어 다른 나라의 상선을 공격하게 하는 그런 존재가 된다. (물론 이 타협을 거부하는 이들은 여전히 ‘공공의 적’인 해적 취급을 받았지만.) 이것은 동인도회사와 서인도회사 등의 설립과 활약 등을 통해 이루어지며, 이는 점차 아메리카 대륙의 식민지들이 유럽 본국과 갈등을 하게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속편은 바로 이러한 세계사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나올 3편은, 식민지와 유럽 본국 사이의 결별의 과정 및 해적의 쇠퇴를 반영하게 될까? 그건 알 수 없다. 영화는 대놓고 3편을 예고하고 있는데(현재 촬영중이며 내년 여름 개봉 예정. 2편과 3편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던 듯.), 이걸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은 물론 1편의 ‘조연’에서 졸지에 시리즈 전체의 주인공이 돼버린 잭 스패로우 씨의 운명이 궁금해서이기도 하지만, 등장 순간 환호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바르보사 씨가 맹활약을 펼칠 예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1편에선 철저하게 윌 터너와 엘리자베스 사이에만 존재하던 애정의 교감이, 2편에서는 엘리자베스와 스패로우 사이에서도 조짐을 보이면서 미묘한 삼각관계를 예고하고 있다.

속편이 나오기까지 3년이 걸렸는데, 이제 3편은 1년만 기다리면 된다. 절대로 크라켄한테 죽었을 리 없는 우리의 잭 스패로우 씨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흥분 만점의 예고편을 공개해놓은 <스파이더 맨 3>와 함께 내년 여름을 손꼽아 기다리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이다.

ps.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본 반가운 얼굴, 스텔란 스카스가드. 그런데 이 섹시한 남자가 어느새 남자주인공 하나의 ‘아버지’ 역할을 맡게 될 정도로 나이를 먹었다니, 조금 충격이다.

빌 터너(스텔란 스카스가드), 네... 당신도 점점 나이들어가는군요...

N.

극장에서 일한다. 말을 잘하지 못해 글을 쓴다.

6 Comments

  1. 3편 내용은 동인도 주식회사에 맞서는 잭스패로우가 될라나 … 기대가 되더라고요 ^^

  2. 1편에서는 잭 스패로우의 아우라가 영화를 지배했었는디 2편에서는 윌 터너의 카리스마가 돋보이는군요.그려서 재미없었음.잭 스패로우땜시롱 좋아혔었는디..

  3. 이규훈 / 생각해보면, 디즈니 영화치곤 묘하게 반항적인 영화란 말이죠. 제도권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있는데도 자유를 갈구하는 해적이라니 말예용. 히히

    수하이 / 이힝~ 전 윌 터너도 좋아용. 그래서 재미있었어용. 하지만 역시나, 선장님이시죵.

  4. 전 엘리자베스-윌-잭의 3각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3편이 기다려져요. 중반에 엘리자베스가 들고 있던 ‘가장 원하는 것을 가리킨다’는 나침반이 계속 잭 스패로우를 가리키자 그녀가 당황하는 표정을 지으며 나침반을 던진 것도 왠지 다음 이야기를 위한 복선인 것 같고..(제겐 엔딩 직전의 엘리자베스의 눈물이, 왠지 ‘조제..’ 엔딩의 츠네오의 눈물 같이 느껴지더군요)

    저에게 이번 슈퍼맨이 별로였던 이유는 슈퍼맨-로이스-클라크의 3각관계를 찾아보기 힘들어서였어요. 흐음..저는 삼각관계에 대한 페티쉬가 있는걸까요-_-

    • 엇, 그 나침반이 그런 거였나요?? 흐미.. 역시 다시봐야겠어요. 그런 생각도 들긴 합니다. 이 시리즈의 진정한 주인공은 그러니까, 엘리자베스가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요. 말하자면 윌 터너는 현실이고, 잭 스패로우는 이상이잖아요. 거칠 것없이 제도권 밖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사는 해적, 믿음직스럽고 현실적이며 제도권 안에서 성숙과 적응을 해가는 문명인… 엘리자베스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도 당연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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