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 다시

<타짜>를 다시 봤다. 이번엔 전반적으로 블루지한 분위기, 그 와중 긴박감을 더하기 위해 타악기(특히 봉고와 심벌즈)와 퍼커션을 많이 쓴 음악효과들이 유난히 더 귀에 들어왔다. 마지막을 한대수의 곡으로 마무리한 것도 좋았지만, 고니(조승우)가 고광렬(유해진)과 단속을 피해 도망가는 장면에 나온, 심벌즈 위주의 재즈곡이 참 좋더라. <타짜>의 영화음악은 전체적으로 영화와 잘 어우러지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놓고 과시하지 않는 좋은 음악이었다는 생각이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리쌍의 ‘야바위’라는 곡이 타짜의 OST 수록곡으로 도는 모양인데, 영화 중 들은 기억이 없는 걸 보면 조심스러운 추측으로는 원래 엔딩 뮤직으로 쓰려다 막판에 한대수의 곡으로 대체한 거 아닌가 싶다. 만약 그렇다면, 정말 탁월한 선택. 리쌍의 현대적이고 경박한 싸운드는 의도적으로 복고적인 – 공식 시대배경은 90년대 중반이지만 평경장의 자전거에서도 드러나듯 오히려 7, 80년대 정서가 기묘하게 섞여있다 – 영화 분위기와 절대로 안 어울린다.

바로 요 장면의 시퀀스에서 흐르는 심벌즈로 시작하는 재즈곡, OST에 과연 수록되려나.

이번엔 시퀀스와 시퀀스의 연결, 숏들을 살펴봐야지, 했건만, 영화를 보다보니 어느새 휙 빨려들어가 정신을 놓고 내러티브를 따라가고 있다. 내용 다 알고 심지어 원작도 읽고 갔건만, 두번째 봐도 마치 처음 보는 것마냥 어찌나 재미있던지. 이 영화가 얼마나 촘촘한 밀도를 자랑하며 꽉 짜여져있는지만 새삼 다시 느끼며 또 감탄. 플래시 백 앤 포스(Flash Back and Forth)의 구성이 얼마나 탁월한 선택이었는지, 다시 보니까 더욱 확실히 알겠더라. 고니의 도박 입문 계기에서 곧바로 곽철용의 하우스로 뛰는 이 영화, 다시 과거로 돌아와 평경장의 제자로 받아들여지고 훈련받고, 다시 곽철용의 하우스로 돌아온다. 정마담의 내레이션은 나중에 가서야 경찰에게 진술을 하는 이야기로 밝혀지는데, 이는 고니라는 인물을 제3자의 입장에서 서술하게 함으로써 인물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한편 인물을 객관화 시키는 역할뿐 아니라, 이러한 플래시 백 앤 포스를 더욱 매끄럽게 함으로써 관객에게 시간적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한 매우 친절한 배려였던 것이다… 이러한 백 앤 포스를 통해 생기는 긴장감과 스릴이 상당하다.

이 장면은 곽철용과의 첫대면 후에야 플래시 백으로 나온다.

원작을 보고 영화를 다시 보니, 스토리의 반과 대사의 반이 새로 쓰여졌음을 알 수 있었다. 새삼 ‘뛰어난 각색자 최동훈’에 다시 한번 감탄한다. 한국영화씬에서 정말 보기 드문 귀한 존재다. 전체적인 구조를 짜는 것에서부터 라인 한 줄 쓰는 것까지, 대박 센스쟁이!! 최동훈이 시나리오 강의 같은 걸 한다면 만사 다 제끼고 수강생이 될 용의가 있다.

N.

극장에서 일한다. 말을 잘하지 못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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