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로버트 알트만 감독 별세

알트먼 감독의 영화는 후기작 몇 편을 제외하고 국내에 제대로 알려진 적이 없다. 그의 대표작이라는 <내쉬빌>이나 <야전병원 매쉬>가 국내에 소개되었던가? 심하게 가위질된 <매쉬>의 비디오는 본 적이 있는 것같다. 하지만 그는 <플레이어>와 <숏컷>, <패션쇼>의 감독이었고, <고스포드 파크>의 감독이었다. 이 작품들은 모두 후기작들이다. <플레이어>의 오프닝 장면은 인구에 두고두고 회자되며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부기 나이츠> 오프닝에서도 오마주 되었지만 정작 지금의 영화팬들이 로버트 알트먼 감독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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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트먼 감독이 11월 20일 별세했다. 향년 81세셨고 TV물과 단편들을 제외하고 30여 편의 영화를 만드셨으니, 사실 만큼 사시며 만드실 만큼 영화를 만들다 가신 셈이지만, 그렇다고 섭섭함과 아쉬움이 없진 않다. 꼬장꼬장하고 성깔 있어 뵈는 흰 수염과 흰 머리의 풍채를 이미 10년 전부터 봤으면서도, 나는 그가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언제나 정정하게 살아있으면서 그 특유의 냉소적이고 서늘한 분위기의 영화들을 2년에 한번, 3년에 한번씩 내놓을 거라 생각했다.


헐리우드의 스타감독이었고, 이후 헐리우드의 이단 감독이 된 로버트 알트먼의 명복을 빈다. 추모상영한다는 <프레리 홈 컴패니언>이나 보러가야겠다. <쇼생크 탈출> 때문에 선한 이미지로 ‘잘못’ 알려진, 팀 로빈스의 악당 연기와 그레타 스카키의 고혹적 아름다움이 빛났던 <플레이어>도, 오랜만에 다시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N.

극장에서 일한다. 말을 잘하지 못해 글을 쓴다.

5 Comments

  1. 그저 지나간 노장으로 몇몇 사람들의 기억에만 희미하게 존재하고 계신 줄 알았는데, 추모 포스트가 몇몇 눈에 띈다. … 감사한 일이다.

  2. 오, 이분도 가셨음? < 스포드 파크>로 내게 마지막 테러를 가했던 거 같던데…작품성 편차는 좀 심했지만 < 레이어>는 정말 재미있었지.

  3. < 쉬빌>은 작년에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두차례 상영한 적이 있습니다. 화질은 정말 개판이었지만 영화는 정말 좋았어요. 그때부터 벌써 저런 스타일을. 그리고 폴 토마스 앤더슨이 < 기 나이츠>의 오프닝에서 오마주를 바친 알트만의 < 레이어>의 오프닝 장면은, 실은 알트만이 오손 웰스의 < 의 손길> 오프닝을 오마주한 거라고 합니다. 오손 웰즈 회고전 < 의 손길> 상영전에 김성욱 아저씨가 예의 그 나지막한 저음으로 얘기해주셨죠. ^^

  4. 오필리어 / < 레이어> 재밌지… 요즘 어디서 안 해주나. < 스포드 파크>를 빨리 봐야겠어. 클라이브 오웬이 초섹시로 나온다는 얘길 들은 게 벌써 몇 년인데 계속 미뤄두고 있었지 뭐야.

    나뭉이 / 알트먼이 오손 웰즈와 베르톨루치를 언제나 염두에 두고 있었단 얘긴 알고 있었지만, < 의 손길>이었군요, 애초가. 근래 아트시네마 프로그램이 정말 풍요로워졌는데, 작년, 올해엔 부산에 있는 터라 몇 편 못 봤죠. < 일드 번치>랑 < 리>, < 루벨벳>, < 난 황소>, < 열한 거리>를 건진 것으로 만족하렵니다. (물론 그 옆엣 필름포럼에서 우디 앨런의 영화를 무더기로 건진 것도 빼먹을 수 없겠죠.) 내년엔 아트시네마에 좀더 자주 출입할 수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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