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매콜 스미스 |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키보다는 허리둘레에 축복을 받은” 보츠와나 공화국 최초의 여자탐정, 음마 라모츠웨의 이야기. 현재 영국에서 총 5권이 나왔다는 시리즈 중 첫째 권으로, 한국에서는 앞엣 두 권이 2004년 6월에, 3권이 올해 6월에 나온 상태다. 항간에는 엄청난 베스트셀러였던 영국에서와 달리 판매율이 너무 부진해서 두 권으로 시리즈가 끝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는데, 출판사인 북앳북스에서 최근 5권까지 완간을 약속했다고 한다. 다만 3권이 무려 2년만에 나온 걸로 봐서 나머지 권들이 언제 나올지가 문제겠다. 이왕 나온 거니 5권까지 다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서, 책의 존재는 첫 권이 나올 때 알았지만 최근에야 세 권을 한꺼번에 질렀다.



이 책은 라모츠웨의 아버지 오베드, 그녀의 어린 시절과 20살 때의 실패한 결혼, 탐정사무소를 열게 되는 과정 등에 대해 상당한 분량을 할애한다. 물론 탐정 사무실을 연 뒤 그녀가 맡게 된 소소한 사건들도 등장하고, 책 전체에 중심을 잡아주는 중대한 사건, 즉 부적을 위한 아동 유괴/살해사건이 등장하지만, 대체로는 초짜탐정이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다. 거기에 미스테리의 해결에 초점을 맞추며 스릴을 제공하는 것보다는 아프리카를 사랑하고 평화로운 조국 보츠와나를 아끼며 다른 사람의 말을 주의깊게 듣고 사람들을 따뜻하게 이해하고 아끼는 라모츠웨의 캐릭터에 집중한다. 여유롭고, 자신감 있으며, 삶을 낙관하고 긍정하고, 다른 이들의 불행이나 고민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일단 하기로 한 일에 성실하고 책임을 지며, 부드럽게 웃을 줄 아는 라모츠웨. 미스터리 중에서도 이런 서브장르를 이 장르 팬들은 코지물(Cozy Mystery)이라고 하던가. 코지물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라모츠웨 시리즈가 꼽히는 건 아마 이 책이 배경으로 하는 곳이 아프리카의 보츠와나 공화국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칼리하리 사막이 인접해 있고, 다이아몬드 생산으로 경제가 안정돼 있고 일찌감치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었으며, 서구식 사고방식과 문화가 소위 ‘신식방식’이라 하여 널리 퍼지며 기존 전통관념과 충돌하며 공존한다. 영국에서 그토록 인기를 모은 것은, 아마도 제국주의 시절의 향수 탓이 아닐까, 짐작한다. 경제적 안정을 이루고 있는 탓에 영국에 칼을 들이댈 리 없으니 더욱. 하지만 한국에서 라모츠웨 여사와 사랑에 빠진 독자들은? 솔직히 사람들의 그 환성어린 탄사에 큰 기대를 했는데 기대에 못 미쳤다. 2, 3권까지 읽고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1권만으로는, 라모츠웨 여사에게 남들이 말하듯 그렇게 확 빠지지는 못하였다.


내가 기대한 것은, 겉으로 보기엔 빈틈많고 호들갑스러우며 수다스럽고 아주 웃기는 유머를 구사하는 ‘아줌마’인 듯하지만 필요할 때엔 속에 감추어놨던 통찰력을 반짝 빛을 냈다가 그것을 다시 저 수다쟁이 아줌마 스타일로 능숙하게 가리는 스타일의 탐정이었다. (그러니까… 취권 고수같은?). 알라딘의 마이리뷰들을 읽고 그런 탐정인 듯하여 크게 기대를 했다가 실망했는데, 따지고 보면 그건 라모츠웨가 이런 사람이 아니어서라기보다는 – 아니, 오히려 사려깊고 진중한 스타일인 걸 빼면, 겉으로 보기엔 푸근하고 평범해 보이는 ‘아줌마’ 스타일이다 – 작가의 서술방식 탓인 것같다. 아무리 이게 코지물이라곤 해도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은 미스터리물과는 어울리지 않는 듯. 아니면 그 불균형이 주는 통쾌감이 사람들에게 어필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 책이 내세우는 어떤 ‘소박함’이 매력을 주는 것일까? 하지만 그 소박함은 내게는 살짝 불편한 감을 주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백인이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또다른 전형적인 ‘대상화시키는 시선’처럼 느껴져서 말이다. 인간 아래로 보지 않는 대신 무조건 미화하는.


어쨌건, 1권은 오랫동안 음마 라모츠웨를 사모해왔던 엔지니어 마테코니 씨의 청혼을 라모츠웨가 받아들이는 것으로 끝난다. 불행한 결혼생활 끝에 갓난아기를 잃는 슬픔을 겪고 더이상 결혼이, 섹스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왔던 라모츠웨, 더욱이 마테코니의 청혼을 한번 거절한 전력이 있는 그녀가 두번째 청혼을 받아들이게 된 이유, 그리고 그 이후가 좀, 궁금하긴 하다. 그래서 현재 2권, [기린의 눈물]을 읽고 있는 중.

N.

극장에서 일한다. 말을 잘하지 못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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