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매콜 스미스 | 기린의 눈물




음마 라모츠웨가 활약하는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시리즈의 두번째 권. 음마 라모츠웨의 어린 시절과 20대 시절, 그리고 탐정사무소를 열게 된 과정과 초짜 탐정으로서 그녀가 자리를 잡아가는 게 1권의 내용이었다면, 2권인 [기린의 눈물]은 그녀가 본격적인 커리어를 쌓아가며 ‘보츠와나에서 명성높은 탐정’이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서인 마쿠치 부인이 ‘조수 탐정’으로 승진해 나름의 활약을 펼치기도 한다. 한편 1권 말미에서 라모츠웨가 마테코니 씨의 두번째 청혼을 받아들인 뒤, 여기에서는 이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교감과 잔잔한 ‘일상의 데이트’가 그려지기도 한다. 2권에서 중심이 되는 대형사건은 10년 전 실종된, 커틴 부인의 아들의 사연을 조사하는 일이다.


1의 팬들 중 일부가 2권에 대해 다소 산만하다고 평했던 반면, 나는 2권이 더 좋았다. 아마도 1에 비해 이 시리즈의 스타일과 인물들에 익숙해져서이기도 하겠지만, 사건을 펼치고 닫고 토막내서 배치하고, 캐릭터를 드러내고 묘사하는 방식이 전 권에 비해 훨씬 더 유려하고 여유로워졌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음마 라모츠웨가 얼마나 현명하고 아름다운 여성인지를 강조하는 방식이 1서 독자들에게 계속 직설적으로 ‘그렇다’고 주장하는 방식이었다면, 2에서는 에피소드를 통해, 그리고 좀더 우회적인 방식의 내면 묘사를 통해 좀더 자연스럽게 묘사된다. 아마도 낯선 주인공을 어떻게든 관객에게 어필시켜야 하는 동시에 사건을 끌어가야 하는 부담감이 없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는 음마 라모츠웨의 특성을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보고 해석하는 시각도 등장하는데, 나름 악당이라면 악당이랄 수 있는 이 인물은 사건의 ‘플롯’에 긴장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음마 라모츠웨라는 ‘캐릭터 내부’에, 그리고 캐릭터와 그 캐릭터를 바라보는 독자의 시선 ‘사이’에 긴장을 일으킨다. 바로 이런 기능이, 이 인물이 별다른 악당짓도 못해보고(!!) 그만 들통나서 수감되는 바람에 좀 심심함을 안겨줌에도 불구하고, 소위 ‘코지 미스터리’ 중에서도 캐릭터 중심인 이 시리즈에서는 더없이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1권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비중이었던 마쿠치 부인과 마테코니 씨의 캐릭터 비중이 늘어났는데, 워낙 라모츠웨가 중심을 잘 잡고있다 보니 자연스럽고 여유롭게 확장을 해간다.


1권에서 내가 다소 수상쩍어하며 물음표를 던지고 있었던 몇몇 지점들이 2권에서는 어느 정도 풀린 듯한 기분. 작가와 음마가 분리돼 있는 듯 느꼈던 1권과 달리, 2권은 같은 전지적 작가 시점인데도 훨씬 더 음마에게 밀착되어 있고 좀더 음마의 시선이 잘 드러난다. 그래서 유럽 백인이 아프리카 흑인 주인공을 내세워서 착한 척하기보다는, 정말로 아프리카를 사랑하는 백인 작가의 애정, 혹은 정말 아프리카의 정신을 가진 화자처럼 느껴진다. 2권 덕에 3권을 훨씬 더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라모츠웨에게 풍덩 빠지는 대신, 서서히 물들면서 애정을 갖는 계기가 되어 준 권이다.

N.

극장에서 일한다. 말을 잘하지 못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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