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에 해당되는 글 2건
맛 좀 보자, 毒립영화! - 2010/11/29 01:24
올해도 드디어 서울독립영화제(서독제) 시즌이 돌아왔다. 올해 서독제는 12월 9일부터 17일까지 9일간 상암CGV에서 열린다. 상영작은 모두 64편. 이중 초청작 20편을 제외한 단편 33편, 장편이 11편이 경쟁부문에서 상영된다. 모두 631편의 공모작 중 사전예심을 거친 작품들이다.
올해 서독제의 달라진 점에서 가장 눈에 띄는 두 가지는 첫째, 장소가 달라졌다는 점, 그리고 예산이 확 줄었다는 점일 것이다. 작년까지는 명동에 있던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렸지만, 인디스페이스가 작년 말 문을 닫으면서 상영장을 잃어버린 서독제는 결국 상암으로 향해야 했다. 또한 그간 영진위(1억 4천)와 서울시(6천)로부터 받았던 지원금을 올해 받지 못하게 되면서 예년보다 훨씬 줄어든 규모로 치러지게 됐다. 그러나 18일 홍대거리의 한 호프집에서 열렸던 사전감독모임에서 조영각 집행위원장이 말했던 것처럼, “예산이 없어도 (감독들이) 영화를 만드는 것처럼, 예산이 없어도 영화제는 치러진다.” 다들 속으로는 울컥하는 숨을 삼켰을 테지만, 조영각 집행위원장이 올해는 영진위와 함께 치르지 않는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참석자들 일각에서 자그마한 ‘환호성’까지 일었다. 비록 사전감독모임에서조차 참석자들(주로 상영작들을 연출한 감독들)에게서 회비를 ‘각출’해야 했을 정도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형편이지만, ‘파트너’ 자리를 스스로 내팽개친 채 표류하는 영진위와 차라리 잘 갈라섰다는 좌절 반 격려 반의 의미리라. 복잡다단한 뉘앙스의 한숨과 포기가 함께 묻은 환호성이라, 함께 지르는 입도 듣는 귀도 편하지만은 않았다.
‘獨立’만으론 안 돼, 毒해야 돼
예산이 줄고 규모도 줄었지만, 독립영화의 매운 맛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도 결연하다. 이건 무엇보다도 올해 서독제의 슬로건과 포스터에서 잘 드러난다. “毒립영화 맛 좀 볼래!”라는 커다란 슬로건이 박힌 아래, 독이 뚝뚝 흐르는 사과를 번쩍 치켜든 손이 포스터의 메인 이미지다. “이런 시기에 독립영화는 ‘홀로서는’ 것으로도 부족하고, ‘독한 맛’까지 내뿜어야 한다”는 것이 조영각 집행위원장의 설명이다.
올해 서독제 포스터. '獨立'만으론 안 된다, 毒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 영화제의 ‘얼굴’을 대표하는 개막작과, 영화제의 의지가 온전히 드러나는 ‘특별초청’ 부문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좋으리라. 올해 개막작은 윤성호 감독의 따끈따끈한 신작인 <도약선생>이다. 서독제에서 처음으로 상영되는 이 영화는 엉뚱한 계기로 장대높이뛰기를 연습하게 된 젊은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윤성호 감독 특유의 포복절도할 유머와 날카롭게 반짝이는 풍자가 여전히 살아있는 작품일 것이라 기대된다. 영화가 처음 상영되는 개막식 당일날이 돼야 확인할 수 있겠지만.
특별초청 부문의 주제는, 바로 ‘4대강’, 아니 ‘死강사업’이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공사로 파헤쳐진 채 비명을 지르고 있는 강과 주변 생태계의 모습들을 담은 작품들이다. 공사장을 기습점거한 환경활동가들의 싸움을 담은 작품도 있다. 각각 7분에서 24분까지 짧은 단편들이지만, 짧지 않은 여운을 남길 작품들로 보인다. 이밖에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뉴커런츠상 등 2개부문에서 수상한 박정범 감독의 <무산일기>와 김대승, 신동일, 강이관, 부지영, 윤성현 감독이 참여한 인권위원회 제작의 <시선 너머>, 게이들의 삶을 담은 <종로의 기적>, 장률 감독의 신작 <두만강> 등도 초청작으로 상영된다.
용산, 소수자, 그리고 우리들 삶의 섬세한 단면
경쟁부문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은 장, 단편을 막론하고 소재며 장르도 다양하기 짝이 없다. 용산을다룬 영화들 중 단순히 소재를 넘어 옹골찬 성찰까지 담아낸 영화들을 선정하느라 고심했다는 예심위원들의 총평이 인상깊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광주의 5월을 담은 영화들, 각종 상처와 폭력을 통찰하는 영화들, 그리고 우리사회 다양한 소수자들의 삶을 다루는 영화들. 충무로에서 만들어지는 주류 상업영화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는 이야기들이다. 우리 삶과 사회의 다양한 면들을 비추고 때로 우리의 소박한 삶을, 때로 우리의 감추고싶은 부끄러움도 비추는 독립영화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들이다.
인디포럼도 그렇고 서독제 역시 그렇지만,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제의 사전감독모임에서 볼 수 있는 얼굴들은 20대 초반에서 50대 후반까지, 이미 여러 작품들을 내놓은 중견감독들과 이제 막 첫 단편을 완성한 풋풋한 신인감독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경력을 자랑한다. 사실 영화감독들 중에는 ‘수줍은’ 성격의 소유자들이 많고, 카메라 뒤는 익숙해도 카메라 앞에선 어쩔 줄 몰라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럼에도 이런 사람들이 술 한 잔씩 걸치고 조금씩 입을 열다보면, 어느새 열렬한 수다쟁이들이 돼 있다. 원래 수다스러워서가 아니라, 특별한 공감과 감정이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신과 같은 섹션에서 상영되는 다른 감독들의 이야기, 영화를 찍으면서 겪었던 온갖 ‘모험담’들. 그리고 지향하는 가치들의 공통분모들. 그 와중에도, 다른 독립영화 감독들보다도 더욱 힘들게 영화를 만들며 그렇게 어렵게 신작들을 내놓은 소위 ‘아줌마 감독’들, 남들이 굳이 외면하려 애쓰는 가치들에 카메라를 들이미는 패기만만한 감독들, 그윽한 눈으로 말은 아끼되 평범한 우리들이 감히 보기 어려워하는 곳을 직시하는 용기있는 감독들이 우리 눈앞에 있다. 길거리에서 마주친다면 그 평범함에 쉽게 알아보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 속에 뜨거운 불꽃을 꽈악 잡고 있는 이 사람들. 그리고 웬만한 매체들의 기자들이 그냥 넘어가는 이 자리에 굳이 참석해 감독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소수의 특별한 영화글쟁이들. 기자를 (타의로) 그만두고도 이 자리에 참석할 수 있는 것이 내게는 참 다행이고도 고마운 일이었다.
당신을 깨울, 약이 되는 독을 품은
모임에 참석한 감독들이 앞에 나와 하나같이 “상영할 기회가 없었는데 영화제에서 상영할 수 있게 돼 기쁘다”는 말로 인사말을 전했다. 한 해만 해도 무수한 독립영화들이 만들어지지만, 극장개봉의 기회를 잡는 영화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나마 두어 번의 상영기회와 ‘관객과의 대화’를 갖는 영화제에서의 상영이, 지금 독립영화 감독들이 가장 지향하는 무대일 가능성이 크다. 상영기회가 흔치 않은 독립영화의 현실에서 서독제가 갖는 의미와 중요함이 그 어떤 말로도 충분히 설명되기 힘든 건 이런 데에서 드러난다. 그건 영화를 만드는 사람뿐 아니라,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 앞에 평소 보기 힘든 무려 64편의 진수성찬이 차려진 영화 밥상이 놓였다. 어느 영화제가 안 그렇겠냐마는, 오늘(24일) 꽤 늦은 시간 한독협 사무실에 전화해보니 다들 영화제를 준비하느라 야근중이다. 독하디 독한 독립영화, 어쩌면 이전의 나를 쓰러뜨리고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 강력한 독을 잔뜩 품고있는 이 영화들. 기꺼이 극장에 달려가 봐야 하는 이유는 내가 매조키스트여서가 아니다. 지극히 달달한 맛들로 마비된 감각을 깨워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게 만들, 약이 되는 독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ps. 네오이마주에 송고한 글. (2010/11.24) 원문페이지는 여기. '에디터'로서 처음 쓴 글...일 게다. 그 직함 단 건 벌써 몇 달인데.
ps2. 사전감독모임(겸 기자회견, 18일)에 참석한 뒤 그 취재기로 써야했던 글인데 너무 늦게 올리는 바람에 '생생함'은 빠졌다. 대신 올해 서독제를 소개하고 전체적으로 조망해보는 차원으로.
ps3. 이 자리에서 <동백꽃 아가씨>의 박정숙 감독과 참 오래 이야기를 했다. (올해 서독제에서 박정숙 감독의 신작 <첫사랑 - 1989, 수미다의 기억>이 초청작으로 상영된다.) 박정숙 감독과 나눈 이야기는 곧 네오이마주에 실릴 <레인보우> 감상문의 일부로.
ps4. 프레시안 기자시절 썼던 무수한 영화제 소개글보다 훨씬 마음에 든다. 이젠 '기사용', 그것도 근엄한(!) 종합일간지용 기사용이라고 잔뜩 힘줘서 쓸 필요가 없으니까. 소곤소곤하고 감상적인 물기가 아주 없어지진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미칠듯한 만연체와 복문'이라는 나쁜 버릇도 많이 줄어든 편이고.
'Vedder Breathless'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선댄스, 슬램댄스, 그리고 한국의 독립영화제들 (2) | 2010/12/09 |
|---|---|
| 힘내라, 아줌마 감독들! (0) | 2010/12/03 |
| 맛 좀 보자, 毒립영화! (2) | 2010/11/29 |
| 존 키츠(John Keats) 잡담 (5) | 2009/10/21 |
| 초대합니다! 인디포럼 채무변제 파티 - 그렇다면 십시일반 (1) | 2009/09/07 |
| 7월 인디포럼 월례비행 : 우리는 달려간다 이상한 나라로 (0) | 2009/07/23 |
맷 리브스 | 렛 미 인 Let Me In (2010) - 2010/11/25 22:27
역시 한국포스터가 훨씬 낫다.
<렛미인>은 헐리웃이 리메이크를 시도했다가 망쳐먹은 수많은 예와 달리, 드물게도 성공적인 작품에 속한다. 헐리웃 리메이크작 답게 특수효과가 눈에 띄고 조금 더 친절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 '친절함'이 기존의 실패작들과 달리 오히려 주요 이야기의 줄기를 풍성하게 해주는 컨텍스트의 구성 쪽으로 집중됐다. 그 결과 이 영화는 원작(스웨덴 버전)보다 오히려 더 격렬하며 암울한 분위기를 띄며, 강한 정치-사회적 맥락의 의미를 갖는다.
<렛미인>의 기본 줄기는 원래 버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심지어 스웨덴 버전의 인상적인 장면들도 고스란히 반복하며, 마지막 엔딩 장면도 똑같다. 하지만 영화의 배경으로 1983년 3월, 뉴멕시코 주의 로스 앨러모스가 선택됐다는 건 정치-사회적 맥락에서 아주 의미심장하다. 로스 앨러모스가 어떤 곳인가. 세계 최초로 원자력실험연구소가 설립된 곳, 그리하여 최초로 원자폭탄을 만들어낸 '맨해튼 프로젝트'의 중심지가 아니던가. 또한 2차 세계대전 이후로는 수소폭탄이 개발되고, 최근까지도 '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폭발사고가 종종 일어나는 '미국 핵실험의 중심지'이다. (네이버 백과사전에 의하면, "'고립된 자연환경'으로 인해 이곳에 1942년 세계 최초로 원자력실험연구소가 설립됐다"고 한다.) 더욱이 1983년 3월은 레이건 대통령이 일명 '스타워즈 계획'이라 알려진 SDI(Stratagic Defense Initiative, 전략방위계획)를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영화에 잠깐 삽입되는 레이건 TV연설 장면은 바로 이 SDI를 발표하는 자리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 장면의 자막 번역이 중략되는 건 매우 애석한 일이다.)
사실 미국은 70년대 후반부터 중, 남미에 민주적 선거를 통해 선출된 좌파정권을 CIA를 앞세워 진복시키는 작전을 수행해왔고, 1983년 10월에는 소위 '미국민 안전보호'를 명목으로 중미의 작은 국가인 그레나다에 직접 침공을 전개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헐리웃 버전의 <렛미인>이 그저 스웨덴 버전의 <렛미인>을 리메이크한 버전이라고만 말하기 힘들어진다. 오히려 원작 소설 '렛미인'을 미국식 맥락에서 재해석한 버전의 전혀 다른 영화라고 칭해야 옳다. 그 결과 헐리웃 버전의 <렛미인>은 외부의 적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며 전시태세를 강화하던 당시의 미국-그리고 이 전통을 이어받은 부시의 미국-의 모순과 아이러니를 짚는 사려깊은 영화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모르더라도, 헐리웃 버전의 <렛미인>은 스웨덴 버전에서는 그저 희미하게만 처리됐던 뱀파이어 소녀와 남자 성인 보호자간의 관계가 좀더 섬세하고도 명확하게 드러내면서 영화를 차별화하는 데에 성공한다. 이는 이 영화가 배경으로 선택한 설정들과 맞물려, 영화의 정치-사회적 함의를 더욱 풍부하고 다층적으로 만든다. 스웨덴 버전에서는 존재감을 애써 희석시켰던 소녀의 소위 '아버지'(실제로는 일종의 '가디언')는 영화의 처음 시작에서부터 강조되어 '숨겨진 주인공'만큼의 막강한 존재감을 갖는다. 뱀파이어 소녀 애비(클로이 모레츠)와 이 가디언 사이에서 일종의 착취관계의 성격이 보다 분명히 제시되며, 그들간 관계의 성질을 비롯해 그들 사이 복잡다단한 감정의 교류를 공들여 보여주는 장면들이 삽입되기도 한다.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애비가 가디언의 뺨을 쓰다듬는 씬이기도 하다.) 그는 평생을 애비에게 줄 피를 위해 동네를 옮겨다니며 연쇄살인을 해왔고, 마지막에는 그 자신의 피를 애비에게 준다. 그는 분명 애비와 처음 만났을 당시 영화의 주인공 소년 오웬(코디 스밋-맥피)과 마찬가지로 '소년'이었을 것이고, 영화의 마지막에 애비와 함께 떠나는 오웬의 미래 역시 그와 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커다란 여행가방에 애비를 숨겨 기차를 타고 함께 떠나는 마지막 장면은, 스웨덴 버전의 엔딩과 그림은 같되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것으로 정체성을 부정당하거나, 스스로 부정하거나.
그러나 <렛미인>의 리메이크 성공에서 가장 큰 공은 세운 이는 무엇보다도 주인공을 맡은 어린 배우들인 클로이 모리츠와 코디 스밋-맥피라 할 수 있다. 외모에서부터 남들과 달랐던, 그리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던 원작의 뱀파이어 소녀와 달리, 클로이 모리츠가 맡은 애비는 일견 미국의 어느 동네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평범해 보이는 소녀다. 반면 눈부신 실버 블론드를 자랑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스웨덴 버전의 소년과 달리, 코디 스밋-맥피는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을 한 소년이다. (그는 <더 로드>에서 비고 모텐슨이 마지막까지 지켜주고자 한 아들을 연기한 바 있다.) 클로이 모리츠는 처연하고 격렬한 비밀을 안고있는 소녀의 복잡다단한 슬픔과 고통을 매우 능숙하게 연기해내며, 헐리웃판 <렛미인>을 스웨덴 버전과 전혀 다른 영화로 재창조한다. 스웨덴 버전이 더없이 신비로운 소녀와 이미 어린 나이에 삶의 지리한 고통과 외로움 알아버린 소년 사이의 교감을 강조했다면, 헐리웃 버전은 각자 고통과 비밀을 짊어지고 있는 소년과 소녀 사이의 연대적 교감을 강조하되, 이 관계가 역시나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과 착취를 전제한 비극적 관계가 될 것임을 강하게 예고하는 것이다. (이들이 다른 해결책을 찾느냐 아니냐는 전적으로 이들의 앞으로의 선택에 달렸다.)
이미 국내에서도 일정 정도의 성공을 거둔 영화의 헐리웃 버전이기에, 관객들의 호오는 심하게 엇갈릴 듯하다. 스웨덴 버전은 사실 어른들은 모르는 소년과 소녀 사이의 비밀스러운 우정과 사랑에 집중하면서 다른 콘텍스트를 최소화했고, 담백하고 소박한, 그리고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영화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헐리웃 버전은 스웨덴 버전에서 희미해졌던 다른 서브텍스트들을 충실히 살렸고, 그 결과 훨씬 어둡고 격렬해졌다. 스웨덴 버전이 '하얗게 빛나는' 이미지라면, 헐리웃 버전은 '어둡고 격렬한' 이미지다. 스웨덴 버전의 아련한 신비로움에 매혹됐던 이라면, 헐리웃 버전의 '세속적'인 변화가 몹시 놀랍고도 당혹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헐리웃 버전이 취한 다층적인 서브텍스트들의 매력은, 굳이 안 넣어도 되었을 것 같은 특수효과 장면같은 단점들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 어느 버전을 선호하는가는 결국 관객의 몫이지만, 적어도 맷 리브스 감독과 배우들은 스웨덴 버전의 매력 못지 않는, 전혀 다른 매력이 숨쉬는 또 한 편의 <렛미인>을 탄생시켰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셈이다. 11월 18일 개봉, 15세 관람가.
ps. 2010/11/11(목) 프레시안에 기고. 원문 페이지는 여기
ps2. 이틀 전엔 화요일에 기고해놓고 11일 게재된다는 연락은 받았는데, 목요일 아침일찍 발행됐다가 다른 기사들에 묻혀서인지 나는 그 다음 주까지도 기사가 안 실린 줄로만 알고있었다. 그 상태에서 씨네21 보다가 거의 비슷한 내용의 리뷰가 실려서 낙담하고 글을 회수할까 했는데, 그 전 주에 이미 실렸더라.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ps3. 레이건 시대,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로스 앨러모스라는 사실은 워낙에 드러난 내용이라 다들 쉽게 지적하지만, 1983년 3월이 '스타워즈 계획' 발표가 있었던 달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의외로 잘 알려져있지 않은듯. 나도 처음엔 생각을 못하다가, 리뷰를 쓰던 중 갑자기 생각나서 '스타워즈 계획'을 따로 찾아보고 나서야 확인.
'Eyes Wide Open'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샘 테일러 우드 | 존 레논 비긴즈 - 노웨어 보이 Nowhere Boy (2009) (0) | 2010/12/10 |
|---|---|
| 박정숙 | 첫사랑 - 1989, 수미다의 기억 (0) | 2010/12/07 |
| 맷 리브스 | 렛 미 인 Let Me In (2010) (0) | 2010/11/25 |
| 우디 앨런 | 스윗 앤 로다운 Sweet and Lowdown (1999) (5) | 2010/08/31 |
| 김성호 | 그녀에게 (2010) (0) | 2010/08/28 |
| 전계수 | 뭘 또 그렇게까지 (2009) (2) | 2010/08/2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