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영화다

A=A'의 토털러지, 여자는 여자, 영화는 영화.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는 깡패같은 영화배우 수타(강지환)와, 영화배우를 동경하던 깡패인 강패(소지섭)가 한 액션영화의 주인공으로 나란히 출연하면서 계약을 맺는다. '가짜 말고, 진짜로 하자.' 영화가 80% 이상 할애하고 있는 공간은 제목은 알려지지 않은 극 중 극을 촬영하는 현장이다. 카메라 앞이 서툰 '신인배우' 강패에게 수타는 "연기, 생각보다 어렵지?" "날 보면 어떡해? 카메라를 봐야지."라며 이죽거린다. 하지만 수타가 잘난 척할 수 있는 시간도 그리 길지는 않다. 상대배우를 둘이나 정말로 때려 병원에 보낸 전적이 있는 수타는 강패와 진짜로 치고받는 액션씬을 찍으면서 주먹 한 번 쓰질 못한다. 강패는 수타가 자신에게 빈정거리며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준다.

철부지 스타가 제대로 임자 만나 고생하다가 사람 돼가는 영화, 혹은 현실에서는 도저히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꿈의 단맛과 쓴맛을 현실에서 맛보게 되는 남자의 영화, 그 어느 쪽으로 봐도 이 영화는 재미있다. 감독은 두 캐릭터의 서로 다른 세계에 장면을 골고루 안배하며 두 캐릭터를 경쟁시킨다. 두 남자는 각자의 세계에서 나름의 실력이 있으며 최소한의 자존심만은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둘이 서로의 세계를 탐하며 자기가 가진 능력의 최상의 것을 끌어올려 맞부닥친다. 이때 생성되는 에너지의 쾌감이 꽤 크다. 두 캐릭터가 부딪힐 때마다 불꽃이 튀며 에너지가 폭발한다. 또한 둘은 비슷한 시기에 각자 자기 인생 최악의 위기를 겪고, 이를 다소 위험한 방식으로 돌파하고자 한다. 바로 이 순간에 둘 사이엔 다소 기묘한 연대가 형성된다.

토털러지(동어반복) 문장을 제목으로 차용한 영화답게, <영화는 영화다>는 두 캐릭터간 대결을 그린 액션영화의 틀을 통해 영화의 본질을 탐색하는 메타-영화의 성격을 드러낸다. 두 캐릭터는 각각 영화배우와 진짜 강패라는 점에서 허구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대변한다. 아무리 사고뭉치 싸움꾼이라 해도 배우는 싸움을 '흉내내고 모방하는' 데에 그칠 뿐이며, 깡패는 주먹질 외에 다른 것들을 카메라 앞에서 재현하는 데에 서툴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두 캐릭터가 대결하는 영화촬영 현장은 현실과 허구가 격렬하게 부딪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화가 기반하고 있는 허구의 세계는 현실을 모방하고 반영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에 영향을 끼친다. 수타와 강패는 서로 허구와 현실의 세계를 대변하며 대립하지만, 촬영현장의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그들의 몸과 정신은 각각 그들의 진짜 모습과 그들이 그려내는 허구의 캐릭터 간 대립과 통합이 일어나는 전쟁터로 내줘야 한다. (... 하략)

영화는 영화다

두 간지남의 대결은 그저 이항대립이 아니라 변증법적 갈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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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7일 수요일 오후 2시, 용산CGV, 기자시사

- 쓸데없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저예산 게릴라영화처럼 찍어놨다. 카메라는 인물에 매우 가깝게 밀착해 있으면서도 내가 요즘 한국영화에서 종종 보며 혐오감을 느끼는 '엉성한 투샷'은 보이지 않는다. 액션씬도 좋고, 여배우 역을 제외하고 조연들의 연기도 좋다. 주연을 맡은 배우들은... 일단 영화 몰입을 방해할 정도로 못 하지는 않고 굉장히 열심히는 하는데 영화 카메라가 가끔은 버거운 것 같기도 하고. 영화 두어 편만 더 찍어 보면 되겠다.

- 지지부진한 장면 없이, 쓸데없는 장면 없이 타이트해서 좋고 전반적으로 짜임새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템포가 좀 급하다. 너무 우다다다 숨차게 달려가는 느낌이다. 적당한 완급조절이 필요한 듯.

- 정작 영화는 재미있게 봐놓고 글은 저따위로 쓴 것은 나도 원했던 바가 아니다. 요즘은 생각이 많아지면 글이 지저분해진다. 그나마도 논리학에서 왜 토털러지가 명제가 아닌지 길게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시껍해서 앞부분을 지우고 다시 쓴 게 여러 차례다. 아무래도 이건 진짜 슬럼프의 징조인 듯.

2008/09/10 19:20 2008/09/1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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