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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우트 단평 (2) 2009/01/31
  2. 마린보이 단평 2009/01/31
  3.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단평 (4) 2009/01/31

Doubt

그러니까 영화의 줄거리가 아무리 소박해도, 불꽃튀는 배우 둘(... 셋이기도 하고...)을 붙여놓으면 이렇게까지 스펙!따!끌! 해질 수 있다는 거. 게다가 이 정도면 연출도 아주 좋고. 원래 연극인 작품, 꽤 훌륭하게 영화로 옮겨놓은 건데, 정말 배우들이 훌륭하시니 영화가 번쩍! 번쩍! 막 광채를 발한다. 오죽하면 영화 끝나고 우연히 만난 다른 매체 기자랑 같이 본 우리 객원기자랑 해서 한 시간이 넘게 수다를 떨고 앉았어, 영화 감탄하느라;;; 원래 메릴 스트립은 거의 매년 아카데미상에 그저 예의차 후보가 올려지는 편이었지만 이 작품에선 정말 고개가 절로 흔들릴 정도로 미친 연기를 선보이신다. 케이트 윈슬렛이 못 타도 앤 헤써웨이가 못 타도 메릴 스트립이 오스카 여우주연상 가져간다면 내 두말 못 하고 그냥 닥치고 박수칠 거다. 게다가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앙앙앙 우리 곰돌이 아저씨 어쩜 여기서도 그렇게 연기를 잘 하시나효. 이 아저씨 아무리 표정은 순둥이에 이따만큼 배나오고 해도 걍 막 왕쎅시 왕귀염일 수밖에 없다능. 연기를 이렇게 잘 하시는데. 게다가 젊은 수녀 에이미 아담스도 참, 발군이더라. 거기에... 난 사실 밀러 군의 어머니가 짧게 한 씬에서 나오는데 길 걸으면서 메릴 스트립과 대화나눌 때 우와, 정말 뻑 갔다. 그러니까 진짜 타짜인 배우가 진짜 제대로인 연기를 선보일 때 가슴 한줄기에 서늘하게 바람이 부는 거, 이 영화에선 어째 한 씬 조연이 나올 때도 부냔 말이다. 그러다가 생각해낸 게, 아마 이 아줌마도 골든글로브에선가 조연 후보에 올랐었지, 단 한 씬인데. 사람 눈이 다 거기서 거기구나 싶기도 하고. 한줄기 눈물 주룩 흘리면서 뭐라뭐라 말하는 그 장면 진짜, ...

영화 내용도 사실 상당히 재밌고 흥미진진하다. 그러니가 뭐야, 확신과 의심과 의지 사이에서 사람 일이란 게 이럴 수도 있구나 싶은 게. 난 이 영화가 끝내 바로 그때 그 사건을 전지적 작가의 시점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게 탁월한 선택이었고, 실은 그거야말로 이 작품의 본질이었는데 영화로 매체가 옮겨지면서도 그 본질을 잘 지켜냈다고, 진짜 막 감탄하고 박수치고 싶다. 그래, 지 믿고싶은 대로 믿는 게 사람인기라. 난 여전히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메릴 스트립의 그 마지막 장면, 그 울음 터뜨리는 장면은 진짜...

아아 제발 두르두르들 보고들 배우셈. 이런 각본은 진짜 닥치고 배워야 한다. 고맙습니다, 여러분들, 이런 영화를 보여주셔서. 전 이 영화로 오늘 하루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ps. 김혜자 주연으로 국내에서도 막이 올려진 적이 있다. 확실히 마지막 장면에서 부감숏으로 그렇게 끝나는 건 연극 원작답더란.

2009/01/31 03:46 2009/01/31 03:46

대체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 제발 이 따위 필름뭉치를 '영화'랍시고 만들지 말아달란 말입니다. 그건 영화에 대한 모독이라고요.

마린보이

가뜩이나 수면부족에 시달리는데 내 이 따위로 시간낭비해야 쓰겄나.


아니 뭐 처음 40분은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았다. 조금 껄렁할락 말락하는 김강우가 딱히 나쁜 것도 아니었고 참 필사적으로 이쁜 척한다 싶긴 했는데, 딱 박시연 등장하고서부터 어째 장면들이 죄다 헐리웃 누아르를 참 쉽게쉽게 그것도 참 쌈마이로 모방한다 싶었지만 그래도 아니 뭐 그래도 못 봐줄 정도는 아니다 싶었다. 근데 이건 뭐 가면 갈수록 대체 이런 괴상하기 짝이 없는 필름 뭉텅이를 진지하게 영화랍시고 만들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는 놀라움에 이 싸람들이 장난하나 허탈한 웃음까지. 조재현이 참 욕 봤다. 사실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조재현이다, 아 그 절절한 순애보라니 ㅠ.ㅠ 이원종도 나쁘진 않았는데 절정에서 이원종이 우스워진 건 이원종의 연기가 아니라 연기 연출을 괴상하게 해댄 감독의 잘못이다. 야, 원래 광기에 찬 캐릭터라 배우는 광기에 차서 돌아가는데 그 순간에 코미디가 하고 싶냐? <하피>의 뒤를 이을 진정한 괴작이로구나. 민규동 감독님 미안해요, 아무리 애정어린 차원이었다곤 하나 <앤티크>를 괴작이라고 불렀던 건 제가 뭘 모르고 한 짓이었어요, 아니 전 정말 이런 수준의 영화가 나올 수 있으리라곤 꿈에도 상상을 못했다니깐요.

장난하지 마라. 영화가 장난이가? 몇십억 들여 만들어 다시 몇십억 들여 홍보하는 상품이, 장난이가?

2009/01/31 03:32 2009/01/31 03:32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케마님 만세여요 ㅠ.


F. 스콧 핏제럴드와 데이빗 핀처라니 이게 대체 어떤 조합이야, 가능하기는 한 조합이냐, 이러면서 궁금해 죽을 지경으로 두근대며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드디어 시사회를 가서 봤는데, 어머나, 전날 밤에 imdb 찾아보고 조금 예상은 했지만, 정말로, 원작에서 그냥 80세 노인의 몰골로 태어나 나이를 거꾸로 먹다가 갓난아기로 죽는 벤자민 버튼, 이라는 설정만 딱 가져오고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다. 주요 기둥은 그가 데이지([위대한 개츠비]의 여주인공 이름이 바로 데이지다. 물론 영화에서의 성은 책과 달리 뷰캐넌이 아니라 풀러이지만)라는 여자와 평생에 걸쳐 나누는 사랑 이야기인 셈인데 이 사랑 이야기가 나는... 미칠 듯이 좋았다! 그러니까 이건 영화나 이런 데에서 그냥 피상적으로 다루는 일생의 단 한 명의 영원하고 절대적인 사랑 운운이 아니라, 가장 완벽한 형태의, 서로 완전히 신뢰하고 아끼며 우정에 기반하면서도 불꽃을 가진 바로 그런 사랑이다. 그래서 이들이 사랑의 절정을 맞는 것도 20대가 아니라 40대가 되어서고. 하지만 뭐 어린 데이지가 침대 밑에서 노인 몰골의 어린 벤자민의 뺨을 만지던 그 짧은 순간도 무지 로맨틱하고 예뻤다. 늙은 데이지가 갓난아기 벤자민을 품에 안고 있는 장면도, 그 갓난아기 벤자민이 할머니 데이지 품에 안겨 생의 마지막 눈을 감는 장면도 눈물이 절로 나왔다.

이 영화의 색채는 사실 내가 핏제럴드의 소설들을 읽으며 느끼고 그렸던 색과는 많이 다른 편인데,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 풍겨나오는 그 빛나는 로맨티시즘은 핏제럴드의 로맨티시즘에서 속물성과 시니컬함을 살짝 뺀 버전과 똑 닮았다. 그래서 더 빛나고, 아름답고, 황홀하다. 성인이 된 데이지가 처음 등장하는 데에서 데이지는 영락없이 [위대한 개츠비]의 그 속물적이고 얄팍한 데이지와 똑 닮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달라진다. 핏제랄드와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묵직한 진지함이 벤자민과 데이지에게 스며든다.

당연히도, 이 영화가 말하는 건 사랑만은 아니고, 실은 삶과 죽음의 교차이다. 원작과 전혀 달리 벤자민 버튼은 친부한테서 버려져 양로원에서 자라게 되는데, 이크 양로원이 어딘가. 인생의 황혼기에 있는 사람들이 죽음을 맞는 곳 아니던가. 애초 영화의 시작부터 죽음을 눈앞에 둔 데이지의 회상으로 시작하면서 이 영화에는 끊임없이 삶과 죽음이 교차하며 죽음이 삶의 일부임을 조용히 웅변하고, 그리고 인생의 이런저런 순간들이 얼마나, 정말 얼마나 빛나는 순간들인지 절절하게 그려내는지라, 이 영화만한 '삶의 찬가'도 보기 힘들겠단 생각이 든다. 실제로 벤자민 버튼은 나이를 먹으며 점점 빛나는 젊음을 얻어가고 그간 인생에서 얻은 경험과 지혜를 바탕삼아 자신이 가장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낸다. 반면 데이지는 교통사고 이후 꿈을 접고, 한없이 빛나는 육체를 가진 벤자민 앞에서 자신의 늙은 육체를 부끄러워 하는데, 아이고, 그 절절함과 애잔함이 못내 마음 아프면서도, 원숙하게 나이를 먹어가는 데이지의 모습이 또 너무나 아름답게 빛나면서, 치매를 겪으며 '아이'가 된 벤자민을 거두는 그녀의 손길의 그 따뜻함이 스크린을 보는 나한테까지 온몸으로 전해지면서, ...

사실 나는 퀴니가 처음 등장해 벤자민을 향해 첫 대사를 칠 때부터 그냥 눈물 펑펑펑이었는데, 퀴니 역의 타라지 P. 헨슨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고 백배 동감을 했다. 그냥 퀴니 언니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완소 감동 대사들이라능. 2시간 46분, 꽤 긴 러닝타임에 중간에 살짝 지루한 부분도 없진 않지만, "내 인생은 소설로 쓰면 대하소설"이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세상인데, 말그대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그깟 세 시간에 보는 거면, 짧게 보는 거지. 그냥 이 영화는 논리적으로 어쩌고 저쩌고 떠들기보다 그 아름다움을 가슴으로 느끼는 수밖에 없는 듯. 큰일이다, 리뷰를 쓰려면 아무래도 개봉 전에 한 번 더 봐야겠다. 하여간에 결론은,

핀처행님 만세! 케마님 만세! 핀처행님 짱이에요 케마님을 이토록 아름답게 그려주시다니 엉엉엉

2009/01/31 03:13 2009/01/31 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