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에 해당되는 글 3건

  1. <아바타> 단평 (6) 2009/12/12
  2. 아이언맨이 돌아온다! (3) 2009/12/10
  3. 강동원 흥행의 법칙 (6) 2009/12/10

올 겨울 대작들의 치열한 흥행접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가 가장 먼저 공식적으로 첫 선을 보였다. <아바타>의 배급사인 20세기폭스는 11일 낮 2시 영등포CGV에서 언론시사를 갖고 전세계적인 관심과 기대를 불러모으고 있는 <아바타>를 드디어 국내에 공개했다. <아바타>는 <터미네이터> 1, 2와 <에일리언 2>, <트루 라이즈>의 흥행작들은 물론, 전세계 흥행 1위작인 <타이타닉>을 연출한 제임스 카메론이 12년만에 선을 보이는 영화라는 점에서 전세계 영화팬들의 기대를 모아왔다. 뿐만 아니라 이 영화만을 위해 신기술을 전격 개발, 도입하여 구현한 영화의 장면 중 20분 가량의 동영상을 일찌감치 공개하면서 전세계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Avatar

드디어 베일을 벗은 <아바타>는 과연 모든 점에서 관객들을 놀래키며 새로운 레벨의 시각적 쾌감과 충격을 안겨줄 만하다. 그토록 자신만만하게 자랑했던 이모션 캡처 및 가상 카메라의 위력은 놀라움을 넘어서 경이로운 수준이며, 전반적인 CG 기술 역시 놀랍다. (가상의) 판도라 행성을 수놓고 있는 자연과 기기괴괴한 생명체들은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드러내며, 파란 피부에 긴 꼬리와 날카로운 귀를 가진 3미터 장신의 나비 종족 및 이들과 인간의 DNA로 만든 생명체인 아바타(그와 DNA가 맞는 인간이 의식으로 조종한다)의 동작과 표정도 매우 자연스럽게 구현됐다. 주인공 제이크 설리반(샘 워딩턴)의 아바타가 나비종족의 네이티리(조이 살다나)와 함께 거대한 새 이크란을 타고 날아다니는 장면, 숲에서 거대한 생명체에 쫓기는 장면 등도 박진감이 넘치거니와, <에일리언 2>와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장면들을 뛰어넘는 전투씬들도 관객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다. 2시간 42분의 다소 긴 러닝타임이지만 단 한 순간도 지루해할 틈이 없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에서 벌이는 대규모 전투씬은 그 어떤 이전의 전쟁영화보다도 화려하고 큰 스케일을 자랑한다. 거기에 <타이타닉>에서 다소 실소를 자아냈던 로맨스도 이 영화에서는 아주 매끄럽고 자연스러우며 설득력있다. 액션과 모험, 로맨스,그리고 전쟁영화 등 모든 장르가 한 영화 안에 들어있지만 이 모든 것들이 만족스럽다. 한마디로 <아바타>는 속이 꽉 찬 종합선물세트다.

그러나 <아바타>의 놀라움이 단순히 새로운 테크널러지나 화려한 볼거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바타>는 단순히 낯선 행성에서의 모험과 상투적인 두 문명의 충돌 및 전쟁만을 다루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바타>는 인류가 '문명화, 근대화'의 이름으로 침략과 전쟁을 자행했던 이른바 '식민지 근대'의 역사를 혹독하게 비판하며 자연 속에서의 공존을 강조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판도라 행성 도처에 깔려있는 값비싼 언옵타늄이라는 광물을 채취하기 위해 판도라 행성에 기지를 설치하고 채굴을 하는 인간의 탐욕은 곧 아프리카와 아시아, 그리고 남아메리카를 침략해 식민지화했던 근대 유럽의 식민전쟁을 연상시킨다. 자연과 완전히 동화되어 자연과의 교감을 중시하며 살아가고, 필요한 만큼만 사냥하며 죽은 동물들의 영혼을 존중하는 나바족들의 생활풍습은 우리가 흔히 '인디언'이라 불러왔던 아메리칸 네이티브들의 풍습과 닮았다. 쿼리치 대령의 지휘 하에 이들의 정착지가 무자비한 공중폭격을 당하는 장면은 곧 신대륙 발견 이후 아메리카 대륙 전역에서 벌어졌던 네이티브 학살 및 착취를 연상시킬 뿐만 아니라, <지옥의 묵시록>에서의 그 유명한 폭격 장면을 연상시키며 베트남 전의 이미지까지 끌어들인다. (이 장면에서 쿼리치 대령이 사용하는 작전 이름도 '발키리 1-6'이다.) 때문에 영화 중반, 나비 종족들의 거주지가 폭격당하는 장면은 그 엄청난 스케일과 스펙터클 때문에 더욱 참혹하고 경악스러운 학살과 파괴의 공포를 전달한다.

<타이타닉>에서도 제임스 카메론은 거대한 재난영화의 틀 안에 계급사회의 폭력과 휴머니즘을 담으려 시도한 바 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도 그는 일차적으로 눈을 유혹하는 뛰어난 시각효과와 놀라운 상상력 아래에 '기계조차도 배우게 되는' 휴머니즘을 심어놓았다. 하지만 전작들에서 카메론 감독이 시도했던 이러한 '메시지'들은 언제나 화려한 볼거리 앞에서 상대적으로 초라하고 앙상하게 그 얕음을 드러내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아바타>는 공백의 12년 동안 카메론이 그저 영화의 테크놀로지만 고민한 것이 아니라, 영화가 담아야 할 메시지와 철학을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는지 드러내는 영화이기도 하다. <아바타>는 감히 '영상 혁명'을 자처하는 데에 토를 달고 싶지 않을 만큼 혁명적인 기술을 선보이기도 하지만, 카메론의 전작의 어떤 영화들도 도달하지 못했던 깊이있는 근대문명에 대한 성찰과 비판을 수행한다.

<타이타닉>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며 제임스 카메론은 "나는 세상의 왕이다!"라고 외친 바 있다. <아바타>를 내놓은 뒤의 제임스 카메론은 "나는 영화의 신이다"라고 자처해도 그 누구도 감히 반박을 할 수 없는 존재가 될 듯하다. 아마도 <아바타>의 흥행 역시, 단순히 다른 영화들에 비해 얼마나 흥행할 것인가보다 이제 그 자신이 세운 <타이타닉>의 기록을 과연 깰 수 있을 것인가가 더욱 화제가 될 것이다.


ps1. 영화가 끝난 시간이 5시. 지하철 타고 사무실 오면서 지하철 안에서 쓴 기사(새 창으로 열기). 일단은 단평, 제대로 된 리뷰는 다시 쓸 예정. 어쩌면 두어 번 더 볼지도.

ps2. 아마도 많은 이들이 이 영화 후반부의 전투씬들에 열광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름다운 판도라 행성에서 제이크가 네이티리로부터 나비종족이 문화와 풍습을 익혀나가는 전반부가 훨씬 좋았다. 약육강식이 지배하고 있지만 '순리대로' 살아가며 균형을 지키는 아름다운 자연과, 그 자연을 지배하는 것이 아닌, 자연과 교감하며 사는 나비족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후반부 전투씬은, 오히려 전투기가 불덩이가 돼서 떨어지며 나무들을 태울 때마다 보는 게 고통스럽더라. 내게는 '신나고 박진감 넘치는 전투씬'이 아니라 저 아름다운 곳이 다 망가지고 파괴되는 상실과 아픔의 전투씬이었다. 사실 그 전, 발키리 1.6 장면에서 아미 나비족의 거주지가 다 파괴돼버리는 바람에... 그 공중폭격씬에서 계속 울고 있었다는.

ps3. 사실 한번도 제임스 카메론을 좋아해본 적이 없다. <에이리언> 시리즈는 여전히 리들리 스콧의 1편을 더 좋아하며, <터미네이터> 시리즈도 그렇게까지 열광하며 좋아하진 않았고, <타이타닉>은 비웃음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아바타>를 보고나서 든 생각은, "야 그냥 너 짱먹어라" 뭐 이런 느낌. 그리고 헐리웃에서 로버트 저멕키스와 함께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기술오타쿠인 그의 그 집념의 장인정신은 인정해줄 만하다는 거.

2009/12/12 10:52 2009/12/12 10:52

어제(9일)자 보도메일로 받은 <아이언맨 2>의 티저 포스터입니다.

Iron Man 2

아아 저 보석같은 눈! 그 분이 돌아오십니다.

이제 좀 안정됐나 하면 또 마약으로 잡혀 들어가고, 잡혀 들어가고 하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일명 RDJ)가 완전히 정신을 차리더니만 이렇게 즐거운 눈요기거리를 계속 던져주고 계십니다. 전 이 사람의 출세작인 <채플린>(... 그 전에 출연했던 청춘물들은 잠시 제껴놉시다. 아직 '배우'로서의 확고한 위치를 보여주진 못했으니까)은 아직까지도 못 봤지만, 안토니오니 감독의 <구름 저 편에>의 한 에피소드에서 이렌느 야곱과 나왔을 때의 모습을 잊지 못합니다. 우연히 처음 본 여자한테 작업을 거는 거리의 소매치기인 그는 너무나 맑은 눈에 순정과 진심을 가득 담고 있으면서 쉬이 상처받을 연약함을 내비치곤 했습니다. 하지만 경력을 좀 쌓아나간다 싶으면 마약, 나와서 좀 정신차리고 다시 경력 쌓나 하면 또 마약, 해서 어느새 관심 밖으로 밀쳐놨었지요. 지금 다시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니, 이런, 전 RDJ와 헤더 그레이엄을 보겠다고 <인 드림즈>나 <투 가이즈 앤 어 걸> 같은 영화도 찾아본 주제에 <숏컷>이나 <사랑의 동반자>, <내츄럴 본 킬러>, <원 나잇 스탠드>, <진저브레드맨> 출연 때의 모습은 기억이 안 나는군요. 그나마 인상깊었다면 <원더보이스> 때 정도. <회색도시>는 케이블서 방영할 때 녹화도 떠놓고는 안보고 테입도 잃어버린 듯해요. 그 안타까움이 극에 달했던 건 아마도 TV시리즈 <앨리 맥빌> 때였을 겁니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시리즈 자체가 불안불안해진 가운데 갑자기 나타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그 시리즈를 구원하는 듯했지만, 웬걸, 또 마약으로 들어가더군요. 이쯤되면 거의 포기하라는 거죠.

그런데 그는 기적적으로 기사회생합니다. 단편영화 주연이나 장편의 조연으로 조금씩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고 <퍼>와 <조디악>, <찰리 바틀렛> 같은 영화에 출연을 하죠. 특히나 <찰리 바틀렛>에는 마치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의 맥스처럼 어린애 주제에 어른처럼 굴려는 찰리 바틀렛을 보고 안타까워하면서도 본인은 알콜중독으로 몸을 휘청대는 교장선생님 역을 하면서, 마약으로 휘청대던 젊은날의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해 보여주고 있는 듯했습니다. 사실 그는 지금도 자신의 불행했던 시절을 소재로 멋진 유머로 소화해내는 재미있는 사람이기도 하죠. 그리고 <아이언맨>으로 '스타'의 자리를 찾습니다.

사실 <아이언맨>에서 RDJ의 모습을 제대로 처음 본 젊은 관객들에게야 RDJ가 '새로운 발견'으로 보였겠으나, 저같은 사람들에겐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기적의 한 장면'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더욱이 나이가 들고 폭풍같은 시기를 지낸 그는 여전히 선하고 순수한 눈에 '그윽한 깊이'를 함께 담고 있었지요. 혹자들은 <아이언맨>이 역시나 팍스아메리카나를 외친다며 고까워했지만, 저는 아이언맨을 연기하던 RDJ의 연기톤이 매우 특수한 '냉소'와 '자조'를 띄고 있던 걸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젊은 날을 스스로 개그의 소재로 삼듯, <아이언맨>에서의 RDJ는 자신의 캐릭터를 스스로 놀려먹는 듯한 뉘앙스를 띄면서도 그 캐릭터를 더없이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듦으로써, 진부한 팍스아메리카나 히어로에 미묘하게 다른 옷을 입히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트로픽 썬더>에서의 연기는, 아... 정말 말이 필요없지요.

내년 4월, RDJ는 아이언맨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그 전에, 올 겨울엔 다소 다혈질에 사고뭉치인 셜록 홈즈를 연기할 예정이고요. 주먹질을 일삼고 자기과시와 허영기가 있으며 실수를 연발하고 왓슨의 뒤수습에 의존하는 셜록 홈즈라니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낯설지만, 그걸 RDJ가 한다면 얘기가 달라지지요. 아마 셜록 홈즈를 광적으로 사랑하는 다수의 셜로키안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겠지만, RDJ라면 그런 셜로키안들조차 잠잠하게 만들 멋진 셜록 홈즈를 보여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한때 게이설이 돌았을 정도로 동료 남자배우와의 케미스트리가 좋은 만큼, 주드 로와의 궁합도 기대되는 요소입니다. 어쩐지 너무 일찍 힘이 빠져버린 듯한 가이 리치는 조금 염려스럽지만, 이참에 과거 <록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와 <스내치> 시절의 명성을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므로 통과.

<아이언 맨 2>는 속편답게 규모나 물량도 커지겠지만, 스칼렛 요한슨이 등장해 귀네스 펠트로와 신경전을 벌인다니 그것도 무척 기대됩니다. 그나저나 미국개봉은 5월 7일이라면서 국내개봉은 4월이라니, 이거 가능한 얘기인가요? 전세계 혹은 한미 동시개봉은 봤어도 이런 대작을 국내에서 먼저 개봉하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 혹시 이거 얘기 들으신 분?

2009/12/10 15:16 2009/12/10 15:16

전우치

아이고 저 표정 봐라, 우째 저래 이쁘노.

... 무조건 예쁘게 나오면 흥행 성공한다.

... 라고 강동원을 예뻐하는 사람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명세 감독의 <형사>는 그래도 컬트팬들에게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반면<M>이 그러지 못한 것은 <M>의 강동원의 모습에서 대머리 기가 보였기 때문... 이라고들 하죠. 물론 정말로 그에게서 대머리 기가 보인다는 건 아닙니다, 단지... 짧은 M자 머리가 보기에 살짝 부담스러웠던 거겠죠. 아직 꽃다운 '소년'(잘해봤자 '청년')을 '어른 남자'로 그리는 것에 대한 반발감이라 해야 할까. 이 면에 대해선 이명세 감독님이 조금 "성격이 급하셨다"는 게 저의 해석입니다. 몇 년만 참으셔도 됐을 것을, 얜 아직 군대도 안 갔다왔다고요. 군대 갔다오기 전에 되도록 샤방하고 예쁜 모습을 많이, 라는 게 누나팬들의 공통된 심정이랄까. 그것도 이제 거의 끝난 듯, 어쨌든 공익 가기 전 마지막 작품이 될 <전우치>에선 강동원이 아주 예쁘게 나올 듯하니 다행입니다만. 다음 주 월요일 언론시사를 보고 나면 알게 되겠지요.

강동원이 예뻐서 <늑대의 유혹>도 앉은 자리에서 DVD 코멘터리로 보는 것 포함 두 번 정주행하고 장면 발췌보기로 또 돌려본 저라고는 하지만, 최동훈 감독이 처음에 강동원 데리고 <전우치> 찍겠다고 그랬을 땐 아니 감독님하 뭐 잘못 드셨나요, 라는 게 솔직한 제 심정이었습니다. 모델에서 배우로 전업한 또래들 중에선 그래도 강동원이 의외로 연기자로서 가능성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고 <그녀를 믿지 마세요>같은 영화에선 굉장히 잘 했다고 생각은 하지만, 대작의 주연으로서는 아직 검증 안 된 것도 사실이죠. 거기에, 사실 최동훈 감독의 이전 두 작품도 보면 매우 능숙한 배우들에게 기댄 면이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범죄의 재구성>이나 <타짜>나, 모두 제자리에서 제 몫 알아서 똑소리나게 해먹는 배우들이 잔뜩 포진하고 있지요.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박신양도 그랬고, 조승우는 말할 것도 없고, 거기에 백윤식 선생이나 김윤석, 이문식, 천호진, 주진모... 데뷔작인 <범죄의 재구성>에선 너무 잘하시는 백윤식의 연기를 오히려 살짝 눌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오히려 살짝 삑사리가 났다고 생각할 정도인데.

설상가상, 촬영이 끝난지 한참 지나서도 좀처럼 개봉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기자들 사이에서 영화가 영 안 나왔단 소문이 파다하기 돌았습니다. 물론 CG를 잔뜩 사용하는 영화들은 원래 후반작업에 많은 시간을 소요하긴 합니다만, 대체로 후반작업이 길어지고 개봉이 늦춰지면 늦춰질수록 '본 촬영분이 나빠서 배급사에서 개봉을 미루며 덧손질을 많이 한다'는 소문이 나기 십상입니다. 이건 많은 영화들의 케이스에서 일정부분 사실이라고 증명되기도 했었으니, 100억이 넘게 들어갔다는 <전우치>에 대해 무성한 뒷말이 많았던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긴 합니다.

제가 기대를 갖게 된 건 지난 번 제작발표회에 다녀와서(새 창으로 열기)입니다. 맛뵈기 동영상 속에서 강동원의 전우치는 매우 이쁠 뿐 아니라 발랄하고 유쾌했고, 임수정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예뻤으며, 염정아는 얄팍해서 웃기지만 밉지는 않은, 오히려 귀여운 캐릭터를 천연덕스럽게 연기하고 있었습니다. 김윤석의 카리스마야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감독이나 배우들의 자신감도 꽤 있어보였습니다. 최동훈 감독의 자신감은 봉준호 감독과는 또 다른 면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게 사실이에요. 봉오빠가 등장할 때 제가 같이 들떴던 게 "드디어 한국에서도 '영화를 갖고 노는' 감독이 나타났다"는 거였는데, 최오빠 역시 그렇습니다. 상영된 메이킹 장면들에서, 물론 힘들고 고민하거나 심지어 험악한 때도 많았겠고 그건 모두 잘라냈겠습니다만, 그래도 영화 만들면서 신나서 어쩔 줄 모르는 아이의 표정이 많이 보였습니다.  다만 조금 걱정되는 건 CG인데요. 맛뵈기 동영상에선 얼마 보이지 않았지만, 얼핏얼핏 보이는 CG의 수준이 약간 조잡해 보였습니다. 아마도 본편에서 색보정과 기타 다른 보정을 거치면 달라지겠으나, 예고편에서 드러나는 밤의 추격씬 화질도 다소 조악했고요. 물론 그런 거 보정하는 것도 후반작업 중 일부이고 제작발표 할 때에도 한참 CG 작업중이라고 했었으니, 본편에선 보다 나은 화면을 볼 수 있겠지요.

기사를 쓰기 위해 찾아본 전우치와 서화담의 기록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전우치가 실존인물이었다는 사실은 거의 기정사실인 것 같군요. 생몰연도는 확실하지 않으나 당대 여러 기록에서 전우치의 이름을 기록하고 있고, 장난기와 유머가 가득한 선행의 기록도 있지만 치기와 악동의 기록도 꽤 됩니다. 남 골려주고 소소하게 복수해주고 상사병 걸린 친구 돕겠다며 정절 지키고 있던 과부 보쌈하는 행태까지... 전우치가 "발라버리겠다"고 자신만만 찾아갔으나 오히려 된통 깨지고 스승으로 모셨다는 서화담이, 우리가 황진이와의 에피소드로 알고 있는 그 화담 서경덕 선생이 맞다는 사실도 매우 흥미롭지요. '리'는 개무시하고 철저한 주기론을 펼쳤다는 이 양반이 한편으론 노장사상에도 관심이 많았고 토정 이지함의 스승이었던 걸 생각해 보면, 신비술이나 동양적인 은비학, 도술에 관심이 컸다는 얘기가 그럴싸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랬던 양반이 영화 <전우치>에선 악당으로 나온다니 기분이 좀 묘하기도 하네요.

어쨌거나 <전우치>가, <타짜>때 쩍 벌렸던 제 입을 두 배로 더 쩍 벌리게 해주기를 간절히 고대하고 있습니다. 최동훈 화이팅!

2009/12/10 14:25 2009/12/10 1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