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 Briefcase'에 해당되는 글 287건

  1. 정윤수 | 아내가 결혼했다 (2008) (2) 2008/11/15
  2. 이경미 | 미쓰 홍당무 (2008) 2008/11/08
  3. 최호 | 고고70 (2008) (3) 2008/10/22
  4. 이윤기 | 멋진 하루 (2008) (3) 2008/09/19
  5. 션 펜 | 인투 더 와일드 Into The Wild (2007) (2) 2008/09/18
  6. 켄 로치 | 자유로운 세계 It's a Free World... (2007) (2) 2008/09/16
  7. 장훈 | 영화는 영화다 (2008) 2008/09/10
  8. 두기봉, 위가휘 | 매드 디텍티브 神探 (2007) 2008/09/08
  9. 프레드 진네만 | 지상에서 영원으로 From Here To Eternity (1953) (1) 2008/08/22
  10. 코맥 맥카시 | 로드 (5) 2008/08/20
  11. 뮤지컬 <쓰릴 미> - 사랑한다면, 나를 흥분시켜 줘! (7) 2008/08/15
  12. 류승완 | 다찌마와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2008) (4) 2008/08/14
  13. 김정민 | 당신이 잠든 사이에 (2008) (2) 2008/08/12
  14. 오우삼 | 영웅본색 英雄本色 (1986) (9) 2008/08/06
  15. 크리스토퍼 놀란 |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 (2008) (39) 2008/07/24
  16. 리처드 링클레이터 | 패스트푸드 네이션 Fast Food Nation (2006) (1) 2008/07/17
  17. 뮤지컬 <컴퍼니> - 결혼,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4) 2008/07/17
  18. 존 폴 | 찰리 바틀렛 Charlie Bartlett (2007) 2008/07/16
  19. 잠이 확 깨는 조승우, 고고70 티저 포스터 (12) 2008/07/14
  20. 이 작가는 누구일까 (2) 2008/07/13
  21. 김지운 |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2008) (7) 2008/07/12
  22. 스탠리 도넌, 진 켈리 | 사랑은 비를 타고 Singin' in the Rain (1952) (4) 2008/07/11
  23. 우익청년 윤성호 (고출력버전) (1) 2008/07/10
  24. 미이케 다카시 | 크로우즈 제로 クロズ Zero (2007) (4) 2008/07/10
  25. 연극 <썸걸(즈)> - 연애는 권력, 사랑은 환상 (3) 2008/07/08
  26. 김기영 | 하녀 (1960) (2008 디지털 복원판) (2) 2008/07/07
  27. 워쇼스키 형제 | 스피드 레이서 Speed Racer (2008) (2) 2008/07/06
  28. M. 나이트 샤말란 | 해프닝 The Happening (2008) (7) 2008/07/05
  29. 노영석 | 낮술 (2007) 2008/07/04
  30. 김기영 | 양산도 (1955) 2008/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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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꼭 '결혼'으로 수렴돼야 하나

박현욱의 원작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를 읽은 건, 영화 판권을 산 이가 (다른 사람에겐 말하지 말라며) 책을 던져주었을 때였다. 소설이 영화화될 거란 사실을 누구보다 빨리 안 축에 속하는 편이다. 소설을 다 읽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과연 이걸 어떻게 각색한단 말인가. 아무리 유럽축구가 인기를 끌고있고 여성 축구팬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유럽축구 얘기가 반에, 여주인공의 선택을 설득하기 위해 소설 곳곳에 일부일처제의 부당함과 함께 '다자 간 비독점적 연애' 즉 '폴리아모리'에 대해 인류학적 설명들이 붙어있는데, 이걸 영화에서 대사로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손예진과 김주혁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공식 보도됐을 때조차 나는 이 영화가 과연 어떤 모양새를 띄게 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사실 소설을 읽고나서도 여주인공 인아에게 전혀 설득당하지 못했다. 폴리아모리에 대해서가 아니다. 남자주인공 덕훈은 여주인공 인아의 선택에 소심하게 반항하기 위해 되도록 집안을 어질러두고, 주말마다 서울에 올라오는 인아는 군말없이 완벽하게 청소와 정리정돈을 한 후 일주일간 덕훈이 먹을 반찬까지 완벽하게 해두고 다시 내려간다. 이 세상에는 한집 살림도 힘들어 허덕대는 여성들이 널렸고, 내 경우는 겨우 혼자 사는 살림도 제대로 못 해서 자취방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고 다니기 일쑤인데, 그녀는 자신의 일에서도 인정받는 능력있는 여성인 데다 섹스도 잘 하고 가사노동에도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고 시부모님께도 이쁨받는 완벽한 며느리다. 거기에, 주말마다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완벽하게 두집살림을 한다. 세상에 이런 슈퍼우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소설이 꽤 재미있었던 데다 일부일처제에 대해 발랄하게 문제제기를 한 면은 높이 사지만, 이건 결국 소위 진보적이라는 리버럴 남성의 완벽한 판타지에 불과할 뿐이라 생각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뒤 결국 직장을 그만두었던 여자후배 한 명은 "원작자가 애를 낳아본 경험이 없는 게 분명하다, 이건 여자가 남편을 하나도 아니고 둘을 모시고 사는 격인데 이런 슈퍼우먼이 어디 있는가"라며 분노를 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영화가 베일을 벗었다. 놀랍게도 영화에는 '폴리아모리'라는 말이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축구에 대한 비유도 매우 적절한 수준에서 이뤄지는 데다, 축구를 전혀 몰라도 이 영화를 보는 데에 하등의 지장이 없다. 책과 영화는 매체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소설에서 그토록 여러 장을 공들여 설명해야 하는 부분도 영화에서는 컷 하나로 충분히 전달이 가능하며, 반면 소설에서 별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던 부분이 영화에선 단 한 씬 등장한다 해도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 마련이다. 원작자도 어느 인터뷰에서 인정한 바 있지만, 인아의 선택을 합리화하기 위해 폴리아모리의 기원과 일부일처제의 부당함에 대해 소설에서 그토록 많은 설명이 붙어야 했던 것과 달리 영화에서는 손예진이라는 배우의 눈웃음 한 번으로 모든 설명이 불필요해진다. 인아의 성격도 살짝 바뀌었다. 영화 속 인아는 원작의 인아와 달리 애교가 흘러넘치고 보다 생동감이 있어졌으며, 집안일에 손을 놓고 있는 덕훈에게 투덜대기까지 한다. 게다가 덕훈이 지원이의 돌잔치 자리에 찾아가 비밀을 폭로하는 장면은 소설보다 훨씬 임팩트가 강렬하다. 덕분에 영화는 소설보다 훨씬 더 현실에서의 개연성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게다가 정윤수 감독의 영화 만듦새도 매끄럽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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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책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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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5 15:47 2008/11/1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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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감정을 못 숨긴다 = 사회성 제로

어디서 이런 괴상한 코미디가 뚝 떨어졌나. 영화가 좋았든 아니든, 이 영화를 본 대다수 사람들의 첫 반응이 이것일 것이다. 독특한 캐릭터의 힘으로 드라마를 끌고나가는 영화가 그리 드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독 <미쓰 홍당무>가 특이하다고 느껴졌다면, 바로 독특한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식, 감독이 그를 그려나가는 시선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코미디라 는 장르가 원래 어떤 유형의 사람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주변화하는 데에서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세부장르가 어떠하든, 대체로 웃음의 시작은 영화에서 코미디를 주로 책임지는 사람이 일반적인 사회적 코드를 따르지 않는/못 하는 소수자를 다수의 관객이 우월한 위치에서 내려다보는데서 비롯된다. 그럼에도 그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인간적이고 따뜻한 면을 끄집어내며 관객들에게 "그도 우리와 별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설득하려 드느냐, 아니면 그를 계속해서 곤경에 빠뜨리면서 대상화시킴으로써 웃음을 이어나가느냐에 따라 영화의 성격과 분위기가 갈린다. <미쓰 홍당무>의 주인공인 양미숙(공효진) 역시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결코 가지 않은 길만 골라서 가는 전형적인 코미디 주인공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독특한 것은 양미숙에게 카메라가 줄곧 유지하고 있는 거리다. 이 영화는 양미숙에게 섣불리 접근해 바로 우리 모습의 일부분임을 애써 설득하려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수세적 열세로 그녀를 몰아가기만 하지도 않는다. 일반적인, 특히나 한국에서 더욱 흔한 코미디의 주인공들과 달리, 양미숙이라는 캐릭터가 유발하는 웃음은 그녀가 사회성 제로의 인물이면서도 알아서 구석 자리로 숨으려 드는 소심함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인물이라는 데에 있다. "우리같은 사람일수록 더욱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양미숙의 격언에서도 드러나듯, 사회성 제로의 행동만 골라하면서도 그것을 그 누구보다 당당하게 드러내놓고 그것도 아주 열심히 한다는 것이 바로 양미숙이란 캐릭터의 가장 큰 특징이다.

게다가 그녀는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적당히 걸러내거나 숨길 줄 모른다. 자신의 콤플렉스와 생각, 느낌과 취향, 성격을 누구에게나 날 것 그대로 표출한다. 그렇기에 콤플렉스와 패배감, 특히 예쁜 여자들에 대한 열등감은 매우 공격적인 형태로 표출된다. 이런 특징은 '안면홍조증'이라는 그녀의 신체적 특징으로 간단히 요약된다. 적당히 감추거나 거르고 싶어도 얼굴에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 버린다. 그리고 카메라는 그러한 그녀의 행동과 그로 인해 빚어지는 일련의 소동들을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도 결코 '위에서 내려다보는' 위치로 비추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양미숙은 자신의 일련의 행동들을 "사람이 비상식적인 행동을 할 땐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라며 자신의 나름의 이유와 사연을 보는 사람에게 설득시켜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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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8 16:03 2008/11/0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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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고고음악, 혹은 70년대로 고고씽~

영화 <고고70>은 유신헌법이 막 발표된 72년 말에서 시작한다. 최신 '양키 음악'을 가장 발빠르게 접할 수 있었던 미군부대 근처, 혹은 기지촌 동네에서 밴드를 하던 대구의 일군의 젊은이들이 '데블즈'라는 소울밴드를 결성하고 서울의 밤을 휘젓게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 눈으로 보기에는) 촌스러운 복장과 헤어스타일을 하고 70년대를 마냥 낭만적으로, 혹은 마냥 희화화해서 향수하고 있지만은 않다. 상규(조승우)가 이끄는 밴드 데블즈가 마침내 성공의 정점에 서는 과정이 영화의 한 축이라면, 그 영광이 유신헌법 시대 권력의 통제로 어떻게 망가지는가, 그로 인해 한국의 대중문화가 어떻게 뿌리까지 뽑히고 암흑을 맞게 되는가의 역사적 맥락을 다루는 것이 이 야심찬 영화가 진정 다루고자 하는 또 하나의 이야기축이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한 판 잘 놀아보는 게 심지어 '목숨 내놓는' 투쟁이 돼버리는" 참 이상하고 암울했던 시대에 대한 낭만적인, 그러나 뼈아픈 회고인 셈이다.

전면에 '음악영화'임을 내세우고 연주 장면이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는 영화답게, 이 영화는 '귀호강'이라 할 수밖에 없는 사운드를 들려주고, 그 사운드가 가진 파워와 에너지를 그대로 스크린에 그려낸다. 영화와 뮤지컬 양쪽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조승우는 말할 것도 없고, 실제 밴드 멤버(과거 '노브레인' 및 현재 '문샤이너'의 멤버인 차승우) 혹은 뮤지컬 배우(홍광호, 최민철 등 뮤지컬계의 스타들)를 영입해 만든 사운드는 배우들이 그저 입을 벙싯거리고 기타치는 흉내나 내는 립싱크 수준이 아니라 진짜 노래, 진짜 연주의 맛을 고스란히 전달해준다. 소위 '날라리 딴따라'가 갖고 있는 특유의 에너지와 파워가 영화에 고스란히 살아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가진 진정한 미덕은, 촌스러운 정치 과잉으로 흐르지 않고 오히려 정치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도 근간에 나온 한국영화들 중 '진정으로 정치적인' 영화라는 점이다.

사실 이 영화에서 '데블스'의 성공과 슬럼프와 해체의 과정은 우리가 '락밴드'라 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전형적이고 상투적인 전개를 그대로 밟아나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 중 일부는 대단히 안이한 방식으로 어물쩍 넘어가고 있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 특별한 빛을 부여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상처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들이 대체로 시대의 무게에 짓눌리며 지나치게 경직되거나 먹물 티를 내는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명 '딴따라'의 시선을 견지하면서도, 여느 영화들이 쉽게 도달하지 못하는 지점에 가뿐히 도달한다. 보다 미시적인 차원, 즉 정치와 가장 거리가 멀 것 같은 일상과 놀이의 차원에서 작동하는 권력의 억압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데에 성공하고 있는 동시에, 이를 놀이정신으로 위장한 먹물근성으로 우회하거나 훈계하는 것이 아니라 '딴따라의 놀이정신'으로 정면돌파를 해버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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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스가 처음으로 '소울음악'을 선보이는 일명 해골댄스씬.

예를 들어 옛 TV 화면에서 그저 우스꽝스러운 회고의 프레임 안에만 갇혀 있던 장발 단속과 같은 역사가, 이 영화 안에선 코미디의 요소로 쓰이면서도 보는 사람에게 새삼 '역사의 폭력성'을 효과적으로 환기시킨다. 중정에 끌려갔다 나온 밴드멤버들이 소위 '단정한 머리'로 그들 생애 최고의 공연을 하는 마지막 장면이 그토록 감동적인 것은, 지금의 미적 관점으론 분명 훨씬 세련된 그 짧은 머리가 영화 속에서는 그들이 당한 폭력과 억압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종의 '상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늘 한번 제대로 놀아보자!"라고 상규가 외칠 때, 이 외침은 적어도 그들의 입장에서는 '죽도록 투쟁하자'는 구호가 그리 다를 바가 없는 실존적인 저항의 외침이 된다. 이 장면은 마치 성경에서 머리 잘리고 눈까지 뽑힌 삼손이 생애 마지막 괴력을 발휘하며 죽음으로 향하는 장면을 대할 때와 같은 장엄한 감동을 준다. (...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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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9일 2시, 메가박스 코엑스, 기자시사

- 그러니까 이 영화의 기본적인 정치태도는 신좌파의 그것과 비슷하다. 실제로 담는 지향은 굳이 따지자면 좌파보다 리버럴이겠지만. 처음 영화 보고 나오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게 "씨바, 머리도 맘대로 못 기르게 하는 참 좆같은 시대"라는 거였는데,... 사실 머리를 내맘대로 기른다는 그거야말로 지극히 근대적인, 근대 이후의 얘기. 조선시대의 상투나 지금도 영국의 의회에서 착용하는 가발 같은 걸 생각해 본다면, 의외로 복식과 두발의 엄격한 형식화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근대 이전까지도 당연한 얘기였단 사실을 생각할 수 있다. '조국 근대화 프로젝트'가 근대의 이념 중 하나인 개인주의, 자유주의에 제재를 가한 아이너릭한 사건이 장발 단속이 될 것이다.

- 조승우보다 홍광호가 더 빛나더라... 아주 귀여웠다. (홍광호가 누구냐면, 색소폰 불던 청년.) 첫 영화데뷔에 엉덩이까지 깐 홍군.

- 한동안 '춤추기 좋은 음악'으로 소비되던 소위 '고고음악' 중 실제로 노래는 후덜덜한 것들이 좀 있다. 예를 들어 CCR의 곡들의 경우. (영화 속에 삽입된 CCR 곡은 Proud Mary인 듯.) 이쯤에서 CCR의 가장 유명한 곡 중 하나인 Have You Ever Seen The Rain?을 들어보자. 이 Rain은 베트남전 당시 비처럼 뿌려진 고엽제 혹은 폭탄을 비유한 것이라 한다. 개나소나(... 여기에 REM 옵화와 보니 타일러 언니도 들어간다능) 리메이크를 하고 때로 댄스곡으로 불러제끼기도 하지만 실은 70년대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반전곡 중 하나다.


CCR - Have You Ever Seen The Rain?

-사실 신민아가 연기한 영화 속 미미가 처음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데블즈의 음악 궤적은 살짝 바뀌는데, 이들이 원래 지향하던 노래들이 딱 내 취향 곡들이다. 80년대에 고고음악이 고고장에서 놀이음악으로, 춤추기 위한 음악으로 소비됐던 현상의 주범은 바로 신민아였던 것이다...?

2008/10/22 11:33 2008/10/2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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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다, 참 곱다...

헤어진 후 일 년만에 다시 만난 남녀라면 아직 상대가 나한테 미련이 남아있나, 혹시 새로운 연애를 하고 있나, 새로운 연애상대는 나보다 더 멋지거나 예쁜 사람이 아닐까 따위의 속물적인 호기심과 거기서 기반한 심리싸움도 할 법하다. 혹은 과거의 일을 끄집어내 누가 더 잘못했니 잘했니, 누가 오해를 했니 아니니 싸우거나. 그러나 병운(하정우)과 희수(전도연)는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 하다. 희수는 일 년 전 꾸고 갚지 않은 돈 350만원을 반드시 받아가겠다고 버티고 있고, 병운은 자신이 아는 여자들을 찾아가 야금야금 돈을 꿔서 그녀의 돈을 갚겠다 한다. 아니, 어쩌면 사전 연락 한 번 없이 무턱대고 그를 찾아가서 돈을 받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겠다고 우기는 희수나, 굳이 돈을 받아가라며 희수를 대동하고 다른 여자들을 찾아다니는 병운의 행동 자체가 이 심리게임을 그럴 듯하게 포장하기 위한 명분 혹은 수단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병운에게 연신 귀엽다고 감탄사를 내뱉으며 돈을 꿔주는 50대 여사장이나 호화스런 맨션에서 희수에게 굳이 '알현'을 요구하며 까칠하게 대하는 밤의 직종을 가진 아가씨나, 병운과 초등학교 짝꿍이었다는 마트의 비정규직 이혼녀 친구를 보는 희수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병운은 무사태평에 속 좋은 소리만 한다. <멋진 하루>는 다짜고짜 경마장으로 찾아가 돈 갚으라 말하는 희수의 모습으로 시작해 하룻동안 두 사람이 서울 시내 곳곳을 헤매며 병운이 희수를 대동해 돈을 꾸러 다니는 여정을 따라간다. 두 사람이 과거에 어떤 사이였는지, 두 사람 사이에 그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헤어져 있던 일 년간 각자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밝혀지는 것도 그 여정을 통해서다. 영화는 대단하게 극적이지도, 대단한 선남선녀도 아닌 인물들의 어떤 하루를 마치 다큐멘터리를 찍듯 세심하고 그려나간다.

하지만 평범한 인물의 지지부진한 디테일을 다루는 영화들 다수와 달리 이윤기 감독의 <멋진 하루>는 따뜻한 온기를 가진 영화다. 이 영화는 두 사람이 하룻동안 서울 시내 곳곳을 다니는 작은 모험영화이자, 영화의 첫머리에서는 별로 믿음직해 보이지 않는 병운이 실은 어떤 사람인지 찬찬히 밝혀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하정우가 연기하는 병운은 워낙 넉살좋고 능글맞으며 잘 비비는 데다, 다양한 나이와 직업의 무수한 여자들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수상쩍은(!) 캐릭터다. 게다가 헤어진 일 년간 결혼도 이혼도 사업실패도 했단다. 얼핏 보기엔 분명 이전에 하정우가 <비스티 보이스>에서 맡았던 재현과 충분히 겹쳐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병운은 재현과 완전히 다른 캐릭터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하정우는 그런 병운의 성격을 매우 매력적으로 그려낸다. 희수가 병운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는 것도 바로 그가 가진 성격의 밝고 낙천적인 에너지 탓일 것이다. 내내 단호하고 까칠한 표정이었던 희수는 병운의 지인의 딸을 찾기 위해 들어선 여중 교정에서 처음으로 웃음을 보인다. 그리고 비로소 자신이 일 년간 살아온 얘기를 툭, 하고 털어놓는다. ...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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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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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7일 수요일 2시, 서울극장, 기자시사

- 무지 귀여운 하정우. 아이고 그냥... (근데 <멋진 하루> 속의 하정우의 외모는 가까운 지인은 아니지만 이름은 알고있는 누군가와 퍽 비슷하더라.)

2008/09/19 17:48 2008/09/1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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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으로, 혹은 야생 속으로.

도시인들에게 '자연'은 도시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는 안식처로 미화되기 쉽다. 그렇기에 자신이 살고있는 도시는 보다 편리한 문명의 이기로 무장되기를, 그리고 '가끔 찾아가는' 농촌과 같은 곳은 자연 그대로 보존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건 도시인들의 섣부른 낭만의 착각이요 이기심이다. 인간의 문명이란 어떤 식으로든 약자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식으로 고안되었고, 도시는 그 문명의 총체다. 도시인들이 바라는 자연 역시 인간의 편의대로 다듬고 손이 간 자연이기 쉽다. 약육강식의 자연법칙이 지배하는 야생의 자연 속에서 인간은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럼에도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급진적인 반-자본주의적 실천의 의미를 갖는다. <인투 더 와일드>의 주인공 크리스 맥켄들리스(에밀 허쉬)가 보여주는 삶이 바로 그러하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자신의 모든 재산인 2만 달러를 옥스팜(런던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국제 빈민구호단체)에 기부한 뒤 2년간 미국 전역을 떠돌며 방랑한다. 그리고 특히 산업선진국에는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야생의 자연이 있는 곳, 알래스카로 들어간다. 영화는 알래스카에 처음 들어가는 크리스의 모습으로 시작해 그의 9주간에 걸친 알래스카 생활과 2년간의 미국 방랑생활을 시간순과 상관없이 다소 혼란스럽게 오가며, 그 사이에 그의 대학시절과 어린시절의 에피소드를 필요한 부분만 플래시백으로 삽입한다. 이 장면들을 이끄는 것은 크리스와 그의 여동생 캐린(지나 말론)의 목소리로 보이스 오버된 내레이션이다. 유복한 부르주아 가문의 아들인 그의 가정생활은 그리 행복하지 못했고, 그가 유일하게 마음을 줄 수 있는 상대는 캐린뿐이었다. 크리스는 알렉산더 슈퍼트램프('트램프(tramp)'는 방랑자, 뜨내기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며 잭 런던과 헨리 데이빗 소로우 등을 즐겨 읽고 인용한다. 그는 단순히 자연을 그리워한 낭만적인 도시인이 아니라, 현대의 대량생산과 소비의 쾌락으로 점철되면서 정작 지구 반대편에서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은 도외시하는 현대 자본주의 문명을 반대한 급진적 사상가였다. 그리고 그것을 직접 실천에 옮긴 행동가이기도 했다. 하지만 도시와 인간문명에 익숙한 그의 몸은 야생의 알래스카에서 도저히 버텨내지를 못한다. ...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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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자연풍광... 그러나 냉혹한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기도 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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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4일 목요일 오후 9시, 대한극장, 2008 충무로영화제(CHIFFS2008) 깜짝상영작.

- 음악 정말 좋다. 에디 베더와의 작업이 결정된 후 숀 펜은 일부러 음악을 위해 각색본의 여백을 많이 비워뒀다고 한다.

- 내 옆에 앉은 여자관객 둘은 시작부터 끝까지 틈만 나면 미친 듯이 깔깔대며 웃어대더라... 이 영화가 웃겨? 그렇게 웃겨? 미친 거 아냐?

- '귀농한 인간들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인간들'이라고, J.와 얘길 나누곤 했다. 이 영화의 크리스가 가장 급진적이고 가장 무서운 실천을 보여준다는 바로 그 의미에서.

2008/09/18 03:15 2008/09/18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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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의 현실도 구질구질하긴 마찬가지.

<자유로운 세계>의 제목은 아이러니하다. 구 공산권 국가들에 대비되어 자유와 풍요가 보장된 '자유국가'로서 자유로운 세계이기도 하지만, 대처리즘이 할퀴고 간 뒤 신자유주의의 구름이 잔뜩 끼어있는 이 세계는 켄 로치 감독에 의하면 '자유롭게 다른 이를 착취할 수 있는 세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이 영화가 배경으로 삼고 있는 영국 런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약속의 땅 미국에 어떻게든 뿌리내리기 위해 발버둥치며 불법이민과 영주권을 위한 위장결혼도 불사하는 인물들이 우리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심심찮게 등장했던 게 불과 90년대의 일이다. 그러던 것이, 이제 서울 시내 어디에서건 한국말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이주노동자들을 보기가 어렵지 않아졌고, 한국의 서울 역시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기치 하에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이주노동자의 인권문제도 우리 사회의 중요 쟁점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여전히 이주노동자에 대한 동정적인 시선, 그리고 이것이 전제하는 바 인종적 편견의 시선(그것이 인종차별인지 인식도 못한 채)이 횡행한다.

노동자들의 친구 켄 로치는 언제나 노동자들의 편에서 영화를 만들어왔지만, <자유로운 세계>는 조금 다르다. 이 영화에서는 생존을 위해 위험스레 국경을 넘은 이주노동자가 아닌, 그들을 착취하는 여성, 앤지를 주인공으로 한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한 것은, 앤지라고 탐욕으로 똘똘 뭉친 대단한 자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는 앤지 역시 나름의 고충과 사정이 있음을 절절히 묘사하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실업자 신세가 된 남편과 이혼하고 부모에게 아이를 맡겨놓은 싱글맘 앤지 역시 직업소개소에서 피고용인의 입장이며, 여성이기에 성희롱을 당하고 이에 저항했다가 부당해고를 당한다. 친구와 함께 직업소개소를 열고 직접 뛰며 동유럽에서 건너온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알선하지만, 그녀 역시 자신이 알선한 공장에서 돈을 떼인 신세다. 아이와 함께 살기 위해, 그리고 번듯한 사무실을 내고 제대로 사업을 하기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뛰는 앤지 역시 냉혹한 자본주의의 먹이사슬에서 그리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는 못 한다.

그러나 이 영화가 앤지의 고충과 고통을 묘사한다 해서 그녀의 행동과 선택을 모두 두둔하거나 변호하고 있는 건 아니다. 영화는 그녀가 애초에 동정심에서 불법이주자에게 일자리를 알선했다가 점차 탐욕으로 타락해가는 과정을 세심하게 묘사한다. 처음엔 나름의 변명거리가 있었던 그녀도 나중으로 갈수록 점차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이의 목숨 따위는 상관없다는 식의 선택을 '적극적으로' 하게 되는 것이다. 그녀의 사정과 논리에 십분 공감했던 관객이라도 그녀가 이민국에 전화를 하는 시점까지 되면 친구인 로즈도 치를 떨듯 그녀가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버렸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는 본래 심성은 착한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 사람을 착취하는 착취자가 돼가는지, 그들을 그런 괴물로 만드는 약육강식의 야만적인 문명사회의 일면이란 게 무엇인지 똑똑히 목격하게 된다. <자유로운 세계>가 불편한 것은 바로 자신을 가해자보다는 피해자로 자신을 위치짓는 게 일반적인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이 이 자본주의의 먹이사슬에서 얼마든지 다른 이들을 착취하는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사실을 폭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작은 선의마저 더욱 가증스러운 위선과 잔혹한 가해가 될 수 있다. ...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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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가 좀 나는 사장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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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1일 목요일 오후 5시, 아트선재센터, 기자시사

- <보리밭에 부는 바람>이 그래도 반응이 좋아서인가, 한동안 개봉 안 되던 켄 로치 영화가 드디어 극장에서 개봉한다, 다행이다.

- 아주 솔직하게 말하면, 난 이 영화의 앤지의 삶의 방식에 전혀 동의할 생각도 긍정할 생각도 없고 오히려 밀려오는 거부감을 간신히 참고 있지만, 그렇게 살지 않으면 네가 죽는다고 누군가 등 떠미는 듯하는 것이, 무섭다. 정말 무섭다.

2008/09/16 14:47 2008/09/16 14:47